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시험이 있고, 거기다가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프로젝트 웹브라우저 마감인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에서 시험범위를 처음(!) 읽었다. 집중이 잘 되어서 끝까지 읽고 나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시험은 12시이고 해서 친구들이랑 시험에 대해 토론도 할 겸 컴퓨터실에 갔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빈둥거리다가 다들 모여서 열심히 토론하다가는, 토론 끝에 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시험을 쳤다.

시험은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아는대로 열심히 많이 쓰긴 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심각하게 많이 틀린 것 같지도 않고… 기분도 풀겸 재헌이랑 성훈선배랑 당구장에 가서 당구를 한시간 반 쯤 쳤다. 그런데 내가 계속 져서 돈을 좀 많이 냈다. 적게 내는 날이 있으면 많이 내는 날도 있지! 하고 그냥 웃었다 ^^

집에 와서는 열심히 프로젝트를 했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자정이 될 때 까지 아주 기본적인 것만 구현해서 냈다. 프로그램 구조를 복잡하게 – 지나치게 복잡한 것이 아닌 확장성을 위한 – 해서 도는게 별로 없는데도 소스 코드가 1400라인이 넘어갔다. 올해는 정말 소스 코드의 해인지 모르겠다. 올해 짠 소스코드가 거의 20000 라인이 넘어선지 오래다…

20000 이라고 쓰니 왠지 뿌듯하고 기쁘다. 비록 프로젝트를 약간 부실하게 내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만족한다. 좀더 경험을 쌓아서 일할 때는 더 나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어서 서로 웃는 얼굴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PS: 오늘은 너무 바빠서 상념이 안떠오름 ^^;;;

Happy Birthday to You

오늘은 지현이 생일날. 오늘은 틀림없이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테고, 시험 공부로 바쁠 그녀일 것 같았다. 나도 시험 공부와 기말 프로젝트 덕에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생일은 챙겨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뒤로 처음 맞은 생일이니까.

의외로 늦게 일어나서 학교에 도착하니 1시 쯤 되었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는 왜 안걸린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늦게 축하 인사를 하려니 어색하다 생각했다. 선물을 전해주려고 약속을 잡으려고 보니 편지를 아직 쓰질 못했다. 어제 밤에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하다 보니 아직도 쓰지를 못했다. 그래서 선물 줄 마음이 내키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농담을 던지곤 전화를 끊었다

컴퓨터실에 들어오니 다들 피자를 먹으러 간다 한다. 홀로 빈 컴퓨터 실에 앉아서 편지를 써 내려갔다. 오늘은 편지가 생각한 대로 잘 써 진다. 내가 항상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절실히 느꼈던 것들에 대해 썼기 때문이리라. 더 길게 쓰고 싶긴 했지만 두 장 정도를 쓰고 편지를 접었다. 지금 생각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쓰려 할 때 나는 거짓을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글은 짧을 수록 좋다 생각했다.

편지를 선물 상자의 리본에 가볍게 끼워 넣고 꽃집에 가서 해바라기 한 송이를 샀다. 여러 송이 짜리를 하려니 왠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한 송이가 어울린다는 – 희옥이가 가르쳐 준 사실이다 – 해바라기를 골랐다. 처음에 해바라기만 한 줄기 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전혀 아름답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몇 가지 데코레이션을 하니 참 이뻐 보였다. 그녀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으련만…

꽃집을 나오면서 전화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그녀를 만났다. 공부를 하다가 나온 사람 답게 그녀는 옅은 화장, 분홍색 무테 안경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다. 나는 꽃을 건네고 생일 축하한다며 살짝 웃었다. 그녀의 표정은 뭐랄까, 조금은 놀랍고, 꽤나 기쁘며, 한편으로는 미안한 복합적인 것이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뒤, 시험 이야기 따위의 담소를 나누고 나는 선물을 건넸다. 그녀는 돈이 많이 들었겠다며 밥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준다 했다. 다른 사람 들은 내가 선물해도 그런 말 하지 않는데… 정말 기뻤다.

