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취미처럼

Shawn Kane – Mistreated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인지, 요즘 퇴근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퇴근 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늦게 퇴근하는데 원하는 결과를 다 보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퇴근 하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 자체가 크고 개선의 여지가 많다 보니 개발이 즐겁다. 실제 서비스에 들어갔을 때 제대로 동작할 수 있을지는 완벽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 실력을 믿으니까 어떻게든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소 자신감에 찬 거만한 말투 -_-)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잃고 일상으로부터 그것을 괴리시키기 시작한다. 어떤 경우에는 기본 지식의 부족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건강이나 회사의 시간적 압박으로 인해 그렇게 변해가는 일도 많은 것 같다. 가끔 전임자의 코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Java 라는 플랫폼이 가진 잠재력과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조금만 더 잘 알고 있었더라면, 개체지향 설계에 대해 조금 만 더 관심이 있었더라면 더 즐겁고 효율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람은 모든 것을 알고 살아갈 필요는 없지만, 어떤 지식은 반복된 일상을 깨뜨릴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을.

그래서 말이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누군가의 말은 나에게는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발견이 끝나지 않는 이상 그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수능을 앞둔 고민많은 고3에게 바침

Towa Tei – Butterfly

지금 너가 하고 있는 그 말이 바로 너 자신이고, 그것은 어떤 결함이나 장애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아야 해. 사람은 누구나 할 말을 쉽게 잃는단다. 어느 순간 많은 것들이 답답하고 표현할 수 없을 때가 있어. 너는 사라진게 아니라 생의 긴 시간중에 아주 잠깐, 마치 바다위 배의 순간 정전처럼… 그런 힘든 일들은 어떻게 보면 제대로 생각해 보기도 전에 지나갈거야. 정전이 길다 하더라도 평상시처럼 곧 다시 전기가 들어올 거라는 자연스러운 생각을 해 보렴.

모든 것은 너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거란다. 심지어는 나 조차도, 그리고 네 주위의 사람들도. 서로가 서로를 위해 공유면을 만들어 나가자. 하지만 서로를 아프게 하거나 구속하지는 말자.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고 있을 수 있도록 스스로 강해지자. 그 강함은 강철의 단단함도 아니요 고무의 끈질김도 아니라 바로 모든 핏자국을 씻어내고 갈증을 축일 수 있는 부드러운 물살이라고 생각하자.

윤진아 힘내!

두장의 티켓, 하루키, 그리고 다모

BOO – Million Dollar Hotel

나에겐 두 장의, 그러니까 두 사람이 볼 수 있는 ‘성시경, 이소라, 박효신의 10월의 눈내리는 마을’이라는 콘서트 표가 있었다. 이 표는 수정이라는 친구와 보러 가기로 하고 구입한 것인데, 이 친구는 나에게 별다른 말이 없었고 당일에조차도 전혀 연락이 없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정말 보고 싶어 했던것 같았는데, 내가 연락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까맣게 잊어버렸나 보다.

어쨌거나 유정이가 보고 싶어했는데, (유정아 미안해) 결국 티켓은 다른 커플에게 넘기고 말았다. (이 결과가 있기까지 많은 사람에게 접촉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보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어쩌면 당연히 내 자신이 보고 그것을 향유했어야 했다는 미련도 남아 있지만… 내가 보고 싶을 때 그것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라도 좋다. 반복 된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당장은 억지로 보기 싫었다.

오랜만에 그 티켓을 전해주기 위해 후배 현우를 만났다. 후배 동우와 저녁을 먹은 뒤 신촌에 도착하면 주려고 했는데 일찍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예전의 현우보다 머리가 좀 더 길어긴 것 외에는 변함 없는 모습이었다. 동네 아저씨같기도 하고 날라리 소년 같기도 한 그지만 역시 그는 ‘좋은 사람’ 이라는 느낌 안에 머물고 있었다.

