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드르르르르… 드르르르르… 드르르르…”

아침부터 웬 전화냐… 유정이다. 프로그램 짜는 거 도와달란다.

유정이는 내 일기장을 안 보는지 지금 내 상태를 모르나 보다. 일단은 해 준다고 그랬는데 영 할 맘이 안나서 아직도 안 해 줬다. 오늘 내로는 못할 것 같다.

아침 점 점심을 먹고, 어제의 기분으로 계속 있다가는 머리가 약간 이상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난 딱히 할일도 없다. 도서관이나 가 볼까. 6층의 활기찬 분위기 안에 있으면 뭔가 좀 풀리지 않을까나?

두리번 거리다가 빈 자리에 앉았다. 다들 조 모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도 나 혼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리 없잖아! 하구 공부를 했다. 한 세시간 쯤 하고 지긋지긋해서 나왔다.

빅토리 레코드(구 타워 레코드)에 갔다. 이사람 저사람한테 문자를 쳐 봤다. (그래봤자 두명) 혹시 나랑 놀만한 사람 없나 찔러본 것 같다 지금생각해 보니까. 하여튼 그들도 나름대로의 일이 있겠지 하고 레코드를 둘러보았다. J-POPS 코너가 있어서 구경을 했는데 Instrumental 따위가 절반은 되는 거 같다. 누구 갖고 노나… 역시 아직 음반 개방은 멀었나 보다. 그래도 쿠보타 토시노부는 영어로 노래를 불러서 보컬이 있더라. 그래서 160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씨디를 구입했다.

더이상 신촌 거리에 있어 봤자 할 일이 없음을 깨닫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엔 정말 사람이 없었다. 하긴 5시에 집에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나? 홀로 자리에 앉아서 방금 산 씨디를 뜯었다. 근데 씨디 케이스 모서리가 깨져서 커버가 덜렁거린다. 아휴~ 재수도 없네 그려….

여러모로 좋은 하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밖에 나갔다 오니까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역시 나를 치유할 사람은 나 밖에 없나 보다 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그렇구나…” 라는 생각 외에는 할 수 없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