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 in the Rain

어제 좀 피곤하게 잤는지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컴퓨터를 치며 한창 늑장을 부리다가 목욕을 시작했다. 얼마만에 즐기는 혼자만의 목욕인가… 라고 생각할 때 쯤 벨이 울려서 나가 보니 누나랑 매형이네. 역시 혼자의 시간을 갖기란 어려운 것 같다.

누나가 차려준 밥을 먹고 학교 도서관엘 갔다. Maxine 디자인할 때 쓸 UML 책을 봤는데, 처음 샀을 땐 정말 안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참 재미있고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each urself * in * series 와, 번역서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예인듯 싶다.

2시 부터 보기 시작한 책도 5시가 넘어서는 후반부에 들어가고 해서 잠깐 책을 덮고 컴퓨터실에 들렀다. 잠겨 있는 컴퓨터실. 한때는 화도 내곤 했지만, 창 밖을 바라보는 여유를 알게 된 뒤로는 왠지 즐겁기도 하다. 창 밖을 바라보며 이번 주 자 ‘내일’ 이라는 대학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멀리서 들려오는 웅웅 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산들바람… 여전히 좋아라… 이젠 옆에 누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질 않는 것을 보니 좀 안정된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다시 한번 컴퓨터실 문을 열어 보니 성준이가 있네. 성준이와 UML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룰루랄라 컴퓨터놀이를 하다 보니 저녁먹을 시간. (역시 컴퓨터실에서 있는 시간은 긴데 실제로 한건 별로 없으니 컴퓨터는 우리의 영양을 쪽쪽 빨아먹는 악마의 기계라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신촌역 지하철에 있는 파파이스에 가려다 버거킹이 더 가까워서(? 사실은 성준이가 전에 씨디 공짜로 줘서 비싼거 먹여 주려고) 버거킹에서 치킨와퍼세트를 같이 먹었다. 그럭 저럭 먹을만 하구나… 돈을 많이 주니 이것저것 양이 꽤 많은 것이 좋았다. 그러면서 역시 이 세상은 돈이 지배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철학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냥 맛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자연스러운게 좋다고 생각해…

다 먹고 나선 TowerRecord 순례에 나섰다. K-Pops 랑 NewAge 부분, 그리고 잡지랑 각종 Top 25 부분을 전부 구경했다. 다리가 장난이 아니게 아프고 피곤해서 나왔는데, 우린 도서관엘 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도서관 가는 길엔 우리의 복병 컴퓨터실이 있었으니… 유혹을 못이기고(사실은 아마도 공부가 컴퓨터실에서도 잘 되리란 넌센스 사고를 하고) 컴퓨터실에 가서… 펑펑 놀았다;

11시가 넘어서야 학교를 나와서 집에 갔다. 버스 안에서 볼륨 24(내 MDR 의 최대 볼륨은 30)로 globe 의 departures, Freedom 등을 들었다. 머리가 조금 아프다… 그래도 …J…J이 듣는다. 미친놈처럼 계속 듣는다. 30분 정도 듣다가 귀에서 이어폰을 뽑아버리고 멍 하니 앉아서 집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 안해본 사람은 없겠지? 나도 가끔은 미쳤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미쳐 보고 싶다. 폭포처럼 내리는 빗 속… 백양로(우리 학교의 1자로 쭈욱 뻗은 큰 길 이름)를 미친듯이 거슬러 올라간다. 끝까지 올라간다. 물이 불어서 내 발을 전부 적신다. 맨발로 걷는다. 우산도 없다. 계속 걸어서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날 때 까지…

PS: Singin’ in the Rain 포스터. 보질 못한 영화라서 보고싶다.

Correspondence

시험 마지막 날.

공부를 하나도 안해서. 그냥 아는대로 썼다. 어떻게 나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강제적으로 뭘 하고 싶지가 않다고… 다만 그 강제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나에게 필요하고 내가 즐길만한 것으로 바꿔 보고 싶다.

