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T

일기대로 자기 전에 Miss Congeniality 란 영화를 봤는데 스토리도 엉망이고, 재미도 그냥 그렇고… 그렇고 그런 영화였다.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유정이 숙제 도와준다 했는데 깨고 보니 12시다. 후다닥 샤워하고 아침먹고 숙제를 해 줬는데 의외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버그도 종종 발생하고 해서 짜증이 났다. 짜증날 바엔 아예 돕지를 말던가 했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다. 역시 초심자에게 컴퓨터 공부는 숙제 따위에 쫓기지 않는 방학 기간에 하는 것이 제일이다.

유정이 계산기 숙제를 대충 마무리 지어 주고는 내 숙제를 했다. 운영체제 Pipe programming 숙제랑,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LISP 숙제를 했다. Pipe 는 열심히 해 보려고 했는데 책을 급히 읽으려니 원서라서 잘 들어오지도 않고 해서 간단히 해결하고 LISP 을 했다. 생판 모르는 언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다가 숙제로 내 준 두 문제중 한 문제랑 똑같은 일을 하는 소스 코드를 찾아서 그것을 분석하게 됨으로써 다른 것들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창 밖에서는 축구 응원 함성 소리가 들려오고… 어느덧 저녁이 되어버렸음을 깨달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숙제를 한다라…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으면 한다. 자주 쉬기도 하고, 일이 끝나면 외출도 자주 하고 싶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꽤나 바쁠텐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리런 거 알면서도 다짐해 본다.

난희와 후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후회를 하면 다음 번에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어느 길을 택해도 결과가 같을 수도 있고, 새로 택한 길이 더 나빠서 절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순간 한순간 수많은 결정을 하지만 누구도 결과에 대해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한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라고 해서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동전이 내가 원하는 면을 비춰 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한다. 우리가 하는 후회도 그런 것 아닐까? 우리가 후회를 하고 안하고를 정하는 것 마저도…

후회하지 마세요… 당신은 잘 하고 있으니까…

PS: 사진은 Kiss Destination의 보컬이자 코무로 테쯔야씨의의 아내인 – 아직 결혼을 안했을지 모르지만 – 요시다 아사미 씨…

정보 선택론

어제도 이야기하다가 네 시에 잤다. 피곤해서 잘려고 하는 찰나에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잠이 다 달아났다. 잠도 편히 자고 참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다. 여전히 잘 되지를 않는다.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온갖 노력 끝에 GUI 가 뜨게는 했는데 업로드를 조금만 빨리 하면 다운되는 문제는 해결이 되지를 않았다. 결국에는 커널 2.4.3 버전에 있는 RTL8139 드라이버로 2.4.5 에 있는 드라이버를 교체해서 해결했다. 버전이 높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명제가 너무 싫다. 항상 사람들은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법인데, 결과가 항상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니… 나도 어느 날엔가 열심히 했지만 질타 받을 날이 찾아오겠지. 그 때 사람들이 내 노력을 이해해 준다면 고맙겠다.

컴퓨터도 고쳤겠다. 상쾌한(?) 마음으로 어제 하던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숙제를 마저 했다. 그렇게 신선한 숙제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하다면 간단하지만 마음 먹은 만큼 복잡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즐거Ÿm다. 오늘 반 쯤 끝냈으니까, 내일 2/3 까지 끝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른 숙제들도 점점 마감일을 향해 달려드니 초초한 기분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컴퓨터도 복구됐겠다, 하드디스크에 있던 영화 중에 자막 있는 걸 전부 씨디로 만들었다. 한 편에 씨디 한 장에서 두 장. 내가 평생 쓴 일기는 씨디 한 장은 커녕 1/3 장이 되기도 힘들다. 개인이 다룰 수 있는 정보의 한계란 그런 것이 아닐까. 그 작은 개인이 모여서 거대한 지식의 바다를 이루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도대체 우리의 위치는 어딘지, 정보의 크기가 얼마만한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꼭 우리가 모든 정보에 대한 액세스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에게 있는 ‘욕망’이란 것이 자신이 뻗칠 수 있는 것들의 범위를 늘리고자 애쓰는 것 같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에게 이 정보 세상은 천국과도 같은데, 나는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해서 유감이다.

