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2 is waiting for me!

아침엔 수업이 10시부터인줄도 모르고 9시까지 가보겠답시고 6시 15분이라는 대단한 시각에 일어나 진을 빼며 샤워를 하고 학교에 갔다. 알고보니 수강신청 변경 기간이라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느리디 느린 우리 학교의 대단한 수강신청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원하는 과목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려다가는 결국 포기하고 회사일을 했다. 오늘 한 일은 대충 이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테크노비전에서 내가 하는일이 좀 없고 계약직이라지만 너무 돈약속을 안지키는 것 같다. 늦어도 오늘까지는 월급을 입금해 주겠다고 들은게 지난주였는데 오늘은 입금조차 되어 있지 않고, 연락조차 없다. 덕분에 오늘 사기로 한 카메라를 아직도 못 샀다. 내일 전화를 해서 입금을 받아서 카메라를 사고 허접한 실력으로 세이폴리스 녀석들 마구 찍어 줘야 겠다 ㅡㅡa; 하여튼 지난달에는 실수로 1500만원을 입금하지를 않나… 참 이해가 안간다.


BROS 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SQL 자동생성부가 완료되고 이번주 내내 DBTransaction을 해결하고 SQL 과 BROS 타잎간의 변환 루틴을 작성하면 기본적인 작동은 가능하게 될 것 같다. 그나저나 Laputan net 에서는 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까? 아직 Laputan net 의 구체적인 일은 하지를 않아서 그 일을 끝내려면 1주일 정도 더 소모해야 할 것 같은데… 걱정이 된다.

PS: 영화 보고 싶다. 같이보실 분 ㅡㅡa?

Graceful World

2시 반에 상연이를 만났다. 그녀는 덕수궁 입구 근처의 오징어 파는 노점 앞에 서 있었다. 회색 상의에 흰 바지를 입고 있었던 그녀는 쌍커풀 없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인상좋은 눈을 갖고 있었다. 특히 웃을 때의 미소가 참 맘에 드는 사람이었다. 목소리는 전화로 듣던 것 보다 조금은 굵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중성스러움과 (그녀의 외모는 물론 매우 아름다워서 중성스럽지 않았지만) 지성적인 느낌을 받게 해서 푸근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그녀가 미리 끊어 놓은 덕수궁 표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행사 방송을 하길래 구경을 하러 들어갔다가는 너무 복잡해서 다음에 보기로 하고, 커다란 분수대가 바라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말수가 적당한 편에 속했다. 특히 말이 서로 없을 때 어떤 말이든 해서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능력을 갖고 있어서, 아마도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한다면 누구라도 자신도 훌륭한 화술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게 될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1 시간 쯤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다시 덕수궁을 한바퀴 돌고 나왔다. 오랜만의 고궁은 이리도 청명한지, 행복감이 나에게 다시 찾아온 기분이었다. 특히 첫 만남부터 이리도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우리는 종로까지 걸었다. 생각보다 먼 거리를 걸어서 종로에 도착해 서울극장을 찾았지만 매진이 다 되어버려서 (특히 지옥의 묵시록은 우리 이거 보자 그냥~ 하고 말하는 순간 매진으로 전광판이 바뀌는 ㅡㅡ) 결국 예정대로 포켓볼을 치기로 했다. 그녀는 당구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것 같았다. 큐 잡는 법 부터 유령구 조준하는 법, 그리고 좀 무리겠지만 뱅크샷과 밀기와 끌기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처음에는 나도 잘 못치는 포켓볼을 가르쳐 준다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해서 실수도 참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재미있었다. 잘 안되면 짜증이 날텐데 그녀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즐거워했고, 나도 나름대로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다. 1시간 30분이 조금 넘게 당구를 치고 나왔다. 나는 그녀가 정말 재미있었는지 의심이 되어서 몇번인가 물었다. 결국 난 그녀의 미소를 믿기로 했다.

