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오늘 점심 때 쯤에야 홍천에서 돌아오신다.
나는 오랜만에 내 스스로 일어나게 되어 기뻤지만, 그것은 어쩌면 부모님이 TV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켜지게 해 놓으셨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상관없잖아?
어젯밤에 방을 너무 어지럽히고 자서 대충 정리를 하고 후다닥 등교길에 올랐다. 버스엘 타니 이사람 저사람… 온통 내가 모르는 사람들 뿐이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아는 사람은 역시 아무도 없겠지?
그러니까 갑자기 또 난 아직 혼자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한숨이 피식 하고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저 사람들도 지금은 다 혼자잖아 라고.
지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가 막힐듯 안막힐듯 달려서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별 일은 없었고 수업시간을 술술 잘도 흘러갔다.
마지막 운영체제 수업 조교 실습은 땡땡이를 치고 재헌이랑 밥먹으러 갔다 왔다. 오렌지 탕수육이라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메뉴를 먹었는데 별로 맛은 없었다. 다시 특기생 실로 돌아가서 성준이를 만났다.
재헌 성준 나는 학교 밖으로 나가서 재헌이는 집에 가고 나와 성준이는 파파이스 가서 성준이는 뭐드라 케이준 머머머~ 하고 하는 콜라 + 후렌치후라이 + 닭고기 + 치즈소스 + … 을 먹었고… 나는 오렌지 쥬스를 먹었다. 그런데 오렌지 쥬스가 1000원이길래 큰 건줄 알았는데 아주 작아서 좀 실망이었다;
그리곤 우리는 영화 친구를 보기로 했다. 사실 난 미스 에이전트를 보고 싶었는데 (난 느와르 영화 같은 분위기를 별로 안좋아해서) 시간도 안맞고 해서 여기저기 극장가를 배회하다가 그랜드 시네마에서 ‘친구’ 를 9시 표로 봤다.
자리는 둘 째 줄이었는데 목이 그다니 불편하지는 않았다. 영화 내용은 친구란 무엇인가 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이 영화에 대해 지금으로서 내가 결정할 권한 내지는 능력이 지금으로서는 없다. 특히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나같이 여러번 듣지 않고서는 말길을 못알아듣는 애에겐 해석이 안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인 것 같다 -_-;
하지만 역시 작품성을 강조하는 영화 답게 누가 나쁘고 누가 좋고 따위의 구도는 없었고, 영상미도 훌륭했다. 솔직히 트레일러를 봤을 때는 좀 재미 없을 것 같다 싶었는데, 훌륭했다. 특히 처음에 방구차를 따라가는 소년들과 그 사이로 뿌려지는 자막 효과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엔딩 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엔딩롤이 흐를 때 배경 음악이 없다. 그래서 우린 스토리에 대해 논하며 극장을 나왔고… 시간이 이미 11시가 넘었기에, 나는 그와 작별을 고하고 집에 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가 부쳐놓은 빈대떡과 돼지고기, 그리고 새우젓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맛있는 게 많다. 이것도 무슨 법칙 쯤 되려나?
집에 올 때 습관적으로 노래를 듣는다. 잠시 동안 리얼 월드와의 관계가 끊어져 있음을 나는 오늘에야 발견했다. 자정이 다된 버스의 달리는 소음, 그 안의 정적, 사람들의 간극, 그리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의 고요하고 상쾌한 공기… 이런 것들이 요즘엔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나에게 평화가 찾아 오리라는 것을 느낀다.
PS: 사진은 영화 ‘친구’ 포스터. 그런데 난 유오성이 죽고 장동건이 감방가는 줄 알구 있었는데..; 그리구 선물 고화질 포스터 주웠다. 구석에 쌓여있길래 몰래 가져옴 핫;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