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

ZARD – 私だけ見つめて

가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집에 오노라면 실수로 수원행 열차를 탈 때가 있다. 거기에다가 피곤함에 졸기라도 하면 안양 쯤 가서 다 시 구로로 되돌아와 부천까지 간 뒤 버스를 타고 집에 와야 한다. 그렇게 많이 피곤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이 아깝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 나를 책망할 때 불쾌해진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조 금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도대체 내가 상대방에게 무슨 불편을 가하기라도 했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런 적이 없는데 어떤 사람 들은 왜 그렇게 미련한 짓을 했냐고 묻는다.

물론 나도 오늘은 이렇게 되어서 화가 났다. 일찍 집에 와서 기타 연습도 하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은 참 유감스럽다. 하지만 그게 나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상황에 화가 난 것 뿐, 나 자신이나 자동화된 디스플레이가 없는 구식 1호선 지하철 차량에게 그 탓을 돌리지는 않는다 (라고 말하면 지나친 자기 미화이고, 무생물인 지하철에게는 약간의 비난을 가했다). 불행한 일이 그냥 일어난 것 뿐 이다. 불행한 일은 기분좋은 일과 조금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식의 생각도 나름대로 괜찮다.

나의 이런 성격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나게 되는데, 실수가 있어도 큰 것이 아니라면 –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고 거기다가 3호선으로 잘못 갈아타 수서역까지 가는 바람에 내가 특별히 준비해둔 10만원짜리 공연 티켓을 버리게 되지만 않았다면 – 상대방을 나무라기 보다는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아니, 아마 10만원 짜리 공연 티켓이 날아 간 순간에도 습관적으로 이제 어쩌지? 라고 나 자신에게 물을 것 같다.

실수는 실수일 뿐이다. 우리들이 늘상 하는 실수는 누군가를 죽이지도 않고 불행하게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 들의 과장된 반응이 그렇게 만들며, 소위 기대를 크게 져버리는 실수만이 해당된다. 그리고 그 기대는 가끔 누가 강요하지도 않은 스스로의 안에서 만들어진 망상일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