끝나고 재헌이랑 당구를 쳤다. 이번 주엔 당구를 세 번이나 치는구나… 다행이도 한번도 돈을 안 냈다. 가즈키처럼 어느날 내가 당구치고 집에가서 죽어버리진 않겠지? 하핫…

집에 오니 할 일이 없구나… 피곤해서 잠깐 누워 있다가 컴퓨터를 켰다. 역시 할일이 없어. 5월 달부터 성준이랑 Maxine 하기로 했으니까 그때 쓸 UML 을 연습해 볼려고 Dia 란 프로그램을 갖고 놀다가, UML 규약이 생각이 안나서 잠시 웹을 뒤지다가 스펙 문서가 800페이지나 되어서 포기를 하고 예전에 산 UML in 24 hours 란 책을 봤다.

침대에 앉아서 책을 봤다. 내 책상은 각동 잡동사니와 컴퓨터 모니터로 꽉 들어차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아… 정말 집중이 안되는구나. 거기다가 금방 졸려 버려서 포기를 하고 또 잠시 컴퓨터를 하다가는 이래선 안되지! 하고 다시 한번 책을 손에 잡아 본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잠이 들어서 몇시간 쯤 잔 것 같다.

난 낮잠이 싫다. 낮은 덥기 때문에 일어나면 머리가 뜨겁다. 그 날 저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멍하니 앉아 있곤 한다…

이렇게 시험 마지막날도 흘러간다. 내일은 도서관엘 가야 겠다. 나한테 약속이 있을리 없잖아!

자리에 앉아서 메일함을 뒤진다. 여러 사람들에게 편지(또는 답장) 쓰는 재미로 며칠을 산 것 같은데 답장도 안오고… 슬프다 슬퍼… 이러니까 꼭 써달라고 애원하는 거 같네. 그래도 답장이 안온다는건 슬퍼요.

PS: Leaving Las Vegas 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니콜라스 케이지…

Departure

이제 시험이 하나 남았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왜이리도 피곤한지. 더이상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생물학 시험을 내일 본다 쳐도 이걸 내일 대충 외워서 본다면 그게 내 지식이 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괴롭다. 삶은 기쁨과 괴로움의 연속이라는 지금 괴로운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괴로운걸 어쩌랴.

시험보기 전에 다시 한번 창밖을 바라보며 쉬어 보아야 겠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해야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현재… 비록 미래는 몰라도 현재가 조금 더 밝았으면 좋겠다. 나처럼 이렇게 쓸데없이 괴로움 외로움 슬픔을 타는 사람이 많을까?

일찍 잠자리에 들고 꿈을 청하련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PS: 요즘 좋아하는 ACO 의 absolute ego 앨범 표지. 절대자아의 정의가 도대체 뭘까? 소피의 세계 후반부에 나오겠지. 데카르트 나올 때…

고요와 평화

감기에 걸렸는지 목이 좀 부었다. 어쩌지.. 시험 두개 남고 끝나면 놀아야 되는데… 빨랑 나았으면 좋겠다.

어젯밤엔 꿈을 꿨다. 내가 뱀한테 물리는 꿈이었다. 뱀에 물려서 우리 학교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서양문화의유산 교수님이신 설혜심 교수님께서 무슨 설교를 하고 계셔서 치료를 늦게 받아서 죽다 살아나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죽음에 대한 공포와 코믹이 어우러진 꿈이었던 것 만은 확실하다.

시험을 두 과목 봤다.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과 운영 체제였는데 나름대로 볼만 했다. 절대적으로 잘 보지도 못하고 절대적으로 잘 못 보지도 못하고… 시험이란 그런 것 같다. 시험을 본 결과를 평가할 때 그 평가는 사람마다 다른 것… 난 모든 시험 결과를 ‘그냥 그랬어’ 라고 얼버무린다. 때론 이게 꽤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시험을 보고 나니 비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성훈 선배랑 주현이랑 홍매라는 중화요리점에 가서 약간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간만에 생각이 나서 주현과 나는 짬뽕을, 성훈선배는 볶음밥을 먹었다. 요즘엔 배가 고프면 배가 많이 아파서 오히려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지곤 하는데 그래도 어쩌랴… 먹어야지!

다 먹고 주현이는 집으로 가기 전에 신주쿠 24시라는 권총 게임을 하러 간단다. 성훈이형을 졸라서 오락실에 따라갔다. 오랜만에 보는 Pump it Up 기계… 그냥 갑자기 하고 싶었다. 추억이 떠올라서일까? 2판이나 했더니 참 땀도 많이 나고 힘들고…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 같다. -_-; 안해버릇하니 발이 무거워서 실수도 많이 하구…

땀 덕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컴퓨터실로 돌아왔지만, 컴퓨터실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 놓고 온도가떨어질 때 까지 화장실에서 기다렸다.

