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보다 싫은 외로움

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남들이 나 보다 잘 한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그 사람이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어 있거나,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좋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다. 특히 직접적으로 ‘승부’와 연관된 것들이 그렇다. 한심하지만 바뀌지 않는 지겨운 본성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도 남들을 만나면 웃으며 착하게 착하게 보기도 좋은 모습이 되어 있는 내가 놀랍기도 하다. 내가 이중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사람들은 나를 조금은 쉴 수 있게 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야지.

차라리 세상에 날 화나게 하는 것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PC Game 산업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끔찍한 추위나 더위가 없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괜시리 화가 나고 답답해져서 눈물리 날려고 그런다. 가끔은 모두 다 때려서 깨져 없어지게 해 버리고 싶을 때가있다. 내 모니터, 키보드, 본체… 신물나게 하는 것이다. 차라리 아까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을 때가 좋았어 라며 30분 전의 추억을 회상한다. 정작 이런 화날 땐 지극히 가까운 과거의 일들만 생각나는게 싫다. 며칠 전만해도 은실이를 만났고 재미있었는데, 왜 30분 전에 따분한 제품 설명이 쓰여 있던 책을 보던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걸까.

집에 돌아와 보니 모토롤라 이벤트에 응모한 것이 당첨되어서 캐러비안 베이 이용권이 2장 와 있었다. 처음엔 놀랍고 기뻤는데, 곧 화가 난다. 도대체 이걸 누구랑 같이 가라는 건지.. 난 애인도 없다. 오랜만에 당첨된 경품인데 친구한테 주거나 팔기엔 아깝다. 도대체 외로운 나의 시간에 끼어들은 이 두 장의 티켓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화가 나지만, 난 누군가를 만나고 또 기분이 풀어지겠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사이클 안에서 나의 외로움은 더 커져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