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World

부모님은 오늘 점심 때 쯤에야 홍천에서 돌아오신다.

나는 오랜만에 내 스스로 일어나게 되어 기뻤지만, 그것은 어쩌면 부모님이 TV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켜지게 해 놓으셨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상관없잖아?

어젯밤에 방을 너무 어지럽히고 자서 대충 정리를 하고 후다닥 등교길에 올랐다. 버스엘 타니 이사람 저사람… 온통 내가 모르는 사람들 뿐이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아는 사람은 역시 아무도 없겠지?

그러니까 갑자기 또 난 아직 혼자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한숨이 피식 하고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저 사람들도 지금은 다 혼자잖아 라고.

지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가 막힐듯 안막힐듯 달려서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별 일은 없었고 수업시간을 술술 잘도 흘러갔다.

마지막 운영체제 수업 조교 실습은 땡땡이를 치고 재헌이랑 밥먹으러 갔다 왔다. 오렌지 탕수육이라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메뉴를 먹었는데 별로 맛은 없었다. 다시 특기생 실로 돌아가서 성준이를 만났다.

재헌 성준 나는 학교 밖으로 나가서 재헌이는 집에 가고 나와 성준이는 파파이스 가서 성준이는 뭐드라 케이준 머머머~ 하고 하는 콜라 + 후렌치후라이 + 닭고기 + 치즈소스 + … 을 먹었고… 나는 오렌지 쥬스를 먹었다. 그런데 오렌지 쥬스가 1000원이길래 큰 건줄 알았는데 아주 작아서 좀 실망이었다;

그리곤 우리는 영화 친구를 보기로 했다. 사실 난 미스 에이전트를 보고 싶었는데 (난 느와르 영화 같은 분위기를 별로 안좋아해서) 시간도 안맞고 해서 여기저기 극장가를 배회하다가 그랜드 시네마에서 ‘친구’ 를 9시 표로 봤다.

자리는 둘 째 줄이었는데 목이 그다니 불편하지는 않았다. 영화 내용은 친구란 무엇인가 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이 영화에 대해 지금으로서 내가 결정할 권한 내지는 능력이 지금으로서는 없다. 특히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나같이 여러번 듣지 않고서는 말길을 못알아듣는 애에겐 해석이 안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인 것 같다 -_-;

하지만 역시 작품성을 강조하는 영화 답게 누가 나쁘고 누가 좋고 따위의 구도는 없었고, 영상미도 훌륭했다. 솔직히 트레일러를 봤을 때는 좀 재미 없을 것 같다 싶었는데, 훌륭했다. 특히 처음에 방구차를 따라가는 소년들과 그 사이로 뿌려지는 자막 효과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엔딩 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엔딩롤이 흐를 때 배경 음악이 없다. 그래서 우린 스토리에 대해 논하며 극장을 나왔고… 시간이 이미 11시가 넘었기에, 나는 그와 작별을 고하고 집에 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가 부쳐놓은 빈대떡과 돼지고기, 그리고 새우젓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맛있는 게 많다. 이것도 무슨 법칙 쯤 되려나?


집에 올 때 습관적으로 노래를 듣는다. 잠시 동안 리얼 월드와의 관계가 끊어져 있음을 나는 오늘에야 발견했다. 자정이 다된 버스의 달리는 소음, 그 안의 정적, 사람들의 간극, 그리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의 고요하고 상쾌한 공기… 이런 것들이 요즘엔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나에게 평화가 찾아 오리라는 것을 느낀다.

PS: 사진은 영화 ‘친구’ 포스터. 그런데 난 유오성이 죽고 장동건이 감방가는 줄 알구 있었는데..; 그리구 선물 고화질 포스터 주웠다. 구석에 쌓여있길래 몰래 가져옴 핫; 핫;

그렇구나…

“드르르르르… 드르르르르… 드르르르…”

아침부터 웬 전화냐… 유정이다. 프로그램 짜는 거 도와달란다.

유정이는 내 일기장을 안 보는지 지금 내 상태를 모르나 보다. 일단은 해 준다고 그랬는데 영 할 맘이 안나서 아직도 안 해 줬다. 오늘 내로는 못할 것 같다.

아침 점 점심을 먹고, 어제의 기분으로 계속 있다가는 머리가 약간 이상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난 딱히 할일도 없다. 도서관이나 가 볼까. 6층의 활기찬 분위기 안에 있으면 뭔가 좀 풀리지 않을까나?

