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ntration

어제 하다 만 화일처리론 숙제를 마치고 학교에 가서 제출했다. 연구실에 가서 직접 디스켓으로 제출했는데, 생각해 보니 웹으로 제출하는 거였는데, 매일 한 번 이상 푼수짓을 하지를 않으면 내 인생이 문제라도 생겼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어서 가까운 공대 매점에서 나의 단골메뉴를 해치웠다. 날씨도 덥고 힘도 빠져버려서 무언가 할 기분이 나지를 않았다. 지현이 생일이 곧인데 무슨 선물 갖고 싶냐 전화해야 겠다 생각했는데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어서 내일 하기로 하고 컴퓨터실에서 공부를 했다.

기선형은 내가 어제 하던 그 숙제를 지금 하고 있었는데, 잘 되지를 않는지 자기가 개사한 말도 안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어폰으로 내가 원하는 노래를 들어야지 생각하면서도 그냥 저냥 참으면서 결국엔 이어폰을 꼽지도 않았다. 인내심이라고는 할 수 없는 체념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무언가 그냥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내 처지를 이러저러하다고 정해 버리는 것.

그러면서 운영체제 요약 필기를 했다. 오후 5시에 운영체제 퀴즈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퀴즈는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시험공부 하는 셈 치고 천천히 정리를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그랬다. 모르는 과목일 수록 필기를 하면 그 양이 많고 내용이 자세하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다 쓰고 났을 때 실제로 필요한 필기의 양은 훨씬 적다. 그렇게 모든 것이 요약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나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씩은 다른 요약본이 이 세상의 진실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진실을 모른다. 상대적이라 말한다. 어디에도 없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은 틀리지만 비슷한 머릿속의 무언가…

퀴즈는 당연히 망치고 재헌이와 당구 치고 집에 왔다. 와서는 Finding Forrester 라는 영화를 봤다. 개봉한 지 2 주 쯤 지난 영화인데 집에서 씨디로 감상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같이 보기로 한 사람과 꼭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내일은 서양 문화의 유산 시험. 수업을 관심있게 들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나도 안했지만 왠지모를 자신감이 내 주위를 맴돈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내 주위에 있고 내 안에는 없는 것 같다. 자신감, 열정, 자질… 내 안에서 빠져나간 것들을 나는 지금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