파파이스에서 저녁을 먹고는 하루키 모임에 나가려고 했다가, 결국 동우와 컴퓨터실에 눌러 앉아 다모를 마지막 화까지 보고 말았다. 재미있어서 나름대로 좋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루키 모임에 나가려고 여러가지로 신경 쓰고 나왔는데 컴퓨터실에 눌러 앉게 되어 아쉬움도 있었다. 다음 번엔 모임 꼭 나가야지 하고 다짐해 본다! (-_-)

완벽한 하루

Bonnie Pink – Tonight, the Night

6시 20분쯤 일어나 샤워를 하고 듣고 싶은 앨범을 다운로드 받아 PDA 로 전송한 뒤 아침을 먹는다. 잠깐 쉬다가 한약을 마시고 양치질을 마친 뒤 PDA와 책을 챙겨 거리로 나간다. 만원 버스에 서서 음악을 듣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 자리가 나면 앉아서 PDA 에서 전자 책을 읽는다. 가끔 내 앞에 선 어여쁜 아가씨가 나를 내려다 보는 모습도 힐끗 스쳐보며 내가 이 사람들을 내려다 볼 때를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어여쁜 미소년은 아니지만 어쨌든 상상하는 것은 재미있다.

일이 끝나 서점에 들러 볼만한 책이 없나 기웃거리다가 한 권 사들고 지하철에 탄다. 다시 곧 자리가 생기면 앉아서 그 책을 읽다가 버스에 몸을 싣는다. 집에 돌아오는 588-1번 버스는 항상 자리가 있어서 쉴 새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집에 오면 9시가 넘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부모님이 쪄 주신 고구마를 어느새 길게 자란 손톱으로 정성을 다해(?) 조심스럽게 깐 뒤 방금 슈퍼 에서 사 온 우유와 함께 먹으며 약간을 휴식을 취하다가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의외로 이런 삶이 꽤나 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것이 자신에게 충만해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때 말이다. 모든것에 제 위치에 놓여져 있는 근사하게 정리된 서재처럼 자신의 인생도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제대로 놓여지거나 정리된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쉽게 만족하는 실수를 한다. 뭐, 가끔은 스스로에 대해 관대해질 필요도 있으니까.

너무나 피곤한 하루다. 잠시나마 기댈 곳이 있다면 좋겠다 싶다. 나는 해ㅎ자도 아니고 컴퓨터밖에 모르는 샛님도 아니올씨다. 오히려 나는 왜 그들이 직장을 너무 느긋하게 보내는 날라리 회사원이나 꽤나 몰취미한 어리버리한 사람으로 보이는 걸까?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기란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것으로도 피곤하다.

10월의 밤바람

Kajiura Yuki (梶浦由紀) – Key of the Twilight

정말인지 너무나 오랜만의 야근 덕택에 어제 맡긴 필름을 찾지 못한 채 집에 왔다. 버스가 늦게 오자 한 달 전까지 죽어가던 사람이 역시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용감한 생각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혔다.

몸은 녹초가 되어버렸는데 잠자기보다 외출이 하고 싶다. 10월의 밤바람은 싸늘한 듯 하면서도 상쾌해서 살며시 내 가슴을 떨리워 설 레임이 나를 떨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설레임에 내 가슴이 떨려오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특별히 무언가 해야 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싶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가끔은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아야 옳을 듯 하다.

5번째 리뉴얼입니다.

엄밀히 말해 다섯번째라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제대로 된 리뉴얼로써는 그렇습니다. 오른쪽 메뉴로부터 알 수 있듯, 일기 이외에도 제가 일하고 또 즐기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어느 순간 웹에 올리기를 그만두었었는데, 이제 다시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조금은 우습기도 하네요. 그만큼 편안하면서도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습니다.

예전 내용들은 http://past.gleamynode.net/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참, 답글 달기가 이제는 그자리에서 쓰지 못하고 클릭을 해야 가능합니다. 가급적이면 그자리에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조금 있어서; 그래도 답글 좀 팍~팍~ 달아 주셔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레이브 클럽에서 그대와 사랑을

Tiger – 太陽と遊ぼう

토요일, 정보특기자 OB 모임은 즐거웠다. 특히 피아노 라이브 카페는 좋았다. 마실 것이 음악을 따라갔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술을 마신다기 보다는 음악을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옳다.

그리고는 아쉬움에 막차를 일부러 눈앞에서 떠나보냈다. 홍대 matmata 클럽에 갔다. 난생 처음 가 본 클럽은 나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 어렵고 배워야할 춤이 아닌 스스로의 몸이 반응하는 춤들로 서로의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좋았다. 외국인들도 보였고, 과감한 복장의 여자들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자리엔 내가 있었다.

