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위에 덮인 얇은 이불 한장마저 내 땀을 짜낸다. 땀범벅이 되서 일어난 11시의 하늘은 비가 오리라는 것을 확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 나가고 싶지만 어제 엄마가 누나네랑 같이 무얼 먹는다고 해서 나갈 수가 없다. 아침부터 컴퓨터를 켜고 Emacs 에 대해 연구한다. 한글이 나오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한글이 나온 뒤에는 unicode 로 문서를 편집하려고 기를 쓴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고, 짜증과 부아만 늘어간다. 결국 Emacs 를 내가 원하는 대로 쓰기는 무리라고 결론지어 버린다. 몇 개 인가 외웠던 Emacs 전용 단축키 중 또 몇 개가 내 기억에서 잊혀진다. 오늘도 내 기억은 줄어드는구나. 내 인생이 제로가 되지 않도록 해야지.
저녁에는 족발을 먹었다. 토마토 쥬스와 먹는 족발 맛은 조금 느끼하긴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먹고서는 당구 게임을 꽤나 하다가 트레드밀을 하고… 샤워를 마치고 무상의 하루를 접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젠장.
어제부터 지금까지 내 쌍커풀이 사라진 상태로 있었다. 짝 쌍커풀을 가진 사람은 바람둥이라던데, 난 이제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나. 아니 난 바람둥이도 아니잖아. 다만 아는 사람이 조금 있을 뿐인데. 남들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쁜 버릇이라고 단정지어 버리자.
인생의 불공평함에 대해 논한다. 전부 부질없는 짓이다. 내가 잃은 만큼 얻은 것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찔러 본다. 슬프지만 나는 어느 한 쪽을 버리고 내게 부족한 것을 얻어낼 만큼 용기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단비를 기다리는 길가의 꽃처럼 난 그냥 제자리에 서 있다. 자신이 흘린 눈물이 결국 자신을 탈수시킬 것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