오늘 저녁엔 영화를 보고 자야지. 700 mb를 수 kb 이하로 압축하는 우리 두뇌의 경이를 구경하러…

A bit more

어제 일기를 쓰고 있는데 MSN에서 이용자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 그녀의 닉 네임은 ‘바보!!’ 였다. 우리 홈페이지에 자주 들러주시는 분과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이런 저런 자기 소개도 하고, 일기 이야기, 서로에 대한 이야기, 사랑이야기 등을 새벽 네 시까지 계속 했다. 오히려 서로 잘 모르면 솔직해 지는 걸까? 참 솔직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눠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내가 모르던 나의 한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감사를!

9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세 시에 enkol 에 가서 하게 될 일에 대한 브리핑을 받으러 가야 하긴 하지만 시간이 하도 많이 남아서 빈둥거렸다. 아침을 먹기도 귀찮고 해서 아침겸 점심을 먹기로 하고 ‘7가지 유혹’이란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오래된 영화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서 신선한 맛은 떨어졌지만 ‘자기 자신을 바꾸기려 하지 말고, 마음을 바꿔보세요’ 라는 엔딩곡 가사는 꽤 맘에 들었다. 난 모모모모 한 사람이 될거야! 난 모모모모 할거야! 하다 보면 결국 자기 본성에 못이기는 것 같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옷을 반 쯤 입었을 때 전화가 왔는데 enkol 에서 다음 주에 만나자고 한다. 입던 옷을 다시 벗고 이번엔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프로젝트 숙제를 했다. 4시 쯤 까지 1/3을 끝내고 침대위에 누워서 쉬다가 잠이 들어서 일어나 보니 5시. 한 시간 쯤 잔 걸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니 숙제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영화 씨디좀 만들었다. 이제 나의 소장 영화는 66편이 되었다. 늘어가는 저 씨디들을 언제 다 볼까…

최근 내 리눅스 컴퓨터가 업로드를 너무 빨리 오래 하면 다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고쳐보겠다고 이짓 저짓 다하고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도 하고 재부팅을 했는데 GNOME Desktop이 안뜬다. 프로그래밍도 못하고 할 일이 없다. 아휴… 컴퓨터가 이렇게 속을 썩이네… 고칠 수도 없고. 답답해도 공짜니까 참자라는 건 너무 무모한 것 같다. 하긴 매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쯤 감수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저녁엔 오랜만에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했다. Favorites 란의 내용을 대충 채웠는데, 세부 내용을 채우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이것 저것 솔직히 잘 적어봐야 겠는데, 원하는대로 생각을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다. 최근에는 그것이 더 심해서 객관적 내용이나 좋다 싫다 정도의 표현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삶이 확실히 무디어졌음을 느낀다.

조금 더 성실히 조금 더 경험하고 조금 더 느끼고 조금 더 생각하고 싶은데.

PS: SIAM SHADE 의 최근 싱글 ‘Life’의 표지.

Connection in Myself

오랜만에 MDR을 충전해들고 등교했다. 며칠 전에 산 수미 세이코씨의 음악을 듣곤 했지만, 오늘은 왠지 테크노가 듣고 싶어서 move의 ‘operation overload 7’ 이라는 앨범을 들었다.

이어폰을 꼽으면, 그래서 볼륨을 높이면 나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입의 벙긋거림일 뿐이고, 나와 그들 사이에는 엄연한 거리가 존재하게 된다. 버스 엔진의 굉음은 소소한 진동으로만 느껴질 뿐이고, 나는 이 공간으로부터 격리된다. 일종의 진공상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우리가 몸을 움추리는 것은 몸을 활짝 펴기 위해서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음악의 진공상태로부터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상쾌함을 여러 번 느껴봤기 때문에, 열린 이 공간, 저 사람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몇번이고 다시 이어폰을 꼽고 볼륨을 거의 최대로 올려 격리되곤 하는 나를 나 자신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남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능처럼 음악에 먹혀들어가는 그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왜 사는지, 내가 어떤 일을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기로 한 지 꽤 긴 시간이 지났다. 사실 그 이유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이유 – 예를 들면 학점을 위해서 따위 – 로 매듭을 지어버리고 일을 해 내 왔다. 사실 일을 하면서 그 일에 대해 지적 호기심이나 재미도 느꼈다. 하지만 난 계속 이렇게 살기에는 너무 외롭다.