라쿠라쿠에서 저녁으로 우동을 먹었다. 속도 약간 안좋고 해서 많이 먹질 못했다. 그녀는 맛있게 잘 먹은 것 같았다. 특히 내가 만나 본 다른 여성(어쩌면 그네들의 내숭일지도 모르겠지만)과는 다르게 빨리 먹고 일어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후다닥 일어나 카페에서 또 못다한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보통 많이 나누는 학교이야기, 공부이야기도 하고, 나에 대한 그녀의 느낌도 들었다. 아니 사실, 그녀는 나에 대한 느낌을 어떤 중요한 키워드로 설명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의 느낌과 인생이란 것이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그 부분만을 알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보여준 여러 모습들로부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설 책도 몇 권인가 읽게 되었고, 자신의 프로페셔널리티에 대한 반성도 했던 듯 하다. 특히 감명깊었던 것은, 그녀가 내 일기를 읽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미안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의 일기를 훔쳐본다는 느낌일까? 그녀는 그렇게 느끼고 자신이 나에게 자신을 만나기 전에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 생애에 내 일기를 보고 그런 생각을 가져준 사람. 나의 시도에 같은 울림으로 대답해 준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고, 그녀와의 만남이 내 삶의 어떤 희망과도 같은 에너지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야기를 하며 그녀의 솔직 담백함과 어딘지 모를 그녀의 말막힘은 오히려 그녀를 인간적으로 느끼게 했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그녀를 적절한 속도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천천히 알아감으로서 얻는 그 사람의 향기는 빠르게 알아간 것보다 더 은은하며 오래 지속될 것이다. 나의 향기는 그녀에게 어떤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녀가 느낀 나의 향기란 것도 내 전부는 아닐런지 모르고, 우리는 더 많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향기를 섞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오래… 그리고 또 오래…

그녀를 버스정류장에서 배웅하고 집에 돌아왔다. 이야기를 참 오래 해서 목소리가 갈라졌다. 쉽게 치지는 목소리지만 기뻐서 자꾸 웃음이 나온다. 운명의 신이시여, 어찌 저에겐 이리도 좋은 만남만 주시나요. 깊이 감사드립니다.


미린이가 어제 내 일기를 보고 미팅을 미뤄 주었다. 그런데 수재에게 그 연락을 했을 때 이미 그는 2호선 지하철 안이었고, 나는 그에게 미안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좋은 사람을 지금 만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수재에게 미안함을 표하며, 더불어 미린이에게도 . . .

Your tasteful voice.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오전에 도착해서 문서좀 수정하고 윤택현 소장님이 사주신 맛있는 히레야 우동을 먹고 맨하탄의 상징인 빌딩이 양각된 열쇠고리를 선물받았다. 얼마 전에 열쇠고리를 돈 주고 샀는데 역시 앞일은 누구도 모르는구나 ㅡㅡ;

집에 도착해서 아버지 컴퓨터 연결 공유 시도하다가 잘 안되서 시간 꽤 소비하고 약간 쉬다 보니 저녁먹을 시간. 밖에 나가서 제주 흑돼지 5겹살인지 하는 걸 먹었는데 5겹의 제일 윗 층이 돼지의 피부였다. 구울때 보면 피부 층에 털이 박혀 있다 -_- 면도기로 밀긴 민 것 같은데 너무 역겹다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그 부분의 맛도 너무 느끼해서 얼마 먹지는 못했다.

집에 다시 돌아와서는 상연이 생각을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성적이면서도 중성적인 면이 카푸치노처럼 조화된 달콤한 목소리였다. 그녀와 주고 받은 편지를 모두 읽으며 그녀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사실은 그녀가 다니는 학교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를 않아서 어떤 단서를 찾기 위해 그런 노력을 기울였는데, 결국 얻고자 하는 것은 얻지 못했지만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고 할 그녀에 대한 인상과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 오늘 도착한 문자를 읽어 보니 10시에 전화를 한다고 하길래, 지난 번에는 그녀가 전화했었고, 또 내가 편지를 쓴다고 해 놓고선 아직도 쓰지 않은데다가 오늘 그녀의 편지를 받았다는 약간의 양심의 가책 때문에 그녀가 전화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10 시 보다 5분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녀는 받자마자 희승아 내가 있다가 30분 뒤에 다시 전화할게 알았지~! 하며 짧디 짧은 통화를 끝내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난 번의 술집에 있을 때 받은 전화로부터의 목소리보다 더 깊은 목소리였다. 마치 금방 녹아버리는 비타민 씨의 짜릿한 맛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내 귀에 짜릿하게 남았다.