비록 오래 함께 있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그녀 얼굴이 정답기 그지 없었다. 우중충하긴 하지만 정말 기분 좋은 하루다.


저녁때엔 그저께 제줄한 화일처리론 프로젝트 데모가 있었다. 그냥 필요한 만큼 시연하고 좋은 점수를 받고 끝났다. 이제 내일 볼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시험과 내일이 마감일인 같은 과목 기말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꽤나 바빠지는 것 같다.

PS: 선물이 뭐였는지 궁금해 하는 시리에게! U2 Woman 에서 산 상의인데… 이걸 뭐라 부르는지는 잘… ^^; 지현아! 사이즈가 안맞거나, 색이 맘에 안들면 바꿔다 줄게~! 맘에 들길 빌어…^^

Messed up!

서양문화의 유산 시험을 적당히 보고 나와서 쉬다가 현준이랑 밥먹고 컴퓨터실에서 노트 정리 하다가는 정보특기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다섯이서 당구를 두시간 넘게 치는 개가를 올렸다. 나는 다행이 잘 쳐서 단돈 천 원으로 엔터테인할 수 있었지만 좀 많이 물린 재헌이가 걱정이다. 그리고 가방가지러 컴퓨터실에 갔다가 재헌이와 함께 가방들고 밖에 나갔다. 재헌이랑 지현이 생일선물 같이 사고 포장하고 헤어졌다. 집에 와서는 쉬면서 영화정리 하다가 ‘Cube’란 재미 엄청 없는 공포같지도 않은 공포물을 봤다. 오늘 하루 끝.


뭔가 잘 풀리지 않는 것 같다.

혼자 프로젝트 하고 있었는데 선배는 갑자기 같이하자고 난리고…

비록 이겼지만 힘이 너무 쎄서 당구대 밖으로 공 세 번 날리고…

선물 사다가 맘에 드는 거 사려고 돈 꾸고…

오늘도 MSN 메시지 온거 영화 보다가 대답 못하고…

영화 본건 영 이상하고…


현우와 MSN 으로 대화를 했는데 내가 현재 필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연인, MD Compo, MD Player, 공MD 많이, 운전면허, Lotus Elan, 스캐너, 디지털 카메라, 책 많이

제일 필요한 건 역시 연인이라 첫 번째에 썼지만 지금 당장 – 앞으로 3 초 간 일지도 모르지만 – 내 전부를 걸고 사귀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반드시 사귄다는 것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왜인지 사귄다는 것 조차도 어색한 기분이 든다.

나에게 필요한 것 중 물질적인 것이 이리도 많다는 것… 사실 없어도 만족한다면 만족할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난 이리도 많은 것을 원하고 또 그들을 위해 달리고 있다.


기말 시험이 21날 끝난단다. 화요일에 끝났으면 했는데… 그래도 시험간 간격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노력해야 겠다.

Concentration

어제 하다 만 화일처리론 숙제를 마치고 학교에 가서 제출했다. 연구실에 가서 직접 디스켓으로 제출했는데, 생각해 보니 웹으로 제출하는 거였는데, 매일 한 번 이상 푼수짓을 하지를 않으면 내 인생이 문제라도 생겼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어서 가까운 공대 매점에서 나의 단골메뉴를 해치웠다. 날씨도 덥고 힘도 빠져버려서 무언가 할 기분이 나지를 않았다. 지현이 생일이 곧인데 무슨 선물 갖고 싶냐 전화해야 겠다 생각했는데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어서 내일 하기로 하고 컴퓨터실에서 공부를 했다.

기선형은 내가 어제 하던 그 숙제를 지금 하고 있었는데, 잘 되지를 않는지 자기가 개사한 말도 안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어폰으로 내가 원하는 노래를 들어야지 생각하면서도 그냥 저냥 참으면서 결국엔 이어폰을 꼽지도 않았다. 인내심이라고는 할 수 없는 체념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무언가 그냥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내 처지를 이러저러하다고 정해 버리는 것.