과학자가 어려운 공식을 줄줄이 외우며 이론을 정립할 때, 그것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일 수도 있고, 어쩌면 세계를 구한다는 원대한 희망의 발현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부여받은 일들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으로 이해하고 행한다면, 청소년기의 나처럼 어떠한 고민이나 방황도 있었을리 없다. 또한 나는 인류를 위해 일할만한 거대한 포부에는 관심도 없다. 나는 그저 연결되고 싶다. 나라고 하는 작은 계와 너라고 하는 나만한 크기의 계를 연결하는데 내가 할 일이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일과 내 욕구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나는 아직 모른다. 왜냐하면 내 일이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숙제나 시험공부 등이 내 욕구에 도움이 되는가? 예! 또는 아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해야 할 일들이 초래하는 고통을 감내하고 그것을 성공으로 이끌어 와야 했던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나는 국지적 인내와 성취를 경시해 왔다. 그리곤 더 큰 것, 더 멋진 것을 향해 달음박질쳤다. 그러나 2/3 쯤 도달했을 때 쯤엔 또다시 더 큰 것, 더 멋진 것이 내 앞에 나타났고, 나는 결국 어느 것도 완전히 또는 원하는 만큼 성취하지 못했다.

내가 그 일을 해야만 하는 본질적이고도 정당한 이유를 대 봐! 라고 외치며 작은 일들을 부정해서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그것은 내 열정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PS: 엘란 사고 싶다…;

15 Minutes

며칠 전 부터 지현이가 ICQ 에 접속한 모습을 볼 수 없다. 다음 주가 기말 시험 기간이기 때문이다. 항상 열심히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저런 사람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자주 보지를 못하니 왠지 자주 대화하던 사람을 멀리 떠나보낸 것 같아 허전했다. 하이텔에 접속하면 자주 보는 사람들의 접속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그녀를 어제 가까스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아서 반가워하면서 그녀가 건네는 오늘 만나자는 말. 얼마만인지! 비록 시험 공부 때문에 책 돌려주고 시사회 표만 선물하고 다시 들어가봐야 한다지만 왜이리도 기쁜지 몰랐다.

오늘 3시에 그녀를 만났다. 책을 건네 받았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다이어리에서 뜯어낸 종이에 보라색 펜으로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거기에 시사회 가는 법과 짧은 편지가 적혀 있다면서, 자기 없을때 보라며 수줍은 듯 책을 덮고 나를 돌려보냈다. 고맙다,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왠지 나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대신 시험 끝나면 재미있게 놀자고 말해 버리고 4시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돌아갔다. 오는 길에 그 쪽지를 읽어 보았는데 그녀의 솔직함이 베어 있어서 참 기뻤다. 나도 언제 손으로 편지를 써 보내야지…

6시에 수업이 끝나고 연세일본문화연구회 JPT 스터디 모임에 갔는데 사람이 적어서 그냥 회원들끼리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다가 왔다. 오늘은 한 여자분을 처음 뵈었는데, 꽤 친근한 분 같았다. 나와 같은 학번인데 휴학중이시란다. 공대 앞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영화를 같이 볼 현준이를 만나러 공대 로비로, 그녀는 학교 밖으로 나갔다.

현준이를 만나서 전공설명회 잠깐 들러서 공짜 피자 얻어먹고 시사회에 갔다. 처음 가 보는 정동 A & C 는 시청역에서 의외로 꽤 먼 곳에 있었다. 화면은 상당히 컸는데 음향 시스템은 녹색극장에 비해 약간 떨어졌다. 자리는 넓어서 좋았다. 시사회라서 그런지 광고나 트레일러 없이 곧바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 제목은 15 Minutes 였는데, 실제로 영화 내용과 제목 사이에는 별다른 관련이 없었던 듯 하다. (마지막에 15분 이란 말이 한 번 나오는데 그 15분 동안 일어나는 일이 영화의 주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내 머리로는 잘 파악이 안된다. 다시 봐야 알 것 같다)

이 영화는 올리버 스톤 감동의 Natural Born Killers 와 비슷한 매스컴 풍자 영화였다. 영화 자체의 화면 효과는 NBK 쪽이 훨씬 우수하다. 15 minutes에서는 캠코더의 화면 효과를 통해 화면의 변질이 일어나지만 그것이 사실 왜곡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스토리상 대립하는 살인자와 경찰들이라는 구도 때문에 매스컴에 대한 질타의 정도가 NBK보다는 약했다. 물론 이렇게 NBK와 비교하기만 하면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NBK에서는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흥행적 요소들이 가미되어서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지현이도 같이 봤으면 같이 이야기하면서 좀 더 생각을 정리해서 멋진 평을 썼을지도 모르겠는데 풋풋… 요즘은 생각이 밤의 길이 처럼 짧아졌는지도 모른다. 시사회를 갈 수 있도록 해 준 지현에게 고맙다는 말 변변히 못하고, 담에 만나면 잘 해 줘야 겠다… 맘 먹은 만큼 사람을 대하기는 힘들지만.

