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피곤한 몸. 망쳐진 감정. 그들이 나를 자극한다. 며칠 전부터 우리집에 잠시 머물고 계신 할머니와 함께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하지만, 할머니는 내가 샤워를 끝내도 방문을 열지 않으신다. 주무시고 계신 듯 했다. 하지만 만약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문을 안여는 것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긴다. 열어 볼까 말까… 괜한 근심, 노곤한 짜증은 내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완전히 이 집으로부터 떼어놓는다.
hitomi의 LOVE LIFE를 들으며 학교로 갔다. 상큼한 음악이 머릿속을 채워서 가슴뭉클함으로 내 마음의 어두운 구석을 모두 몰아낸다. 오래된 습관으로 휴대전화의 시간을 확인하려 하지만 그것은 꺼져있다. 자유. 홀로됨이란 때론 자유일 수도 있다. 기쁨. 홀로됨이란 때론 기쁨일 수도 있다.
구입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쓰지를 못했던 내 필름스캐너. 이제는 조금 느낌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나의 사랑스런 필름들, 카메라. 나는 피사체를 생각하고 사진을 찍는가, 내가 그리던 바로 그 장면인가 아니면 그리지는 않았지만 좋은 장면인가. 그것에 대해 나는 아직 생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저 주어진 노출치와 마스크값으로 스캐닝을 하는 스캐너처럼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이 어찌 따뜻하지 아니할 수 있는 현실이겠는가! 나의 일, 나의 사랑. 그 모두 내 곁에 조금씩 머물러 있음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