두리번 거리다가 빈 자리에 앉았다. 다들 조 모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도 나 혼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리 없잖아! 하구 공부를 했다. 한 세시간 쯤 하고 지긋지긋해서 나왔다.

빅토리 레코드(구 타워 레코드)에 갔다. 이사람 저사람한테 문자를 쳐 봤다. (그래봤자 두명) 혹시 나랑 놀만한 사람 없나 찔러본 것 같다 지금생각해 보니까. 하여튼 그들도 나름대로의 일이 있겠지 하고 레코드를 둘러보았다. J-POPS 코너가 있어서 구경을 했는데 Instrumental 따위가 절반은 되는 거 같다. 누구 갖고 노나… 역시 아직 음반 개방은 멀었나 보다. 그래도 쿠보타 토시노부는 영어로 노래를 불러서 보컬이 있더라. 그래서 160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씨디를 구입했다.

더이상 신촌 거리에 있어 봤자 할 일이 없음을 깨닫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엔 정말 사람이 없었다. 하긴 5시에 집에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나? 홀로 자리에 앉아서 방금 산 씨디를 뜯었다. 근데 씨디 케이스 모서리가 깨져서 커버가 덜렁거린다. 아휴~ 재수도 없네 그려….

여러모로 좋은 하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밖에 나갔다 오니까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역시 나를 치유할 사람은 나 밖에 없나 보다 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그렇구나…” 라는 생각 외에는 할 수 없는 하루였다.

Cast Away

엄마 아빠 누나 매형 그리고 나, 고모 회갑 잔치에 갔다.

뭐 그냥… 흔하디 흔한 그런 잔치였다. 좀 어수선하고 시끄럽고…

가서는 우울증 걸린 사람 마냥 앉아 있었다.

나랑 그 곳의 사람들이랑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혼자 말이다. 행크스가 무인도에 표류했을때 처럼…

막 울고 싶다고 느껴졌다.

난 도대체 뭐길래 이러구 나자빠져 있는 걸까.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내 신념이 아니겠지.

어디 카운셀링이라도 받아보고 싶은 심정이다.

뭐라 더이상 할 말이 없다. 그냥 없어져 버리고 싶다.

Looking around

할 일은 없었지만 일찍일어난 하루였다. 어제 기분이 여러모로 정화가 되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일어나서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찾아지지도 않고 해서 일단 학교에 갔다. 도착하자 마자 파파이스에서 로스트 치킨 버거 세트를 포장해서 컴퓨터실에 가서 먹었다. 역시 파파이스가 난 좋아 ^^

그리고 나서는 쓰기로 했던 연합군이 이니그마를 분석하는 내용의 전반부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재미 없게 쓴 것 같고, 일지라고 하기엔 너무 허술한 것 같았지만, 달리 자료를 얻기엔 시간도 모자라서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후회가 된다.

쓸 내용이 적다 보니 5시에 만나서 토론하기로 했는데 3시에 이미 글을 다 써 버려서 두시간동안 빈둥거리기를 계속했다. 내가 봐도 참 한심했다. 이렇게 살아서야 원…;

5시에 만나서 한 30분동안 간단히 토론하고… 우리의 토론은 거의 30분 안에 다 끝난다. 이렇다 저렇다할 의견은 없고 각자 한 것을 모아서 어떻게 어떻게 하자는 내용이 주이다. 네명이 작성한 일지를 일단 둘로 합치고 내일은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과연 좋은 레포트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내 예상에 중간은 넘겠지만 아주 상급은 안될 것 같다.)

이렇게 모임이 끝나고 후배 둘이랑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돈이 별로 없어서 한끼만 사줄 수 있었다 -_-;

배부르니 집에 가기 싫어져서 당구를 쳤다. 물론 돈이 없는 몸이라 컴퓨터로 당구를 쳤다. (사실 심심할때 컴퓨터실에서 할 일이 이것 밖에는 없다.. 아 슬퍼라)

그리곤, 난 허무히 집에 왔지.


오늘도 나는 노래를 들으며 거리를 활보한다. 박자에 맞춰 내 걸음은 빨리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 오늘은 그런 내가 왠지 어색해 보였다. 남들은 안그런것 같은데 나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자신으로부터 느끼는 어색함. 그게 싫은데 오늘은 자꾸 생각이 난다. 자꾸 주위를 의식하게 되는 미적지근 끈적거리는 기분.