화장실엔 큰 창이 한 방향으로 나 있는데, 환기를 위해서 창문이 열려져 있다. 창문에 팔짱을 끼고 엎드려 밖을 바라보았다. 평화로운 고요가 흐르는 건물들의 풍경을 보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다음번엔 공대 구석에 있는 창에 같은 자세로 밖을 바라보았다. 우리 학교의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꽃들과 사람들… 그리고 여기도 고요와 평화가 있었으니…

창문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으니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 옆에서 함께 바람을 맞으며 그저 미소지으며 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고… 마음으로 공유되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 피곤한 몸으로 몸을 이끈다. 내가 겪은 한순간의 고요와 평화가 이리도 내 마음을 뒤흔드는지… 하지만 그다지 혼란스럽진 않다. 뭔가 정리되고 기대할수 있을만한 기분이다. 이제 내게 절망적 외로움은 사라진 걸까?

PS: 아름다운 그리스의 교회… 그리스는 정말 멋져… 근데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답글이 안달리네잉…

정의(定義)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정의하면서 살아간다. 간단하게 연필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서 복잡하게는 사람이란 무엇인가까지.

하지만 우리가 모두 동의하고 공유하는 정의란 세상의 수많은 정의들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예를 든 연필이나 사람 따위도 마찬가지다. 내가 느끼는 연필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연필의 느낌은 다르며, 그것이 지니는 크나큰 상징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나름대로 좌우명이나 다짐으로 우리 자신을 정의해 나간다. 하지만 그 정의 중에 옳은 정의는 하나도 없으며 또한 틀린 정의도 하나도 없다. 우리의 행동 중에 어떤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사실 어떤 행동이든 꼭 존재의 이유가 있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긴장했을 때 머리를 긁적인다던가 하는 습관 따위에 이유가 있어야할 이유는 없다. 또 잠깐 한 실수가 내 전부도 아니다.

이렇듯 우리 삶은 작가에 의해 삶이 좌지우지 되거나, 요약된 것이 아닌 한 편의 역동적 드라마는 아닐까? 어떤 정답도 없고 정답을 구해야할 필요도 없다. 서로의 답안을 들고 누가 맞네 틀리네 우길 필요도 없는 다양성의 표출이 우리 삶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이란 것은 단순한 말장난이며 어떤 결론도 없는 무의미한 학문이라고 누군가에게 정의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현실, 그리고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더없이 쓸데없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삶 자체가 철학이고 우리는 항상 삶의 이유를 자신에게 되물으며 이렇게 죽지 않고 존재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드디어 내일부터 시험이군… 토요일 보는 생물학이 가장 걱정이로다 -_-;

PS: 사진은 독일 베를린 지하철… 지하철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스치듯 지나가는 잔상의 아련함이 생각나서.

평소에 잘하자

지루하지만 계속되는 시험공부. 하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세상 천지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내 주위엔 얼마든지 있다.

이번만은 잘 볼 수 있기를 기대하기는 약간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해야 하는게 공부고, 또 평소에 잘했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한 나에게 내린 벌이라 생각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흠 -_-; 너무 상투적이고 뻔한 이야기인가 싶다. 그래도 난 이걸 꼭 현실로 이루어낼거야…

지현처럼 7시 40분에 일어나서 새벽이 다되도록 열심히 하는 사람은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필요한 만큼 언제라도 거리낌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아침에 생물학 제본 맡긴거 찾고, 기분전환할 겸 당구를 쳤다. 나의 행운과 재헌의 난조로 2:1 로 승리 하핫… 그치만 돈없다는 녀석을 물리게 해 줄 땐 참 마음이 슬프다. 그래도 내가 갑부가 아닌이상 게임비를 다 내줄순 없잖아! 그러고 보면 돈은 참 사람을 치사하게 만들긴 하는구나. 돈이 참 많아서 누구에게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또 하나의 행복이리라…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을 공부했는데, 정말 따분하고 지루했다. 무슨 과목이 이리도 썰렁한지, 마치 내 개그 수준과 맞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거지로 10시 반까지 공부했는데, 이걸 일두일에 두시간 쯤만 투자해서 했다면 꽤나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_-;

30분 정도 자바 이야기를 성훈 선배랑 재헌이랑 하다가 집에 왔다. 너무 늦게 와서 불이 다 꺼져 있다. 이리도 늦은 시간이란 말인가… 12시란 시간은… 어떤 사람들은 지금도 공부도 하고 숙제도 하고 있을 텐데. 쉬지도 못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말이다. 어쩌면 나는 그들에 비하면 배째인지도 모르겠다.

