자주 만남.

이상하게 일기가 쓰기 싫다. 그래도 써야지.

조금 늦게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회사에 가서 간단히 회의를 했다. 회사 연구소의 업무 방향이 너무 소극적이라서 제대로 결정되는 사항이 없다. 개발진들은 너무 구체적인 구현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설계가 제대로만 되면 이 일은 한달도 안걸릴 것 같은데 막무가내로 그때그때 땜빵하는 것처럼 일하니 재미도 별로 없고 열의도 안생긴다. 그만두기에는 돈이 아깝고 그냥 다녀야지 어쩌냐…

회사에서 나와서 남대문 숭례문 수입 상가로 이어폰을 사러 갔다. 그런데 회현 역에 내리긴 했는데 숭례문 수입상가를 찾지를 못해서 엄청나게 해맸다. 심지어는 실수로 사창가 입구까지 갔다가 이상한 아줌마 – 말그대로 아줌마 – 가 ‘오빠 어디가~? ^o^’ 하며 나를 부르는 일도 당하기까지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 한 황량한 골목을 본 것 같다. 하여튼 황급히 뒷걸음질쳐 다시 큰 거리를 해매고… 30분도 넘게 걸은 뒤에야 숭례문 수입상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에 봐둔 싸게 파는 집이 있어서 그 곳을 찾았는데, 이것도 꽤나 오래 걸렸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아무데서나 사려고 했다가는 가격차이가 2000원이나 나서 결국 악착같이 40000원에 소니 838 이어폰을 두 개 샀다. 하나는 내꺼 하나는 유정이꺼. 그래서 이어폰 값으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놀기로 했다 핫핫.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세 번이나 만나는 셈이다. 무슨 커플도 아니고.. 그래도 한 사람을 자주 만난다는 건 정말 해볼만한 일이다. 기분이 좋다. 그렇게 만나면 더 잊어버리는 일이 없게 되고… 난 그게 좋다. 만약 연인이 생긴다면 매일매일 보고 싶을 것 같다.

나 정말 .. 연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자주 만나면 꼭 그 사람이 연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자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내 인생에서 가장 매력적인 일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

여기저기 둘러보기

신동구씨네 사무실에 갔다. 웬 여자분이 EditPlus 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이 나와 동갑이라는 그 웹 디자이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25세의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신동구씨와 다른 남자분 한명이랑 셋이서 기술적인 이야기를 했다. 특별히 어려운 내용은 없었고, 그냥 평이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할 이야기가 끝나서 저녁을 먹을 때 까지 놀고 있는데, 또다른 여자분이 등장. 아까 내가 그 분이라고 생각하던 그 분이었다. 처음엔 서먹했는데 성격이 아주 활발해서 금방 말을 놓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신동구씨와 말을 놓고 있었다 ㅡㅡ;)

저녁겸 술을 마시러 식당에 갔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그녀의 별명이 ‘왕팔뚝’이라는 것 정도? 실로 그녀의 팔뚝은 내 두배에 근사했던 것 같다…; 술도 오랜만에 많이 – 물론 취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는다 – 마시고 고기도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사무실 사람들이 친하게 대해 주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 곳에서 오랫동안 일하기는 힘들 것 같다. 사무실이 너무 멀고, 기술적으로 동등한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과 내가 친해질 수 있을까. 나는 저 사람에게 지금 호감을 갖고 있는 걸까. 사귀게 될 수도 있을까…? 결국 모든 것은 더 만나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어쩌면 누구 한명이든 사귀어 보고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정말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란 건 애시당초 내가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i ai]

어제 정보특기자 세미나를 빼먹어서 오늘은 세미나에 참석했다. 특별히 어려운 내용은 없었지만 정말 지루해서 후반부엔 졸기까지 했다. 놀라운 건, 임근수 군이 참석했다는 것. 1학년 때 이미 엄청난 독선적 행동으로 인해 선배들의 왕따 끝에 컴퓨터실에서 자취를 감춘지 어언 2년이 지난 뒤에 세미나에서 그를 다시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질문을 했는데, 뭐랄까 나를 조금 긴장되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되씹어 보면 질문의 수준이란 것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세미나 끝나고 재헌이랑 성훈형이랑 당구치기를 고대했는데 다들 마음이 없나 보다. 당구 치고 싶은데…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당구를 사랑했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조금 슬픈 마음으로 컴퓨터실에서 ‘비오는 어느날 빠리에서 죽다’를 마저 읽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얼마 안남기고 버스를 타서 버스 안에서 책을 덮었다. 이제 새 책을 다시 읽어야 할까…? 요즘 책을 읽어도 뜻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뇌의 어느 부분에 이상이라도 생긴 것 처럼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두뇌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 같다.