그러면서 운영체제 요약 필기를 했다. 오후 5시에 운영체제 퀴즈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퀴즈는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시험공부 하는 셈 치고 천천히 정리를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그랬다. 모르는 과목일 수록 필기를 하면 그 양이 많고 내용이 자세하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다 쓰고 났을 때 실제로 필요한 필기의 양은 훨씬 적다. 그렇게 모든 것이 요약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나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씩은 다른 요약본이 이 세상의 진실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진실을 모른다. 상대적이라 말한다. 어디에도 없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은 틀리지만 비슷한 머릿속의 무언가…

퀴즈는 당연히 망치고 재헌이와 당구 치고 집에 왔다. 와서는 Finding Forrester 라는 영화를 봤다. 개봉한 지 2 주 쯤 지난 영화인데 집에서 씨디로 감상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같이 보기로 한 사람과 꼭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내일은 서양 문화의 유산 시험. 수업을 관심있게 들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나도 안했지만 왠지모를 자신감이 내 주위를 맴돈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내 주위에 있고 내 안에는 없는 것 같다. 자신감, 열정, 자질… 내 안에서 빠져나간 것들을 나는 지금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

1098

오늘은 즐거운 파일처리론 기말 프로젝트하는 날. 2~3인 1조로 하는 프로젝트인데 달리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하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R-Tree 의 고안자가 작성한 논문 달랑 하나. 앞길이 막막했지만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무작정 코딩을 시작했다.

코딩을 하면서 집중을 해서 논문을 읽어 보니까 그렇게 어렵다기 보다는 해석의 난해함(번역본도 갖고 있었지만 거의 직역 수준이어서…) 때문에 진척이 잘 되지 않았다. 나름대로 예제 데이터셋을 가지고 트리를 만들면서 테스트를 하면서 코드를 써 나갔다.

어느새 저녁때가 되어서 엄마가 만들어 주신 맛있는 삼계탕을 먹고, Koyanagi Yuki 노래를 듣다가 다시 코딩을 한지 거의 4시간이 지나서야 어느정도 돌아가는 코드가 완성되었다. 오후 1시 30분부터 코딩을 했으니까 2시간 쉬었다고 해도 8시간 정도 코딩을 한 것 같다. 라인 수는 아직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자그만치 1098라인…

왠지 1000이 넘어가는 숫자에 질려버려서 더이상 코딩하고 싶지 않아 시계를 보니 12시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일기를 쓴다….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하루였다. 누구 다른 사람 하나 신경쓸 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뿌듯하긴 하지만, 이렇게 빡빡하게 죄어진 나를 보기가 싫다.

특히 난희가 메시지 보냈었는데 화면을 못 보고 대답을 못해서 정말 미안했다. 그땐 이미 쉬는 것을 멈추고 프로그래밍중이었는데 ‘쉬는 중’ 을 ‘숙제 중’ 으로 바꾸지 않은 것도 그렇고… 뭔가 아쉬운 여운이 남는 하루.

지금이 사라지기 전에!

수재에게 컴퓨터 과학 입문 정리한 노트 빌려주기로 해서 일찍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영부영하다보니 11시 -_-… 요즘 왜이리 늦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일어나서 웹 사이트를 약간 돌아다니고 있는데 정훈이가 Visual Basic 책을 빌려달라 해서 학교에서 만나기로 하고 학교엘 갔다. 조금 더웠지만 참을만한 날씨였다. 최고 기온이 32도라고 하던데 어제와 그렇게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컴퓨터실에 가서 수재에게 노트를 건네주고 빈둥거리다가 정훈이를 만나서 도서관에 가서 책 빌려 주고 파파이스에서 더블세트를 먹고서는 정훈이랑은 처음으로 당구를 치러 갔다.

내가 당구를 어찌나 못치던지 120으로서 아주 쪽팔렸다. 더워서 땀은 삐질 삐질 흐르고 정말 힘들었다. 한번은 지고 한번은 이겼다. 두번 다 질 것 같았는데 다행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게임 끝나고 끌어 치는 법 강의를 어설프게 하다가 타워 레코드 앞에서 헤어졌다.