PS: 대학교 1학년 때 바라보던 신촌의 아름다운 노을이 기억난다. 아마 이맘때가 아니었을까? 붉은 노을이 세상 모두를 황홀하게 바꿔버린…

게으름 퇴치

요즘엔 눈을 뜨면 아홉시다. 신기하구나… 하지만 내가 눈뜨는 시간이 새벽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또한번의 욕구가 그것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걸…

11시에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다. 컴퓨터 실에 가서 공부를 했다. 오늘은 왠지 공부가 잘 되는걸? 운영체제 2, 3 장을 끝냈다. 이러는데 벌서 오후 네시. 한시간 공부하고 30분 휴식하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배가 고파서 집중이 안되는 것 같아서 공대 매점에 가서 우동이랑 부침개를 먹었다. 한번 눈에 좋다는 당근 쥬스도 샀다. 부침개는 보통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스턴트 식인 우동과 함께 시키면, 우동을 다 먹을 때 쯤 부침개가 도착하니까 참 편리한 셈이다. 우동을 다 먹고 남은 국물로 목을 축이며 부침개를 먹으면 맛있다. 다 먹고 당근 쥬스를 마셨는데 맛은 별로다 -_-; 그냥 자주 먹던 홍차류를 마시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매점에 앉아서 소피의 세계를 읽으려고 마음먹었지만, 우동국물을 좀 많이 마셨더니 정신이 아찔한게 졸리다. 그래서 일단 컴퓨터실로 갔는데 가니까 더 졸리다;; 기분전환을 할 겸 30분 쯤 휴식을 취하고 공부를 하려고 마음을 잡으려 했지만 잘 되지를 않는다… 휴

불현듯 집에 가고 싶다 생각히 났다. 그리곤 생각했다. 집에 가면 놀기만 하잖아… 갑자기 화가 난다. 내가 어째서 얼마나 못났길래 집에서 놀 궁리만 하는 거지? 참을 수 없다. 당장 가방을 싸고 날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하고 마침 집에 가겠다는 선배와 함께 컴퓨터실을 나섰다.

맑은 하늘.. 저녁 특유의 약간은 어두운 빛.. 그리고 조금 강한 바람.. 나 갑자기 여의도로 누군가와 함께 이 바람을 맞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의도 가 본 적이 없는 거 같지만) 그렇게 시간을 공유하고 웃고 싶었다.

버스 안에선 소피의 세계를 봤다. 철학의 근본적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라 그런지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만 엄마와 소피의 대화가 너무 코믹해서 웃음을 참기가 정말 힘들었다. ^^ 어제 버스 안에서는 웃음을 정말 참기 힘들어서 책을 덮어버리고 더 이상 읽지도 못하고, 거기다가 한참 뒤에 까지 웃음을 참느라 고생을… 하지만 쉽고 재미있는 만큼 음미할 거리는 더 많은 것 같다. 적어도 세 번은 읽지 않으면 안 될 책 같다.

집에 와서 컴퓨터가 유혹했지만 난 내가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선 참아야 했다. 그런데 옆집에서는 드릴로 뭘 뚫고 있고 (그것도 내 방 근처 벽을) 우리 귀여운 멍멍이 재롱이는 그 소리에 계속 짖어대고, 거실에선 티비 소리까지 나니 참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가끔은 혼자가 좋긴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그럭저럭 집중을 하니 대충 공부가 되고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3장을 끝냈다. 3장 마지막 부분은 정말 어려웠는데 책에 나름대로 한글로 주석도 달고 하니 이해도 되고 뿌듯하기도 했다.

좀 쉬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는 아마도 11시 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게시판 약간 돌아다니니 11시 반이고 나에겐 이미 공부하기엔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되서 이렇게 일기를 쓴다. 하지만 사실 오늘 4장까지 했어야 하는데… 내일 아침에 어떻게든 메꾸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다;

역시 공부는 평소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알면서도 하질 못하는 것들… 시험 기간에 한시간에 chapter 하나를 끝낼 수 있는데… 내가 평소에 일주일에 6시간도 공부를 안했다는 걸 생각하니 참 나란 녀석도 게으르기 짝이 없다.