그녀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30분에서 5~10분 정도 더 지난 시각이었다. 그녀와의 대화는 자칫하면 매우 짧게 끝날 수도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너무 아쉽다고 생각되어서 – 특히 멋진 목소리의 소유자와는 더욱더 그렇다 – 그녀에게 전화 통화가 너무 짧지 않냐고 해서 단 1분 30초 짜리 통화를 1시간 이상으로 늘려놓고 말았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통화끝에 그녀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삶의 스타일이라던가 만남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특히 그녀의 생각의 표현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그녀는 종종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나에게 내 자신의 뜻을 묻곤 하는 것이 나를 그렇게 감명깊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그런 일을 거의 하지 않는데, 그녀는 그것을 통해서 서로의 즐거움을 공유시키는 데 무의식적인 재주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녀를 내일 만난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그녀가 가진 여유의 덕을 볼 것 같은 만남이다. 그 여유속으로 들어가 언제까지고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 6시에는 미린이랑, 수재랑, 그리고 미린이 친구분이랑 만난다. 소위 2:2 미팅이란 것! ㅡㅡ; 새로운 사람을 하루에 두 명이나 만난다니 조금 부담스럽고, 또 상연이가 시간을 그렇게 내 주었는데 짧은 시간 밖에 함께 있지 못한다는데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에 몇번이고 미룰 까 생각했지만, 미린이와 그 친구분을 생각하면 양심의 가책에 대한 딜레마는 더더욱 커져서 결국 어떻게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들은 이해해 줄 수 있을까?

Thru the way I wanna go

학교가서 후배 유진이랑 당구쳐서 2:1로 패하고 (현재 7전 4승 3패) 사진촬영과 감상 수업을 듣고 다시 버스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집에 왔다.

집에 와서는 카메라를 알아 보았다.

맘에 드는 디지털 카메라는 올림푸스 2040z 였는데 이것 저것 알아 봐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좀 더 생각을 해 보니 필름카메라를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필름 카메라를 알아 보았는데 수동 카메라들의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쌌다. (특히 렌즈를 따로 사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었다) 결국 FM2 와 50mm 1.8 표준렌즈 등등을 중고로 40만원 정도에 구입하는 게 어떨까 생각중인데 나에게 팔릴지는 모르겠다. 팔렸으면 좋으련만… (사실 지금 수중에 40만원이 없긴 하지만 월요일날 월급이 들어오니까 어떻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카메라 알아보다가 덕분에 회사일을 하나도 못하고 자게 생겼다.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도 내할일은 다하면서 하니 참 이거 걱정이 태산처럼 불어나는 기분이다.


오늘 경남 형이 SK OK Cashback 사이트 JSP 작업 아르바이트 안하겠냐고 했는데 도무지 시간이 안될 것 같아서 못하게 되었다. 이력서에 좋은 영향을 줄텐데 아쉽다. 담에는 꼭 했으면. . .


사랑에 대하여. 내가 바라는 대로 되기를 항상 갈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왜 나에게 연인이 없나 따위를 생각하기보다는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그 사람들에게 다가서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카사노바적인 발언일까?)

기대.

아침에 버스가 너무 막혀서 30분이나 지각해서 두과목 수업중에 반을 빼먹었다. 휴.. 이젠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나?

버스안에서는 등교와 하교시를 막론하도 눈을 크게 뜨고 입구를 항상 쳐다보았다. 그 사람이 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약간은 불안하지만 어쩌면 만나기 어려운게 더 진짜 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아니까 한숨도 가끔 쉬어 보고, 버스에서 내릴 때는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가 늦게 내렸다.

마침 소설 장미의 이름 하권 앞부분에서는 사랑에 대한 내용이 구구절절이 멋드러지게 펼쳐지고 가슴을 마구 헤집는다. 나를 스토커로까지 만들면서 다가오는 사랑의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대단함에 무릎을 꿇는다.


미린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절실히 필요로 하면서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나를 이리도 답답하게 하는 자 누구인가.