타워 레코드에 음반 새로 나온거 뭐가 있나 구경하고 씨디 좀 들어보다가 다시 컴퓨터실로 왔다. 왜 왔냐고 묻는다면 이유도 없었지만 좀 당장 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컴퓨털르 약간 만지작거리다가 힘이 들어서 내 자리에 앉아서 엎드려서 이어폰으로 ELT 의 ‘Every Best Single + 3’ 이라는 앨범을 계속 들었다. 한 20 분 정도 잠도 잔 듯 하다. 왜 이리 내가 무기력하게 느껴졌는지…. 어제 13층 가는 법을 몰라서 헤맨 것은 물론이고 ‘상실의 시대’를 ‘상실의 세계’로 잘못 쓴건 또 무어란 말인가. 말을 해도 실없는 말만 하고, 말길도 잘 못알아 듣고… 더워 지니 집중력이 정말 많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점점 게을러진 것인지… 기분이 무슨 일을 하기에는 영 내키지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서는 하이텔에 잠깐 들어갔다. 지현이가 이용중이라서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그냥 그런 일상의 이야기. 내가 힘이 없는지는 어떻게 알아가지고선, 기쁘다. 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이 좋아져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컴퓨터실을 나왔다.

버스 안에서는 Koyanagi Yuki 의 ‘Expansion’ 앨범을 들었는데, 그 안에 ‘Prove My Heart’ 란 노래가 맘에 들었다. 가사를 들어 보았다.

언젠가 일어날 뜨거운 사건은 틀림없이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것 옛적 이야기를 해도 의미가 없어 Prove my heart! 지금이 없어지기 전에!

너가 찾은 것은 소중한 세계 최고의 멋진 것이니까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거라면 Proove My Heart! 지금이 사라지기 전에!

이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 그것을 나는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오늘 내가 아끼던 사람이 내일 없을 수도 있고, 내가 내일 이 땅에 없을지 모른다. 내가 오늘 저지른 작지만 부끄러운 실수들은 내일이면 과거가 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소중히 하는 나를 갖고 싶다.

지금이 사라지기 전에!

PS: 사진은 Koyanagi Yuki의 ‘Expansion’ 앨범 표지

다짜고짜 편지.

컴퓨터 과학 입문 시험을 보려고 학교에 갔다. 아직 시험 범위까지 나가지를 못해서 공부도 할 겸 12시 쯤 학교에 도착했다.

공부하러 온 수재랑, 언제나 있는 기선형과 셋이서 시험 공부를 했다. 나는 어제 정리하던 노트를 계속 정리했다. 결국 8장까지 할 수 있었는데, 꽤나 기분이 좋았다. 다른 과목도 이렇게만 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배가 고파서 같이 갈 사람을 물색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왔다. 지현이다. 공부하느라 피곤하고 힘든 모양이다. 뭐라고 말을 해 줘야 하는데, 왜이리 할 대답이 떠오르질 않는지 “힘내”, “잘할거야” 라는 말로 일관해야만 했다. 그런 내가 싫었다. 그리고 미안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말 외엔 그다지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왠지 용서가 되지를 않는다.

결국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공대 매점에서 우동이랑 부침개를 먹었다. 먹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마침 난희와 대화한 것이 생각났다. 도서관에서 편지 쓰기… 그래, 어쩌면 좀 더 그게 표현이 잘 될지 모르지! 하고 나는 편지지를 하나 골라서 도서관 휴게실 구석에 앉아 시험 시간을 한시간 남겨 놓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그 느낌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20분 간 나는 3 줄도 쓰지를 못했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이미 연습장의 반을 넘어섰을 때 쯤에서야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편지를 쓸 수 있었다. 시험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그것을 편지지에 옮겨 적고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보았다.

문제가 평이해서 한시간 만에 풀고 편지를 전해 주러 갔다.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 우편함에 넣으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서(-_-;) 13층에 제대로 올라가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만나서 주려고 했더니 메시지가 제대로 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결국 눈에 안띄는 거리의 비밀 장소(?) 에 숨겼지만, 곧 지현이에게 전화가 와서 13층에 올라가는 법을 알아내서 결국 그녀의 집 문 앞까지 가게 되었다. 그녀는 잠깐만 기다리라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어째 편지를 직접 건네주기가 어색하다 생각해서 그것을 문 손잡이에 세워 놓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어디로 사라졌냐고. 편지 한통만 달랑 있더라고. 왜 편지가 한장밖에 없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오랜만에 직접 손으로 써 보는 편지. 악필이었지만 나름대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받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은 편지는 도움이 되지를 않는데… 내 편지는 어떤 편지였을까.