누구나 하는 다짐이지만 더 열심히 하고 평소에 잘하는 내가 되어야 겠다. 만남도 중요하지만… ^^


현애님에게 편지를 받았다. 나에게 그런 정성어린 편지를 써 주시다니 놀랐고 또 기뻤다. ^^ 조금 두근거리며 글을 썼다. 그녀와의 만남도 다시한번 기쁜 삶의 시작이 되길 기도해야지…

PS: 소피의 세계 영어판 표지. 한국어판 표지는 화질 좋은걸 구할수가 없네요…

집착

넥시모에서 테스트가 있어서 학교에 가지 않기로 했다. 같이 테스트하기로 한 형이 온라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한시간 쯤 지나도 들어오질 않아서 컴퓨터 앞에서 빈둥거리기 시작했다.

아… 난 도저히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없어.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렇게 정말로 ‘앉아’ 있기만 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 난 매일 이러곤 하지만 왠지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임을 더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난 집을 나와 학교로 갔다. 어제보단 날씨가 더운 기분이다. 바람이 좀 덜 불어서겠지. 지금 도서관에 가면 사람도 많고, 덥기도 할테니 에어컨이 달린 컴실로 갔다. 컴실에 있으면 역시 컴퓨터의 노예가 되는 일이 쉽사리 발생하지만, 최선을 다해 보자고 오늘도 마음먹으며 컴퓨터실의 문을 열어제낀다.

한 한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한 20분 쉬고 하는 식으로 약 4, 5 시간 쯤 공부한 것 같다. 목표량은 못채웠어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이제 쉴 겸 가만히 앉아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왔다. 일기예보인줄 알았는데 지현이네…? 그녀가 문자를 처음 보내준 적이 언제였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 기뻤다. 서로 공부 열심히 한다고 띄워주는 듯한 문자를 주고 받다가 끝난 것 같다…; 오래간만의 긴 대화여서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갑이 텅 비어서 저녁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수 없음을 깨닫고 밖으로 나왔다. 길가엔 각종 콘서트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Spitz 한국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 정말 본능적으로 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 칼로 포스터를 두 장 떼어 냈다. 아주 좋았다~!

예전에 길가에 붙은 콘서트 포스터가 하나 갖고 싶었을 때, 그것을 떼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던 그 때가 생각난다. 그땐 왜 그리도 소심하고 우유부단했는지…

지금도 나에게 묻는다면 내가 예전의 나와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도 난 여전히 무언가 망설이고 있는데…

삶은 무지와 두려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도 계속해서 무지하고, 그래서 두려워 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두려워 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그 일을 왜 해야하는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집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집착을 버리고 좀 더 용기를 내어야지… 홧팅!

망설임

아발론 OST 도 사고 책들 구경도 할 겸 교보문고에 갔다. 여전히 바글바글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의아함을 다시 한번 느끼며 HOT TRACKS 로 갔다.

인터파크에서는 우송료 포함해서 21600원이었는데 여기는 24500원이나 한다. 정말 폭리가 아닐 수 없지만, 자리값 같은 것들 따지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구입을 하고 아발론 포스터를 요청했는데, 포스터가 다 나갔단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세상에 누가 아발론 시디를 발매된 지 이틀만에 포스터를 다 받아갈 정도로 많이 사간 걸까?) 뭐 어쩔수 없지 하고 발길을 돌렸다. 사실 포스터 받으려먼 인터넷 주문을 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온 건데… 좀 아쉬웠다.