집에 와서 ‘장미의 이름’과 ‘괴델, 에셔, 바흐’를 주문했다. 둘 다 대단한 책이라고 들었다. 주문하는 김에 컴퓨터 책 ‘유닉스 파워 툴’ 도 주문했다. 유정이에게 같이 주문할 생각 없냐고 했지만 아마도 아직은 주문할 책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곧 배달이 왔으면 좋겠다.

지현이와 월요일날 만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월요일부터 출근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녀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화요일부터 출근한다고 회사에 통보하고 만날지, 아니면 그냥 다음에 만날지. 난 정말 그녀가 보고 싶어서 말 없이 만나고 싶지만, 어쩌면 그녀가 부담스럽다 할 것 같아서, 그녀를 그렇게 만드는 내가 되기는 싫어서 의향을 물었다. A.I 란 영화도 정말 정말 보고 싶고… 그녀는 목이 메인다며 갑자기 나가버렸다. 뭐가 그리도 슬픈걸까. 결국 내일 이야기하기로 했다. 아마도 오늘 보고 싶었던 영화를 못 봐서, 드라마가 너무 슬퍼서 그랬는가 보다.

어쩌면 토요일에 혼자 A.I 를 봐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싫을 것은 없어! 라고 말하면 새빨간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꼭 볼 수 밖엔 없다..~ 꼭 보겠다고 마음으로부터 다짐했으니까..!

엽기적인 그녀

3시에 정보특기자 세미나가 있었는데 어제인가 실수로 신동구씨 사무실에 가기로 약속을 잡아서 금요일로 연기하고, 세미나도 가기 싫어서 유정이 Windows 2K 시디 주고 ‘엽기적인 그녀’ 보고 놀기로 약속을 잡았다. 더 많은 친분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 그렇게 치면 특기생들이 더 보고 싶었을 텐데, ‘노는게 끌린다’ 라고 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맞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친분이 떨어지는 그런 사람이란 뜻은 아니다. 두 인자가 상승 효과를 내었다고 하자 ㅡㅡ;)

홈페이지 작업하는데 여념이 없어서 약속시간에 맞춰 슬슬 나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라면을 끓여서 거의 목구멍에 들이붓다시피 먹고선 후다닥 신촌엘 갔다. 다행히 영화 시작 시간보다 10 분 일찍 도착해서 영화를 제시간에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이번엔 유정이가 늦어서 앞부분을 조금 못 봤다. 혹시 늦게 왔다고 미안해 할까봐 나타났을 때 웃을려고 잔뜩 준비했었는데 얼떨결에 마주쳐서 그럴 겨를도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놓친 부분이 얼마 안되어서 내용 이해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원작을 읽지 못해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위해 각색한 대본에도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였다. ‘그녀’가 쓴 대본의 일부분이라도 영화에 나왔으면 하는 바램에서 영화 진행과는 심각한 관계가 없음에도 꽤 긴 시간 동안 옴니버스 형식으로 포함한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캠퍼스가 우리 학교여서 익숙한 곳이 많이 나와서 신기했다. 사랑이라 부르진 않았지만 사랑이라고 느낄만한 여러가지 일들이 내 눈에 비추어질 때마다 조금씩 눈물이 나려고 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영화를 보고 나와서 우리는 길을 배회하다가 TTL 존에 들어갔다. 난생 처음 들어가 보는 TTL 존. 밖에서 보았을 때 만큼 멋지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쉬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처음엔 앉을 자리가 없어서 돌아다니다가 자리를 찾아서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서로 공유한 시간이 적어서일까? 공유한 시간이 많다고 해서 서로 말의 양이 아주 많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도 뭔가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와의 만남이란 상대방을 향한 그런 눈을 여는 ‘생활’…