혼자이기에 행복한 시절이 있다. 혼자가 싫고 함께이고 싶은 때도 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서만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어려서부터 난 혼자서 지냈으니까 무리도 아니지. 나에게 혼자라는 말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항상 혼자가 당연하다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초등학교 6학년 때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그때도 난 혼자란 걸 몰랐다. 사귀게 된 후 몇 주 뒤에 방학을 했는데, 방학동안 나는 단 한번도 그녀와 데이트하지 않았다. 당시에 나는 그게 왜 잘못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고 우린 헤어졌다.

대학생활의 중간 쯤에 와서야 나는 그 의미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홀로됨, 그리고 함께함… 부족하나마 조금은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서로 길을 걸을 때 서로의 공명이 이루어 내는 낮지만 포근한 오오라 같은 것… 봄날을 가르는 은은한 햇살 같은… (번잡한 거리를 걸을 땐 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지만)

하지만 나는 역시 말 그대로 부족하다.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다. 서로 배우는 것이 그래서 난 좋다.

끈적한 감정 따위는 차가운 러시안 티로 날려버리자!

Date with Milky

지현과 식목일을 보냈다. 깔끔하게 머리를 깎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문 밖을 나섰다. 방금 녹음한 따끈따끈한 MD를 들으며 길을 걸으려니 기분이 상쾌한것이 좋았다. 그런데 이내 누나가 선물해준 향수를 안뿌린 걸 알구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지금 버스를 놓치면 지각이기 때문에 그냥 약속장소를 향해 갔다.

장소에 거의 다 왔는데 버스가 막힌다. 무슨 시위라도 하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좀 밀린 이유로 예정시간이 4시보다 20분 늦게 만났다.

그녀는 이쁜 청자켓에 베이지색 롱스커트, 그리고 굽이 낮고 편안해 보이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머리가 만화속의 캔디 비슷했던 것 같았는데 저번에 정훈이랑 같이 만났을때부터는 스트레이트를 했는지 아주 이쁘게 펴져 있었다. 청색과 베이지색이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멋졌던 것 같다 ^^

일단 영화를 예매하러 녹색극장엘 갔는데 그녀가 선물을 보고 싶어해서 선물 표를 끊으려고 했는데 붙은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뒤돌아섰는데… 그녀가 사라졌다!!! 난 그래서 여기저기를 두리번 두리번 거렸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아주 당황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의 키가 약간 작아서 내 시야에 안들어왔던 것이다 -_-;;; 그녀는 담부턴 굽있는 걸 신어야 겠다며 웃었다. 하여튼 이때 정말 웃겼다 –;

그리고 저번에 만났을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친구가 그러는데 ‘아마데우스’란 음식점이 맛있대~ 하고 거기로 밥먹으러 가자구 그랬다. 그래서 난 역시 그녀를 믿기로 하고 아마데우스란 델 가 봤다. 약간 어두운 조명의 레스토랑이었는데 분위기는 괜찮았다. 특히 여러 아름다운 그림들이 맘에 들었다. 그녀는 그 그림이 누구 그림인지 기억해내려고 했으나 잘 안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난 그런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_-; 그녀는 폭찹을 시키고 나는 포크 커틀렛(돈까스였다 -_-;)을 시켜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 주로 학교 이야기 – 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미국 다녀온 이야기도 하고… 좋았다 ^^ 아참, 음식 수준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최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가 음식 맛에 대해 신경쓰는 모습을 보니 내가 괜시리 미안해진다. 다 먹고… (난 양식은 많이 못먹어서 좀 남겼는데 그녀는 다다~ 먹었다~… 내것두 좀 뺏어 먹지;) 후식을 골라달라고 하는데 커피, 콜라, 사이다, 녹차 중에 하나를 고르란다.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이 커피를 골라서 또 마시며 수다를 했다. 서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간만에 내가 말이 많아졌던 것 같다. 그녀는 커피에 각설탕을 하나 넣고 커피를 마셨고, 나는 하나도 넣지 않았다. (원래 내 취향이다;) 그녀는 커피를 다 마셨을 즈음엔 각설탕 종이를 다시 원래대로 접어서 나에게 선물해 줬다. 지금도 내 바지 안에 들어있겠지? 난 줄 게 없는데… 음.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6시 20분이다. 이제 영화를 보러 고고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영화를 보기 위해 앉아 있다. 벤처 투자가들의 투자 때문에 한국 영화의 질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곧 막이 오르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난 몇번이고 눈시울에 눈물이 괴었다 빠졌다 하며 영화를 봤다. 눈물이 나올라 하면 난 본능적으로 그것을 제지하고 마는 것이다. 언제나 울지 않기로 다짐하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나는 내 감정을 자제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마지막 레퀴엠처럼 암울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녀(이영애)는 죽었다. 영화속 두 사람… 너무나 애절해서 영화가 끝날 땐 내가 거기 없는 것 같았다.