다음은 책 구경. 컴퓨터 책들 뭐 있나 대충 구경하니 요즘 트렌드에 맞는 것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철지난 ASP 가 아직도 득세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대충 보고선 소설 코너~! 한눈에 뜨이는 스테디 셀러 Top xx 진열대. 1번째에는 당당히 상실의 시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위대한 게츠비, 걸리버 여행기 등이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를 약간 훑어보고 있는데 어떤 여학생이 이상한 묵직한 책을 진열대에서 꺼내서 보는게 아닌가? 난 저런 책도 진열대에 있었나? 하고 그녀가 자리를 떠난 뒤에 그 책을 보았다. 그건 ‘소피의 세계’ 였다. 내가 그리도 읽고 싶어 하던… 고교시절부터 읽고 싶어했는데, 어째서 기억나지 않았는지. 기쁜 마음에 덜컥 구입하고 나니 남은 돈은 2000원 -_-; 난 거지야~

전철을 타고 신촌에 와서 학교 컴실에 갔다. OST 뜯어보고 들으며 공부를 약간 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했는지 머리도 아프고 그래서 얼마 하지도 못하고. 음악감상에 집중했다. 특별히 별일 없는 것이 이 곳 컴실의 일상인 듯 하다.

10시 가 되어 후배와 함께 컴실을 나왔다. 파파이스 근처였는데, 어떤 여학생 둘이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들은 차비가 없어서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난 1000원 밖에 안남았는데… 그녀들은 5000원이 필요하단다. 사실 그렇게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부르면 좀 의심스럽다. 거기다가 난 돈도 없어서 도울 수가 없다고 느꼈다. 후배도 별로 탐탁치 않은 듯 해서 그냥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그녀들을 생각했다. 왠지 서글퍼졌다. 내가 꼭 그녀들을 도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에게는 긴 시간이었다) 옆에 있는 국민은행에 갔지만 이미 문이 닫힌 후였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버스가 왔기에 난 신촌을 떠나야만 했다. 그 둘이 무사히 집에 갔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왜 그렇게 망설여야만 했는지, 매사에 누군가에게 무슨 일을 할 때 망설이는 나의 지독한 버릇을 어떻게든 태워버리고 싶다.

버스를 타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 보니 왠 낯선 곳이 눈에 들어온다. 헉… 지나쳤잖아. 결국 송내역에서 내려서 전철을 타고 부천역으로 간 다음에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엄청 늦은 12시 반. 여러 모로 피곤한 하루였다. 아직도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이놈의 두통은 오늘 사라질 줄을 모르는구나…


내가 1000원이라도 왜 주질 못했는지 모르겠다. 난 바본가봐…

PS: 사진은 Avalon OST 표지. 소피의 세계 표지는 질 좋은 걸로 구하기가…

고독의 끝

한동한 몸이 안좋아서 핸드폰을 꺼 놓고 집에서 몇 달 간 요양한 적이 있다. 아마도 작년 여름부터 겨울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에 지현이랑 문자를 자주 주고받곤 했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었기 때문에 난 어떤 문자도 받을 수 없었다. 아니 고의적으로 난 고독을 원했던 것 같다.

솔직히 그 땐 별 생각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내 텅빈 여러 사람들이 있던 구멍들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들이 남기고 간 자리가 때로는 이렇게 가슴시린 것인지…

새 학기가 시작하고, 나를 바꿔 보겠다 다짐했다. 전에 친했던 사람에게 연락도 해 보며 이젠 꽤나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끔 외로울 때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필연적인 경우라고 느껴진다. 함께 있어도 고독하다는 느낌. 그런 것을 안 느끼고 살 수는 없겠지… 아마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서로의 소중함을 잊어버릴테니, 최소한의 reminder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독에서 벗어나겠다 다짐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지현이다. 내가 그녀의 메시지를 조금 많이 씹었다 해서 그것을 사죄하기 위해 만났던 것은 아닐테니 어떤 이유라도 대라고 한다면 대야 할 이유는 그다지 없다. 다만 그녀는 내 그런 상황에서 아마도 가장 마지막까지 메시지를 보내온 사람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그녀가 마지막이었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지만 말이다.

난 그녀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수선화 한송이 쯤은 선물해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렇다고 무의식적으로 느꼈기 때문에, 난 그녀를 부를 수 있지 않았나 다만 추측할 뿐이다.

그 외에도 나와 만남을 한 수많은 사람들… 매일 어딘가에서 그들을 한 번 쯤 떠올리며 이름을 외치고 싶다. 서로를 잊지 말기 위해…

PS: Avalon OST 를 MP3 로 구했는데 정말 감동…! 그리구 오늘 홈페이지 이전하느라 정말 정말 피곤했다 후~! 그래도 요즘 집에 돌아오는 길은 항상 가뿐한 기분이 든다. 봄 바람이 정말 기분 좋은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