‘소렌토’에서 스파게티를 L 사이즈로 시켜서 둘이 나눠 먹고 샐러드도 먹었다. 예매도 해 주었는데 깜박 잊고 돈을 안뽑아서 돈을 다 못 내 주어서 미안한 마음에 잔돈까지 털어주었다. 저녁을 먹고선 또 신촌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했다.현대백화점 둘레를 한바퀴 돌고선 맥도널드 앞에 있는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눌까 하다가 우리 학교 벤치까지 가게 되었다. 분수대 옆에 있는 벤치에 있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반대편의 벤치에 앉았다. 벌써 가을이 한걸음 다가왔음을 느낀다. 시원한 바람 덕에 여름이란 것도 잊어버린다. 우린 꽤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그녀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녀의 이쁜 샌들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누군가와 이야기한 것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의 내용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로 할 수 없는 생각이란걸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 어떤 무엇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서 다 감싸줄 수 있는 것…

한 뒤에 공기가 쌀쌀해지기 시작해서 우린 다시 신촌거리로 나왔다. 지난번엔 그녀가 배웅을 해 줘서 이번엔 내가 버스 정류장에서 배웅을 해 줬다. 오늘은 참 많이 걸었다. 배웅하는 곳 까지의 거리도 꽤 길었고 ‘우리 뭐할까?’ 하면서 걸어다닌 거리도 길었다. 걸으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서 좋았다. 나는 시종 입 사이로 웃음을 흘리며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Regular Expression

하루종일 새 홈페이지 작업했다. 이번에 구입한 웹 호스팅 서비스에서 PHP밖에 지원을 안해서 JSP 페이지를 PHP 로 바꾸게 되었다. 수정만 조금 해 보던 PHP를 쓰려니 여러모로 피곤했다. 홈페이지에 새로운 기능도 넣고 하니 재미있기도 했지만.. ㅡㅡ;

거의 레이아웃은 나온 것 같은데.. 조만간 그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생각중이다. 이 많은 일기를 지금 만든 것과 통합하려면 또 골치가 아플 것 같은데.. 잘 해봐야지 별 수 없는 것 같다.

하루 종일 PHP 와 Regular Expression 과 싸움을 치러서 별로 쓸말이 없다. 휴휴.. 3000히트 기념 홈페이지 개작이라고 생각해야지..;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오랜만에 – 얼마만인지도 모르게 – 유정이를 만났다. 정말 다시 만난다는게 너무 기뻐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냥 유정이를 만난다는 게 좋았다. 그냥 순수히 ‘좋다’ 라는 막연한 감정이 또 좋다.

하지만 몸은 마음과는 다른지 조금 긴장을 해 버려서 속이 정말 안 좋게 되어 버렸다. 막 토할 것 같고 해서 마음을 가다듬는데 온 힘을 집중했다. 유정이를 4시에 만나서 빙수를 먹으면서도 토할 것 같아서 집중하느라 이야기도 별로 못나누고 기분좋은 만큼 웃지도 못해서 너무 미안하고 답답했다. 내가 얼마나 기쁜지 알면 유정이도 좋아할텐데!

어제 예매한 대로 ‘Planet of Apes’를 봤다. SF 의 고전이던 영화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원작의 스토리를 잘 몰라서 어디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현대 흥행 영화답게 훌륭한 특수효과와 빠른 전개를 보여주어서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도착했을 때의 링컨상 패러디는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결말이 찜찜하게 나서 여운이 많이 남았지만 적어도 보는 동안에는 정말 좋았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뭘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둘 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저녁을 먹기도 그렇고 했기 때문이다. 신촌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우리는 Tower Records 에 가서 CD 구경을 하다가 약간 배에 여유가 생겼을 때 파파이스에 가서 버팔로콤비콤보세트를 같이 나눠먹었다. 파파이스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이스베리에 갔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다시 만났다는것, 있을 지도 모르는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진짜로 쇼핑을 하기로 했다. (타워레코드에서는 그냥 둘러보기만 했으니까) 핸드폰 줄을 사러 여기 저기 악세사리 점을 기웃거렸다. 처음에는 원하는 것을 찾을 수가 없어서 헤맸는데, 결국 별자리 핸드폰 줄이 깔끔하고 이뻐서 둘 다 그것을 샀다. 나는 천칭좌니까 천칭좌의 보라색 둥근 모양이 달린 걸로, 그녀는 처녀좌니까 처녀좌의 보라색 둥근 모양이 달린 걸로 샀다. 그런데 내 것은 쉽게 살 수가 있었는데 그녀의 것은 원하는 색깔과 모양이 없어서 이대 근처까지 돌아다니고서야 구할 수 있었다. 쇼핑이라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공유하는 것도 정말 기분좋은 일 중의 하나라는 것에 우리는 서로 동의하고 웃었다. ^^

벌써 시간이 10 시가 넘었다. TTL ZONE 에서 바이바이 했다. ^^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또 그 사람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날 행복하게 한다. 앞으로도 그런 감정 잊지 말고 꼭 곁에 간직하고 싶다.