갑자기 편지가 쓰고 싶어서 써서 줘 버리고는 사라지는 나… 상상도 못했던 내 모습을 오늘 보았다. 내 느낌에 나를 맡기고 무언가 생각에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

내 마음속에 아직 남아있음을 확실히 느꼈다.

PS: 사진은 요즘 자주 듣는 Koyanagi Yuki의 싱글 자켓..

Too Much Work

그나마 하나 있는 수업은 대출시키고 한껏 늑장을 부리며 학교에 왔다. 컴퓨터 실에 잠깐 들렀다가 도서관 6층 휴게실에 공부하러 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역시 시험기간이란 도서관을 활력에 들끓게 하는 유일한 때가 아닐까?

내일 시험 보는 컴퓨터 과학 입문 노트정리를 했다. 한 세 시간 가량을 해서 6장을 모두 정리했다. 오늘까지 8 장까지 모두 정리해야 내일 시험범위까지 모두 정리가 될 것 같은데, 일단 배가 고파서 컴퓨터실로 되돌아 갔다. 성훈형과 저녁을 같이 먹기 위해서 성훈형이 교수님 면담에서 돌아올 때 까지 또 공부를 했다. 7장의 2/3 정도를 정리했을 때 쯤 성훈형이 돌아와서 같이 저녁을 먹고 빈둥거리다가 집에 왔다.

빈둥거리지 않고 계속 공부를 했다면 아마 8장 까지는 어떻게든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집에 돌아와서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이 어쩌면 무책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올해 가장 오래 공부했던 날이 오늘이었다고 말한다면 변명이 될까? 정말 힘들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사람이 좀 더 빨리 지치고 좀 더 빨리 싫증내는 것 같다.

내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데 까지 정리하고 나머지는 책을 읽고 공부해서 시험을 봐야 겠다… 평소에 하지를 않았으니 별 수가 없구나. 휴우……


상실의 세계를 다시 한번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해가 더 잘 가는 것 같다. 좀 더 많은 것을 발견해 보고 싶다. 나 자신으로부터.

매일 만날 연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늘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여유도 없고, 잘해줄 자신이 제로라서 오늘도 망설인다. 어차피 서로 연인이 되고자 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 혼자만의 생각이다. 결국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결국 사랑하는 대상이 없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나 자신은 지극히 계산적이고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다.

헌신할 존재가 없으면 자신에게 충실해지기 마련이다. 사실은 서로에 대한 헌신은 자신에 대한 헌신을 내포하기 때문에 훨씬 자신에게 유익한 결과를 몰고 와야 하겠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다짐하지만 결국에는 익숙해지면 질수록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긴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사는 마음으로 좀 더 가까이 바라보아야 할 텐데.

다들 시험은 잘 봤을까…?

PS: 그림은 오늘 설치한 Instant Messenger ‘Jabber’의 마스코트. 리눅스에서도 훌륭하게 작동해서 앞으로 윈도우즈에서 메신저 쓸일이 없어졌다. (http://www.jabber.com)

I Need a Starting Device.