누구라도 좋다는 절망에 빠지면서도 그 순간마저 누군가의 눈빛을 따지는 나의 대단히 높은 미적감각에 기가 차는구나…

I need love, a stupid love. . .

이상형(理想型)

학교에서는 간단히 수업 듣고 공강시간에는 개강 기념 당구 데뷔전에서 후배를 상대로 2승 1패로 누르고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였다.

나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나처럼 두꺼운 안경을 쓴 채로 클리어케이스를 한쪽 손에 든 채 흔들리는 차창을 가볍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두꺼운 안경을 그녀는 여린 손가락으로 자주 올리곤 했다. 화장과 코디 덕에 더 희어 보이는 얼굴. 안경에 의해 굴절되어 작아 보이는 눈. 부드럽게 웨이브가 들어간, 불규칙한 듯 하면서도 균형있게 흐드러지고 빛나는 머리칼.

그녀에게 너무 말을 걸고 싶었다. 꼭 당신을 알게 되고 싶노라고, 반했노라고.

하지만 나는 걸지 못했다. 그녀가 내리는 곳 까지 따라갔어야 옳았는데 그 용기까지는 없었나 보다. 다만 매주 수요일 그 시간에 항상 버스를 타며 그녀를 다시 만나기를 기도하기로 했다.

오늘 밤, 그녀에게 줄 편지를 쓰고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

소중한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

역시 세상엔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 있는 걸까?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어제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너무 실망스러워서 할 말이 별로 없다. 정말 매너없으며, 위선을 증오하는듯한 말투로 위선을 말하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해 두자. 이젠 새로운 만남에 대해 싫다는 기분이 들곤 하게 되어버린 건 아닐까? 지금까지 그리도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왔다는 것을 신께 감사드릴 따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니 좀 더 차분한 생활을 하도록 해야지.

오늘은 학교에서 회사일을 했다. 학교 컴퓨터실에 있으면 왜이리 의욕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너무 건조한 곳에서는 일의 능률이 잘 오르지 않는 것 같다.

라퓨탄 넷의 김갑민 씨를 만났다. 좋은 사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샾 ‘아로마’에서 그와 조금은 어색하지만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요즘은 말이 적어져서 대화가 어색해질 때가 많았는데, 갑민씨와의 만남도 그랬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만남이 있는 날이건, 없는 날이건 나는 일기를 쓴다. 일기를 씀으로서 그 날의 만남으로부터 의미를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만남은 그 시시한 정도와 무관하게 나에게는 깊은 느낌을 선사해 준다. 그래서 내 삶은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고, 내가 만나 온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함도 느낀다. 내가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 각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나를 바람둥이라고 해도 나는 싫지 않다. 그만큼 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니까, 그 의도에서만은 순수하기 때문에 남들이 그렇게 말하더라도 나는 슬퍼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몇 년 전 고교 시절의 그 열정보다도 더 뜨거운 열정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게 어쩌면 당신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들이 그런 가능성 쯤은 갖고 나를 만나 주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바램을 가져도 좋을 만큼 괜찮은 사람일까? 나 자신은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평가할만한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나를 어느 정도까지는 솔직하게 평가해 주었으면 한다. 만약 그 사람이 나를 괜찮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나로서도 조금 더 기분좋게 만날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느끼고 있을 경우에는 그들이 지적한 나의 단점을 생각해 보고 고치도록 노력하게 될 테니까 나는 항상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인평란이라도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다들 참여해 줄 지는 매우 미지수지만. . .

出會い

개강 첫날.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간 하루였다. 조금 피곤해서 수업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빼고는 좋았다. 수업 끝나고는 곧 군대에 가서 휴학한 태현이를 만나서 당구도 한 판 치고 했다. 오래간만에 정보특기자들도 많이 보고…

밤에 세이폴리스 친구들 있나 보려고 SAY CLUB에 접속했는데 왠 이름도 모르는 여자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다짜고짜 반말에 어디 사느냐 확인하고 지금 당장 만나자 한다. 좀 황당하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오늘 만나기는 솔직히 나의 몰골을 보면 불가능할 것 같고 내일 생각나면 전화를 걸어서 데이트 신청을 할까나? 풋…

내가 얻은 것들, 해야할 것들

방학도 오늘로 끝이다.