SPLASH

오늘은 부모님이 친척 댁에서 주무시고 오시기 때문에 집이 빈다. 누구를 불러들여 무슨 짓을 하며 놀까 따위의 생각은 왠지 들지가 않아서 느지막하게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아직 3시라서 그런지 더위는 여전했다. 기분이 좋아지도록 뿌린 향수의 향이 땀과 섞여서 이상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향이 강렬한 것이라서 그렇지는 않았다. 야릇한 향이 기분을 돋운다. 처음엔 싫었던 향수도 내 것이 되면 좋아진다. 누군가를 소유할 때 처럼.

도서관 휴게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방역 작업 중이라고 1층 열람실 밖에는 개방을 해 놓지 않았다. 1층에는 자리가 거의 없었지만 나는 가까스로 한 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격자 처럼 늘어선 곳에서 소리 없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공대 앞 벤치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벤치 주위에는 나무가 많아서 그늘이 부드럽게 져 있었고,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도서관 같지는 않았다. 나처럼 소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길래 그 옆에 앉아서 어제 산 ‘Babylon Revisited’를 읽어내려갔다. 전부 단편이었고 상당히 잘 쓰여진 글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주제가 무엇인지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어떤 큰 흐름으로서 주제의식을 드러내기보다는 여백 사이사이에 살며시 주제 비슷한 것을 떨어뜨리며 날아가는 새의 궤적을 바라본다고 할까? 어렵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 옆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가끔씩 힐끔 쳐다보았다. 평범한, 나와 동갑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였다. 샌달을 모두 벗고 양반다리를 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책을 읽고 있는 그녀는 내가 양반다리를 싫어했던 것만 뺀다면 나의 어렸을 적과 비슷했다. 나는 그렇게 머리를 쿠욱 박고서는 책을 읽기 일쑤였다. 덕분에 내 시력은 나빠지고 약간의 축농증도 있지만 그렇게 머리를 내리고 책을 읽고 난 뒤의 멍한 기분은 정말 경험할 만 하다. 마치 꿈을 꾼 것만 같고 긴 여행길을 다녀와서 멀미 때문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럴 때면 ‘아 내가 책을 집중해서 읽었구나!’ 하는 좋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밤까지 책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지만 곧 날이 어두워질 것 같아서 그냥 집에 왔다. 버스 안은 어두웠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사실 읽고 싶은 마음도 많지 않았다) 달리 음악을 듣거나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멍 하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버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기억해낼 가치도 없는 생각을 한 건 아닐까? 그랬으면 어떠랴. 생각해내려고 노력하는 사이에 여러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지금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선미다. 2주가 넘도록 그녀에게선 답장이 안온다. 벌서 바다로 놀러가버린 걸까? 오늘 전화를 해 봐야지 했는데 그만두었다. 그냥 내키지가 않는다. 몸이 피로해서 그런것 같다. 조금 이유없는 두려움도 있고.

내일은 ‘Planet of Apes(혹성탈출)’을 본다. 기대된다…~

PS: 사진은 시마타니 히토미라는 가수. 이 가수의 ‘SPLASH’란 노래를 하루 종일 들었다. 목소리 좋고, 창법 맘에 들고. 2000년 12월 제 32회 일본유선대상 최우수신인상 수상. 나이는 나와 동갑;

Anyone in my heart?

테크노비전에 잠깐 들러서 회의를 했다. 역시나 할 일이 없구나. 이렇게 공짜로 돈버는 것, 조금 쪽팔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집에 와서 JMF로 카메라 제어를 연구해 보았는데, 예전에 MS Vision SDK를 이용해서 했던 거보다 10000 배 정도는 쉬운 것 같다. 한 시 간도 채 안걸려서 화면을 출력하는 걸 성공했을 정도니까, 역시 자바의 위력은 기존의 언어들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들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다른 새로운 언어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자본의 위력이란 이래서 무서운 걸까?