To Voice, To Exit

오늘 첫 수업시간인 서양 문화의 수업 시간. 유난히 학생들이 지각을 심하게 한다. 교수님은 화가 나셔서 문을 잠그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Exit or Voice(이름은 정확하지 않음) 이론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어떤 트러블이 발생할 때 사람들은 보통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고 한다. 첫번째는 Exit 이다. 그들은 트러블이 발생하면 소리없이 그것으로부터 빠져나간다. 근래 한국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해외 이민 러쉬 등이 이와 비슷한 경우이다. 두번째는 Voice 이다. 그들은 현실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트러블을 떠나지 않는다.

Exit 하느냐 Voice 하느냐. 교수님은 며느라와 시어머니의 대화를 써서 Exit 와 Voice 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셨다. 며느리가 “시어머님 피자 먹으러 외식가요~!” 했을 때 시어머니에게 피자가 입맛에 맞을리 없다. 그러나 별 말없이 그냥 외식 갈 마음이 없다고 하는 시어머니는 Exit 형이고, “난 피자따위 입맛에 맞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하고 화를 내는 시어머니는 Voice 형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Exit 가 더 온건한 방법이라고 생각될 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Voice 는 문제점을 들추어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서로간의 대화를 열어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Exit 는 문제의 해결은 전혀 이루어 지지 않고 서로 간의 벽만 깊어질 따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생활하면서 얼마나 여러번 Exit 하는지. 얼마나 Voice 에 대해서는 수줍게 생각하는지.

오늘도 모두에게 내 마음을 보이고 싶다. 모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 당신은 어디가 부족한지. 어떻게 보완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훨씬 삶이 윤택해 질 텐데.

PS: 요즘은 일기를 짧게 짧게 쓰게 되네요. 이게 더 솔직하게 표현이 잘 되기도 하고, 요즘 몸이 피곤하기도 해서요 ^^

Don't Leave for Japan

어제 12시에 잤음에도 불구하고 숙면을 취하지 못했는지, 첫 수업시간부터 졸았다. 처음부터 꼬이는구나. 재헌이와 강의실에 나와서는 가볍게 당구 두 판 치고, 재헌이가 내 생물학 책을 제본한다 해서 맡기고, 점심 먹고 화일처리론 수업을 10 분 정도 듣다가 나와서 쉬다가는 다시 컴퓨터로 당구 대결하다가 마지막 수업인 운영체제 수업마저 빼먹는 개가를 올렸으니, 이는 3학년 1학기 초유의 일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재헌이네 집에 가서 재헌이 애인의 어머님께서 보내 주신 굴비를 구워 먹고, 가는 길에 산 과자와 콜라를 마시며 나는 파일처리론 공부를 하고, 재헌이는 회사일을 했다. 집에 가기 전에는 재헌이와 함께 WinAMP의 Visualization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헤어지면서 오늘 우리가 낭비한 막대한 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집에 가면서, 아니 오늘 내내 줄곧 토요일에 만난 그 요오꼬씨를 생각했다. 나의 추측이 – 확신에 가까운 – 맞다면 그녀는 지금 혼자다. 매일 우리 학교 어학당에 등교해서는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와서 여유 – 넘쳐서 주체할 수 없으리만치의 – 를 흘려보낸다. 한국어는 아직 거의 할 수 없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생활 반경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게 뻔하다. 나는 그녀를 돕고 싶다. 오늘도 연락이 와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어제 저녁에는 어떻게 한국말을 가르쳐 줄 지에 대해서도 여러 번 생각해 보았다. 매일 만나서 내가 낭비하는 그 시간을 그녀가 한국에 머무르는 귀중한 시간에 이용해서 서로 도움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몇번이고 생각한다.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한 달 뒤에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한국이 아마 적응이 되질 않고, 한국어도 진척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현지인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잘 할 수 있을텐데, 소개시켜준 분에게 어서 연락을 해야 겠다. 그녀가 한국에서 보낸 한달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니까, 또 어쩌면 열심히 도와주면 한국을 떠나지 않아도 될 수 있을 지 모르니까…