현충일이다. 사실 며칠 그저께까지도 난 오늘이 현충일인지 모르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부터 확실히 신경을 쓰지 않게 된 날짜 감각 때문인 것 같다. 여기저기서 바보 소리를 먹어서 기분이 야릇하다. 싫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바보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한 것이 싫지 않았다.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보란 소리를 – 그것이 선의였건 악의였건 – 듣는다면 난 본능적으로 싫은 기분이 든다. 사실 기분이 별로 안 좋을 때라면 누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어도 기분이 상하겠지만 요즘은 기분이 나쁜 날이 거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려고 보니 위에 별로 찍지도 않는데 비싼 돈을 주고 산 레이저 프린터가 떡하니 내 책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단 프린터를 다른 컴퓨터 옆에다가 놓고 복잡해져 있는 책상을 정리했다. 쓰지 않는 종이조각과 MD 케이스를 모두 처분해버리고 걸레질도 하고 하니까 훨씬 좋은 분위기가 되었다. 청소하면서 생각해 보았는데 MD 케이스는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 것일까. 노래 제목이 궁금하다고 해서 케이스를 꺼내서 일일히 확인해 볼 이유까지는 없다.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케이스가 없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MD 를 파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청소를 하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할까 했지만 왜이리 내키지를 않는지. 난 정말 이상한 병에 걸렸다. 끔찍한 게으름뱅이의 최후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일은 필히 도서관에 가서 나오지 말도록 해야 겠다. 한번 책을 잡으면 열심히 하는데 어째서 책을 잡기를 싫어(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저녁을 먹고 쉴 겸 “Enemy of the State”를 봤다. 꽤나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역시 제리 브룩하이머는 짜증나는 놈이다. 아시아인을 어째서 그따위로 표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난다. 어짜피 그 녀석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리라.

뭔가 일이 잘 된다는 느낌이 들지를 않는다. 좀 공격적으로 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휴… 다들 자기 일들 잘 하고 있을까…?

PS: 사진은 Every Little Thing 의 앨범 ‘eternity’ 표지.

A Long Phone Call

오늘은 서양문화의 유산 시험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라면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시험 두 시간 전인 새벽 7시에 시험 장소에 도착했다. 열심히 책을 보고 있다가 불현듯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후배에게 시험 오늘 보는 거 맞야고 물어 봤다. 그의 대답: “시험은 다음주고 오늘은 종강일인데오…” … … … … 아 왜이래 나…

벤치에 앉아서 마구 졸면서 하늘도 보고 하다가 수업시간이 되어서 수업을 듣고 컴퓨터실에 와서 내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니 일기장에 왠 영어로 당신은 해킹당했다(?) 라는 일기가 올라와 있었다. 각종 시스템 로그를 다 뒤져 봤는데 시스템 자체에 침투한 것이 아니고, 일기장 관리자 권한만을 획득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웹 서버 로그를 보고 IP를 알아내고 추적을 해 보니 인천 남구의 무슨 게임방 같았다. 어째 영어 문법이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어쩌면 내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우선은 이 일기장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서 여러가지 원인을 생각해 보았는데, 원인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몇 주 전에 웹 서버 설정을 잘못 해서 이 사이트에 있는 CGI Script의 소스 코드가 웹 브라우저 상에 노출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사람이 암호를 적어 두었다가 그 암호를 이용해 당당히 일기를 썼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일기장, 방명록, 좋은글란의 모든 암호를 랜덤 암호로 교체했고 다른 여러 공용 서비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암호도 랜덤으로 바꾸어야 겠다. 정말 골치가 아프구나…

하여튼 문제도 수습되고 수업도 여러 과목들이 종강을 해서 일찍 끝난 덕에 일찍 일어난 덕에 수척해진 몸을 의자에 기대고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수재랑 같이 하기로 한 프리랜싱 구직 광고도 다시 한번 올려 놓고 SCJP 이야기도 하고… 그럭저럭 재미있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는 내가 싫어하는 오징어회랑 골뱅이가 있어서 생선이랑만 맛있게 저녁을 먹고 Mission Impossible 1도 보고… 풀볼륨으로 사운드를 틀어놓고 보니까 실감나서 좋다. 다음부턴 방문 꼭 닫고 오늘처럼 봐야지…


속상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옛날엔 전화 거는데도 왜이리 힘이 들었는지. 하지만 이제는 심호흡 한번! 하면 걸 수 있는 사람이다. 전화를 해도 편할 수 있고… 내가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바보 쯤이야 천번이고 더 될 수 있지… 무려 30분이나 통화했는데 아마도 올해 최장 통화 기록일 듯 싶다. 작은 두통과 김격의 미소.

PS: I-Book 사고 싶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