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with Milky

지현과 식목일을 보냈다. 깔끔하게 머리를 깎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문 밖을 나섰다. 방금 녹음한 따끈따끈한 MD를 들으며 길을 걸으려니 기분이 상쾌한것이 좋았다. 그런데 이내 누나가 선물해준 향수를 안뿌린 걸 알구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지금 버스를 놓치면 지각이기 때문에 그냥 약속장소를 향해 갔다.

장소에 거의 다 왔는데 버스가 막힌다. 무슨 시위라도 하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좀 밀린 이유로 예정시간이 4시보다 20분 늦게 만났다.

그녀는 이쁜 청자켓에 베이지색 롱스커트, 그리고 굽이 낮고 편안해 보이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머리가 만화속의 캔디 비슷했던 것 같았는데 저번에 정훈이랑 같이 만났을때부터는 스트레이트를 했는지 아주 이쁘게 펴져 있었다. 청색과 베이지색이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멋졌던 것 같다 ^^

일단 영화를 예매하러 녹색극장엘 갔는데 그녀가 선물을 보고 싶어해서 선물 표를 끊으려고 했는데 붙은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뒤돌아섰는데… 그녀가 사라졌다!!! 난 그래서 여기저기를 두리번 두리번 거렸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아주 당황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의 키가 약간 작아서 내 시야에 안들어왔던 것이다 -_-;;; 그녀는 담부턴 굽있는 걸 신어야 겠다며 웃었다. 하여튼 이때 정말 웃겼다 –;

그리고 저번에 만났을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친구가 그러는데 ‘아마데우스’란 음식점이 맛있대~ 하고 거기로 밥먹으러 가자구 그랬다. 그래서 난 역시 그녀를 믿기로 하고 아마데우스란 델 가 봤다. 약간 어두운 조명의 레스토랑이었는데 분위기는 괜찮았다. 특히 여러 아름다운 그림들이 맘에 들었다. 그녀는 그 그림이 누구 그림인지 기억해내려고 했으나 잘 안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난 그런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_-; 그녀는 폭찹을 시키고 나는 포크 커틀렛(돈까스였다 -_-;)을 시켜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 주로 학교 이야기 – 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미국 다녀온 이야기도 하고… 좋았다 ^^ 아참, 음식 수준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최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가 음식 맛에 대해 신경쓰는 모습을 보니 내가 괜시리 미안해진다. 다 먹고… (난 양식은 많이 못먹어서 좀 남겼는데 그녀는 다다~ 먹었다~… 내것두 좀 뺏어 먹지;) 후식을 골라달라고 하는데 커피, 콜라, 사이다, 녹차 중에 하나를 고르란다.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이 커피를 골라서 또 마시며 수다를 했다. 서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간만에 내가 말이 많아졌던 것 같다. 그녀는 커피에 각설탕을 하나 넣고 커피를 마셨고, 나는 하나도 넣지 않았다. (원래 내 취향이다;) 그녀는 커피를 다 마셨을 즈음엔 각설탕 종이를 다시 원래대로 접어서 나에게 선물해 줬다. 지금도 내 바지 안에 들어있겠지? 난 줄 게 없는데… 음.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6시 20분이다. 이제 영화를 보러 고고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영화를 보기 위해 앉아 있다. 벤처 투자가들의 투자 때문에 한국 영화의 질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곧 막이 오르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난 몇번이고 눈시울에 눈물이 괴었다 빠졌다 하며 영화를 봤다. 눈물이 나올라 하면 난 본능적으로 그것을 제지하고 마는 것이다. 언제나 울지 않기로 다짐하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나는 내 감정을 자제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마지막 레퀴엠처럼 암울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녀(이영애)는 죽었다. 영화속 두 사람… 너무나 애절해서 영화가 끝날 땐 내가 거기 없는 것 같았다.

하여튼 영화는 끝났고 우리는 극장을 빠져 나왔다. 영화에 대한 소감을 서로 물었지만 우린 별로 말이 없었다. 난 아무래도 이런 감정에 대해선 표현이 서툰 것 같다. 더군다나,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기란 나에겐 사랑 고백을 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울 때가 있다. 내가 바보 같다고 느껴지지만, 난 왜 고칠 수 없는 걸까?

영화가 끝난 시간은 9시 중반 쯤? 우리는 어색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난 정말 작별인사를 못하는 것 같다 -_-; 너무 썰렁했다. 그리고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 더 같이 있었으면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았는데…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집에 오면서 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고… 오늘은 왠지 내 글이 엉망일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나는 오늘도 그녀와 한번의 만남을 더했다. 그녀와 조금 더 친해진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 때로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라는 녀석은 뭐랄까… 어떤 사람을 매일매일 보지 않으면 긴장해 버리는 걸… 그러면서도 만나면 무언가 좀 어색한 기분도 들고.

진정한 친구로서 그녀를 간직하고 싶다. 나의 순수한 열정으로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 앞에서 진실한 나를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행복할거야…

PS: 100% 솔직하게 쓴 것입니다 -_-; 아 그리고 선물 꼭 보세요… 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