One and Three Zeroes

드디어 오늘, 1000 히트 날이 될 것 같네요. 이 사이트에 자주 방문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서 특별히 오늘은 일기라기 보다는 편지 형식으로 꾸며보고자 합니다. 사실 오늘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만 조금 해서 별로 쓸 일도 없고요.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비슷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제가 바라보고 있는 달빛이 같은 것이고, 내일도 어김없이 같은 햇살이 우리의 얼굴을 뜨겁게 달궈줄 것입니다. 당신과 저는 함께 일기를 쓰며 – 누구나 매일 일기를 씁니다 – 하루를 정리합니다. 저는 당신을 생각하며 일기를 쓰고, 당신은 저를 생각하며 이 곳을 방문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거미줄처럼 연약하지만 끈끈한 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글픈 거미들이 외로이 눈물을 분비하듯 만들어 낸 줄입니다. 그 곳엔 거미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친구와 헤어져야만 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놓쳐야만 했던, 힘들어도 참아야만 했던 기억들이 모여서 실을 만들고 그렇게 연결한 것이지요.

앞으로도 이 시간이 계속되길…

절망을 딛고 인연, 사랑, 신념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기를…

Ever Yours, 희승…

PS: 1000번째 방문자님과 데이트라도 해볼까나 ^^. 그림은 지현이의 1000히트 축하 그림.

Gonna Go

어제 일본인 친구 만나는 것 때문에 전화가 와서 오늘 만나기로 해서 2시에 신촌엘 갔다. (생각해 보니 그 한국 분 이름을 아직도 모른다.)

일본인 누나가 한 분 계셨는데 이름이 무슨무슨 요오꼬 였다. 이름 외우기 정말 힘들다. 더워서 그런지 집중력도 떨어지고 긴장도 되고.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말 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고요한 듯한 눈동자, 차분한 목소리. 지난 번에 만난 여자애들 보다도 더 못하는 한국어였고, 우리는 아예 일본어로 대화했지만, 그녀가 나는 더 인간적이고, 삶의 향기를 아는 사람이라 느꼈다. 꼭 계속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다.

길 듯 하면서도 짧은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헤어졌고, 그녀는 “다시 만납시다” 라고 일본어로 말했다. 그녀 말대로 꼭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생각했다. 어쩌면 나의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보고 별로 밖에서 할일이 없어서 집에 와서 쉬었다.

TV 에서 굳 윌 헌팅을 보았다.

당장 신촌에 가서 차마시고 이야기하고 싶다. 심야 영화라도 보고 싶다. 나를 그나마 많이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곳이니까.

Love is Warplace

원래는 일하게 될 회사에 가려고 했으나 이야기를 해 본 가야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가지 않았다. 가지 않는 동안 무슨 지령이라도 떨어져야 할 텐데 답답해 죽겠다. 돈을 빨리 벌고 싶은데.

오늘은 신촌 문화 축제 둘째 날. 행사 시작 예정 시간인 12시 30분에 정확히 행사장에 도착했다. 1시간 쯤 기다려도 행사는 시작할 줄을 모르고 땀이 계속해서 조금씩 났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학교에서 컴퓨터를 했다. 점심도 굶으며 그냥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있었다.

5시에 현준이를 만나서 같이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영화 ‘Enemy at the Gates’ 를 봤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비유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했다. 일단 전쟁의 절박함, 무자비함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완만한 영상이 초반에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비해 둔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주인공과 그 여자 빼고는 다 바보인가. 나쁜 사람인가. 정말 그렇게 그려야만 한단 말인가. 제일 불쌍했던 사람은 그 안경 쓴 장군(영화 초반에 진급되었으니까)이었다. 세상이 정말로 불공평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사람. 코니그 소령은 어떤가. 그가 그렇게 죽어야 할 이유가 있기라도 한가. 정의의 응징이라도 된단 말인가. 엔딩에 죽을것 같던 여자가 살아났고 그 둘은 해피엔딩으로 이쁜 사랑을 하며 잘 살았습니다~!??

확실히 사랑에 기뻐하는 자 만큼이나 사랑에 절망하는 자도 많다. 나도 몇 번은 절망했던 것 같다. 쓸데 없는 합리화나 투사도 해 보고, 내 잘못이라 탓해보기도 하고. 어딘가에서는 그녀가 다른 누군가와 쉽게 사랑에 빠지곤 하기도 했다.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그렇게 사랑이란 것은 전쟁만큼이나 잔혹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