하여튼 영화는 끝났고 우리는 극장을 빠져 나왔다. 영화에 대한 소감을 서로 물었지만 우린 별로 말이 없었다. 난 아무래도 이런 감정에 대해선 표현이 서툰 것 같다. 더군다나,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기란 나에겐 사랑 고백을 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울 때가 있다. 내가 바보 같다고 느껴지지만, 난 왜 고칠 수 없는 걸까?

영화가 끝난 시간은 9시 중반 쯤? 우리는 어색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난 정말 작별인사를 못하는 것 같다 -_-; 너무 썰렁했다. 그리고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 더 같이 있었으면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았는데…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집에 오면서 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고… 오늘은 왠지 내 글이 엉망일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나는 오늘도 그녀와 한번의 만남을 더했다. 그녀와 조금 더 친해진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 때로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라는 녀석은 뭐랄까… 어떤 사람을 매일매일 보지 않으면 긴장해 버리는 걸… 그러면서도 만나면 무언가 좀 어색한 기분도 들고.

진정한 친구로서 그녀를 간직하고 싶다. 나의 순수한 열정으로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 앞에서 진실한 나를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행복할거야…

PS: 100% 솔직하게 쓴 것입니다 -_-; 아 그리고 선물 꼭 보세요… 정말 좋아요.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 누구나에겐

고뇌가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한답니다.

그 방법은 때로는 너무나 섬세하고 감성적이어서 우리는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는 것을 저는 오늘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너무나 기쁘고 또한 조금은 슬픕니다.

제가 더 여러분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던 그러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찰나의 시간들이 너무나 아쉽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PS: 사진은 요즘 자주 듣는 타오미 나무라의 새 싱글 사진. 그녀는 노래를 정말 잘 부른다. 가끔은 내가 팬이 되버린 기분. from www.tamuranaomi.com. 싱글 제목을 떠올리며 힘냅시다 ^^;

지적 충족

간만에 컴퓨터로 안하는 숙제를 하게 됐다.

너무너무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사실 컴퓨터로 하는 일들은 왠지 지적 호기심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내 본능적 손가락 움직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펜으로 무언가를 생각해서 적고 하니, 그것 참 기분이 좋았다.

어떠한 모르는 지식을 다룰때 느끼는 희열…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그것은 정만 순수한 열정의 산물인 듯 싶다.

사랑도 비슷한 게 아닐까나? 서로에대해 알아가고 이해해 가는 그 과정의 기쁨… 거기서 느끼는 동질성의 공유…


오늘 간만에 당구를 쳤다.

맨날 맨날 한게임 당구를 쳤더니 그게 도움이 되었나 조금 잘 쳐진다 ^^ 아~ 기분좋아라~

다만 연세일본문화연구회 점심모임에 숙제하느라 못 가서 아쉽다… 담엔 꼭 갔으면 좋겠다. 오늘 갔으면 유명인사이신 사이버엘프님도 뵐 수 있었을 텐데… 힝

내일은 넥시모에 잠깐 가서 하는일 없이 횡설수설 하다 와야 할 거 같다. 별로 할말도 없는데 그냥 가봐야 겠다… 공강이 너무 길어서 미칠 지경이라; 그런데 내가 왜 다시 넥시모를 위해 일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지 나 자신이 약간 이해가 안간다. 돈이 좀 필요했긴 했나 보다. 후우…

나만의 공부가 방해받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성경엔 이런 말이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마광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내 친구는 마광수 교수님의 말씀이 단지 성경을 패러디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기서 ‘진리’의 정의는 무엇일까? 나는 ‘진리’라는 것이 바로 나와 타인 사이의 서로가 가지는 이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네트워크이고, 신들은 우리 인간 안에 함께 존재하는 이상이다. 우리 삶의 진리,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마광수 교수님의 말씀은 매우 옳다. 우리는 우리 생각을 마음껏 표출할만한 자유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누구나 그 원하는 바는 다르고 서로의 표현 양식도 상이하다. 이 상이한 사람간의 특성을 그 누가 손쉽게 연결할 수 있겠는가? 신? 우리가 가지는 신의 의미조차도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것은 억지다.