기선형 집에서 잠을 청하고 일찍 일어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에 들러 아침과 샤워를 해결했다. 한쪽 어께엔 정훈이에게 줄 예전 연인의 기타를 짊어지고, 다른 한 쪽엔 새로 산 삼각대를 짊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그 물건을 그에게 넘기고는 경호형과 소래포구로 향했다.

소래포구는 나름대로 좋은 곳이었고, 조개구이도 먹을만 했다. 오랜만에 보는 경호형과의 시간은 즐거웠다. 사진도 원하는대로 즐겁게 찍었다. 사람이 너무나 붐비어서 가끔은 숨이 막히기도 했지만, 저녁의 바닷가 바람은 그렇게 몰여유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집. 기타 연습을 하고, 진도를 다 못채워 약간의 고민에 빠진다. 루미나리에는 영영 가지 않게 되었다. 왠지 슬프다. 나에게 모든 주말은 어쩌면 저주일런지도 모른다. 토요일의 공연 티켓도, 일요일의 멋진 날씨도, 나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무라카미 류의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을 떠올리며 기운을 차려 본다.

실수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

ZARD – 私だけ見つめて

가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집에 오노라면 실수로 수원행 열차를 탈 때가 있다. 거기에다가 피곤함에 졸기라도 하면 안양 쯤 가서 다 시 구로로 되돌아와 부천까지 간 뒤 버스를 타고 집에 와야 한다. 그렇게 많이 피곤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이 아깝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 나를 책망할 때 불쾌해진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조 금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도대체 내가 상대방에게 무슨 불편을 가하기라도 했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런 적이 없는데 어떤 사람 들은 왜 그렇게 미련한 짓을 했냐고 묻는다.

물론 나도 오늘은 이렇게 되어서 화가 났다. 일찍 집에 와서 기타 연습도 하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은 참 유감스럽다. 하지만 그게 나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상황에 화가 난 것 뿐, 나 자신이나 자동화된 디스플레이가 없는 구식 1호선 지하철 차량에게 그 탓을 돌리지는 않는다 (라고 말하면 지나친 자기 미화이고, 무생물인 지하철에게는 약간의 비난을 가했다). 불행한 일이 그냥 일어난 것 뿐 이다. 불행한 일은 기분좋은 일과 조금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식의 생각도 나름대로 괜찮다.

나의 이런 성격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나게 되는데, 실수가 있어도 큰 것이 아니라면 –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고 거기다가 3호선으로 잘못 갈아타 수서역까지 가는 바람에 내가 특별히 준비해둔 10만원짜리 공연 티켓을 버리게 되지만 않았다면 – 상대방을 나무라기 보다는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아니, 아마 10만원 짜리 공연 티켓이 날아 간 순간에도 습관적으로 이제 어쩌지? 라고 나 자신에게 물을 것 같다.

실수는 실수일 뿐이다. 우리들이 늘상 하는 실수는 누군가를 죽이지도 않고 불행하게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 들의 과장된 반응이 그렇게 만들며, 소위 기대를 크게 져버리는 실수만이 해당된다. 그리고 그 기대는 가끔 누가 강요하지도 않은 스스로의 안에서 만들어진 망상일런지도 모른다.

기타를 치며

Jewel – 2 Find U

기타를 배우는 일은 생각만큼 재미있고 생각만큼 어려웁다. 현을 뚱길때에는 모든것을 다 놓은 듯, 허공에 뜬 깃털처럼 힘을 빼야 한다. 그러면서도 힘을 빼야 한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잊지 말아야 하니,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하고 포용성있는 자세를 요 구한다. 움직임 하나 하나를 매 번 새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음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기타의 현 을 뚱기는 자세로부터도 우리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생일을 보내며

Toy – 모두들 어디로 간걸까

— 생일 축하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현, 미린, 수재, 희진, 정훈 (이상 문자메시지 도착 순 ㅡㅡ),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아 본 것은 오랜만이네요. 그외에도 메신저로 축하해준 기선선배나 비록 축하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전 달해온 친구들도 저를 기쁘게 해 주었네요. 참, 메일로 멋진 축하 편지를 보내온 선미도 빼놓을 수 없겠죠?

가족들과 가벼운 파티를 하고 줄곧 기타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생일도 지나가고 있네요. 좀 더 성숙하고 배려할 줄 아는 타인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 당당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