회사에서 나와서는 학교에 들렀다. 당구 연습좀 하다가 서점에 갔다. 아무리 신촌에서는 제법 큰 홍익문고라고 해도 컴퓨터 전문서적 분류라던가, 비인기 서적의 취급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ASP 와 JAVA 를 같은 코너에 놓는다던가 하는 무례를 범하다니.. (사실 내가 ASP 개발자들에게 무례를 범하고 있는 걸까) 하여튼 찾아보려면 JNI 책은 어디를 봐도 없어서 1층으로 내려와서 소설책을 구경했다. 마침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집이 새로 나와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나이지만 이끌림을 어쩔 수가 없어서 ‘Babylon Revisited'(한글 제목은 비오는 빠리 어쩌구…)를 사고 말았다.

집에 와서는 라이코스 만화에서 ‘3×3 Eyes’를 끝까지 다 보았다. 실제로 끝까지 본 것은 아니고, 웹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끝 까지 다 보았다. 25권 까지 올라와 있었는데 끝이 궁금해서 큰일이다 ㅡㅡ;; 역시 봐서는 안되는 것이었을까나..; 덕분에 새로 산 책은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다.

어떤 일이든 하면서 시간은 흘러간다. 아까울 때도 있지만 오늘은 조금 덜 아깝게 느껴진다. 내 가슴에 자유, 열정, 사랑이 조금씩 차 오른다. 나 지금 누군가를 마음에 간직하며 바라고 있는 걸까..?

삼지안의 사랑이야기

어제부터 Lycos 만화에 푹 빠졌다. 보고 있는 만화는 그이름도 유명한 ‘3×3 Eyes’. 주인공의 사랑과 하드보일드 판타지 액션이 적절히 혼합된 재미있는 만화다. 이틀만에 19권이나 읽었으니 사앙을 초월하는 독서량이다. 재미있는 걸 어쩌나~ ㅡㅡ;

캐리비안 베이 표는 누나랑 매형이 쓰게 될 거 같다. 솔직히 아는 사람한테 주기도 싫고. 난 이런 건 남 잘되는 꼴을 못보는 걸까나. 누구 못지 않게 질투심도 강하다.

좀 쉬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내일은 회사에 갔다가 휴가나온 환선형을 만나게 될 것 같다. 환선형은 1971 전 회장님이다. 귀여운 환선형을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구나..~

뭔가 쓸 말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몸이 텅 빈 것 같고 뜨겁다.

죽기보다 싫은 외로움

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남들이 나 보다 잘 한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그 사람이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어 있거나,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좋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다. 특히 직접적으로 ‘승부’와 연관된 것들이 그렇다. 한심하지만 바뀌지 않는 지겨운 본성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도 남들을 만나면 웃으며 착하게 착하게 보기도 좋은 모습이 되어 있는 내가 놀랍기도 하다. 내가 이중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사람들은 나를 조금은 쉴 수 있게 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야지.

차라리 세상에 날 화나게 하는 것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PC Game 산업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끔찍한 추위나 더위가 없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괜시리 화가 나고 답답해져서 눈물리 날려고 그런다. 가끔은 모두 다 때려서 깨져 없어지게 해 버리고 싶을 때가있다. 내 모니터, 키보드, 본체… 신물나게 하는 것이다. 차라리 아까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을 때가 좋았어 라며 30분 전의 추억을 회상한다. 정작 이런 화날 땐 지극히 가까운 과거의 일들만 생각나는게 싫다. 며칠 전만해도 은실이를 만났고 재미있었는데, 왜 30분 전에 따분한 제품 설명이 쓰여 있던 책을 보던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걸까.

집에 돌아와 보니 모토롤라 이벤트에 응모한 것이 당첨되어서 캐러비안 베이 이용권이 2장 와 있었다. 처음엔 놀랍고 기뻤는데, 곧 화가 난다. 도대체 이걸 누구랑 같이 가라는 건지.. 난 애인도 없다. 오랜만에 당첨된 경품인데 친구한테 주거나 팔기엔 아깝다. 도대체 외로운 나의 시간에 끼어들은 이 두 장의 티켓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화가 나지만, 난 누군가를 만나고 또 기분이 풀어지겠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사이클 안에서 나의 외로움은 더 커져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