여기서 우리는 나를 표현할 ‘자유’ 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 요소는 자신의 생각, 느낌을 서로에게 상호교환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다른 요소가 없진 않지만 이것이 핵심이다) 이 표현의 자유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은 사회에게 사람들 사이의 유대 관계를 바란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기도인가! 서로를 상이한 방식으로 표출시키고 그를 인정하고 때로는 부정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기회를 증진시키는 것이 이 사회 구성원간의 상호 이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난 생각한다.

이것은 바로 내가 처음에 말한 ‘진리’의 정의와 매우 일치한다. 따라서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는 옳다. 전자보다 더 옳을 수도 있다.


8시 반쯤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나갔다. 하늘을 바라 보았다. 너무나도 뿌연 하늘… 하늘이 마치 내 코 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 깊고 아름다운 하늘과 별빛은 다 어디로 갔는지… 신촌의 하늘은 내가 꼭 실내 세트 안에 들어있다는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이다. 비라도 내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

사실 오늘 연세일본문화 연구회 점심 모임이 있는 줄 알고 잔뜩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 내일이다…; 내일이 아주 기대 (되지는 않는다.. 김빠졌다 -_-;)

PS: 사진은 달, 금성, 목성 – Moon, Venus, Jupiter, Phoenix Credit & Copyright: T. Polakis (Grove Creek Obs.)

Kyoko

일기를 쓰려고 할때면 내가 요즘 얼마나 렁썰하게 보내는지 알 수 있다.

어제 밤에 결국 세벽 네시까지 상실의 시대를 다 읽었다. 그런데 주인공은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여성과 잔 거 같다. 그 각각이 여러가지 작품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서술이 되긴 했지만 좀 황당하다; 하여튼 책(PDA 로 읽었는데 책이라고 해야 하나?)을 다 볼 때 까지 손에서 책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늘은 12시에 일어났고, 오늘 하루가 이렇게 짧았는지도 모르겠다. 일어나서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목욕을 했다. 난 정말 목욕이 좋다. 매일매일 매일 매일 했으면 좋겠다. 목욕할 때는 머리가 텅 빈 기분이지만, 복잡하고 불필요한 사념을 없애고 내 기분에 충실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 대신 도시가스비랑 수도세는 많이 나오겠지? ^^

그렇게 30분 가량의 목욕을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숙제를 했다. 별로 어려운건 아니었고, 그 담에는 서양 문화의 유산 팀 프로젝트 할 주제인 ENIGMA(음악 그룹이 아님)에 대해 조사했다. 사실 도서관에 가서 찾을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오늘이 일요일인 것이었다… -_-; 검색엔진은 짜증나게도 U-571 영화 소개랑 가수 Enigma 에 대한 자료만을 뿜어냈다. 뭐 나중에는 잘 찾아내긴 했지만 양이 턱없이 적었다. 우리나라는 역시 이런 학술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자료가 웹에 적은 듯 하다. 사실 이런 건 재미있는데, 다들 자기일 하며 사는데 바쁜 거겠지. 결국에는 외국 사이트까지 뒤져서 몇가지를 찾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이 내용을 네명이서 어떻게 정리해서 멋진 5장의 레포트를 만들어 낼 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ㅠ.ㅠ

슬슬 지겨워질 때 쯤 저녁을 먹고 리눅스 프린터 세팅을 시도해 보다가 실패하고 나니 지금이다. 사실 티비에서 하는 LA Confidential 을 볼까 했는데 귀찮다.


내 삶이 수동적으로 변해가는가. 요즘엔 그저 그냥 살고 있을 뿐 어떤 희열은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하지만 여러가지 일들로 나는 나를 되찾을 것이고 나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내일은 연세일본문화교류모임에 내가 첫등장(?)하는 날이다. 가입할까 말까 망설였던 곳인데, 왠지 이번이 아니면 내가 도저히 일본과 가까워질 일이 없을 것만 같아서 지원했다. 여러 새로운 사람들.. 나와는 좀 다른 사람들도 있겠고 나와 비슷한 사람도 있을테지? 거기서 난 내 활력을 되찾을거야.

오늘 오랜만에 혜선이한테 전화가 왔다. 예전에 그녀가 고백했을때 난 왜 싫었을까? 난 정말 모르겠다. 그녀에 대한 어떠한 알 수 없는 이미지가 내가 그녀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비합리적인 이유로 그녀를 슬프게 만들었음에 난 좀 후회하는 편이지만, 어쩔 수 없었음을 그녀도 나도 잘 안다. 사랑이란… 뭐 그런 것 아닌가.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떨림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리라.

사랑을 하고 싶은걸? 푸하핫.

PS: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책 “교코”의 표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 포스터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