오늘까지 BROS 코어를 완료해서 Laputan.net에서 준 일을 하려고 했는데 다 하지를 못하고 말았다. 개학해서 바쁠텐데 혹시 짤리고 신용도 무지 깎이게 되는 건 아닐까 괜히 걱정스럽다. 화요일까지 BROS 코어 끝내고 테스트와 함께 Customization과 JSP 코딩에 들어가야 겠다.

수많은 만남, 적지 않은 공부로 나의 대학 5번째 방학을 떠나보냈다. 일을 함으로써 자의건 타의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웠다. 책을 자주 구입해서 소설도 많이 읽고 문학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배웠다.

이번 방학에 못해 본 아쉬운 것이라면 연인 만들기 뿐인 것 같다. 풋…

이제 개강이다. 하던 일을 더 열심히, 치열히 해 나가고 싶다. 그 와중에서 지난날 만났던 그들을 기억하고, 관계를 더 깊고 굳게 하고 싶다.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들에게 기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

자신감 넘치는 기분으로 내일을 맞으며…

모두 화이팅!

진정으로 구함.

동창인 태경이와 호를 신촌에서 만났다. 사실 오늘 약속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는데 어제 알게 되어서 부랴부랴 만날 수 있었다. 회사를 지각해서 회의 끝나고 신촌에 약속시간인 4 시보다 약 10 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호와 나는 태경이 학교 구경 시켜주고, 동아리 방에서 짜장면과 우동을 시켜 먹고 간만의 산책으로 피로해진 몸을 쉬다가 당구장에서 당구를 쳤다. 둘은 50과 30인데다가 사구 당구를 안친지가 오래 되어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결국 승리! ㅡㅡv; 다들 가난한 몸인지라 (나는 오늘 자판기에서 5000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5400원짜리 사이다를 사 먹었다 ㅡㅡ) 돈을 어찌어찌 모아 통닭과 맥주 3000cc를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여자 친구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사실 실로 많은 여성을 이번 달에 만나 본 나이지만 무어라고 그것에 대해 말할 만한 소재는 찾지 못했다. 그냥 이야기를 따라 나의 의견을 말한 정도라고 할까? 예전에는 만남 끝에 허무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만남 끝에는 그 사람과의 오늘을 떠올리는 즐거움에 빠짐으로서 허무함을 거의 없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일도 어느 정도 바쁘고 해서 그런 것을 느낄만큼 여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지금 정말 ‘연인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나에게 주는 따뜻한 포옹 한 번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음에 나는 긍정한다.

나중에는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태경이의 질문에 따라 대답을 하게 되었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 하려면 무슨 무슨 책을 봐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 어떤 책을 보든 그것은 개인의 문제일 뿐이고 결국 많은 책을 읽게 됨으로서 도달하는 곳은 비슷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설명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사실 이런 질문은 나를 미치게 할 정도로 따분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상스레 많은 말이 하고 싶어서 이리 저러 여러 방법으로 설명을 해 주었다. 나의 프로페셔널리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어서인지도.

버스 안에서는 술에 약간 어지러운 머리로 BROS를 생각했다. 몇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차라리 상연이 생각을 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했다. 술집에서 그녀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내일 의정부에서 아르바이트가 5시에 끝나서 늦게 만나야 할 것 같다고 하길래 다음주에나 만나기로 했었다. 내일 저녁에 잠깐이라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 보고 그러자고 할 걸 후회가 된다.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좋아하는 풍이었다. 사실 흔한 목소리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겠지만, 난 그런 목소리가 좋다. 나는 아직도 목이 다 낫지가 않은데다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후회한다. 그녀를 곧 만나게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나의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8월 달 그리도 많이 만난 그들 중에 있을까, 아니면 이번달, 어쩌면 내년?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어떤 사람도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 말하며 나는 오히려 수동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그저 나의 연인이 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내가 다가간 사람은 없었다. 진정 그것을 원하면서 행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난 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

매일매일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쉬지도 않고 하는 나의 모습이 이상하게 처량해 보이지 않는다. 진정으로 구하는 내 모습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