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좀 피곤하게 잤는지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컴퓨터를 치며 한창 늑장을 부리다가 목욕을 시작했다. 얼마만에 즐기는 혼자만의 목욕인가… 라고 생각할 때 쯤 벨이 울려서 나가 보니 누나랑 매형이네. 역시 혼자의 시간을 갖기란 어려운 것 같다.
누나가 차려준 밥을 먹고 학교 도서관엘 갔다. Maxine 디자인할 때 쓸 UML 책을 봤는데, 처음 샀을 땐 정말 안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참 재미있고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each urself * in * series 와, 번역서에 대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예인듯 싶다.
2시 부터 보기 시작한 책도 5시가 넘어서는 후반부에 들어가고 해서 잠깐 책을 덮고 컴퓨터실에 들렀다. 잠겨 있는 컴퓨터실. 한때는 화도 내곤 했지만, 창 밖을 바라보는 여유를 알게 된 뒤로는 왠지 즐겁기도 하다. 창 밖을 바라보며 이번 주 자 ‘내일’ 이라는 대학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멀리서 들려오는 웅웅 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산들바람… 여전히 좋아라… 이젠 옆에 누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질 않는 것을 보니 좀 안정된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다시 한번 컴퓨터실 문을 열어 보니 성준이가 있네. 성준이와 UML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룰루랄라 컴퓨터놀이를 하다 보니 저녁먹을 시간. (역시 컴퓨터실에서 있는 시간은 긴데 실제로 한건 별로 없으니 컴퓨터는 우리의 영양을 쪽쪽 빨아먹는 악마의 기계라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신촌역 지하철에 있는 파파이스에 가려다 버거킹이 더 가까워서(? 사실은 성준이가 전에 씨디 공짜로 줘서 비싼거 먹여 주려고) 버거킹에서 치킨와퍼세트를 같이 먹었다. 그럭 저럭 먹을만 하구나… 돈을 많이 주니 이것저것 양이 꽤 많은 것이 좋았다. 그러면서 역시 이 세상은 돈이 지배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철학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냥 맛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자연스러운게 좋다고 생각해…
다 먹고 나선 TowerRecord 순례에 나섰다. K-Pops 랑 NewAge 부분, 그리고 잡지랑 각종 Top 25 부분을 전부 구경했다. 다리가 장난이 아니게 아프고 피곤해서 나왔는데, 우린 도서관엘 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도서관 가는 길엔 우리의 복병 컴퓨터실이 있었으니… 유혹을 못이기고(사실은 아마도 공부가 컴퓨터실에서도 잘 되리란 넌센스 사고를 하고) 컴퓨터실에 가서… 펑펑 놀았다;
11시가 넘어서야 학교를 나와서 집에 갔다. 버스 안에서 볼륨 24(내 MDR 의 최대 볼륨은 30)로 globe 의 departures, Freedom 등을 들었다. 머리가 조금 아프다… 그래도 J J이 듣는다. 미친놈처럼 계속 듣는다. 30분 정도 듣다가 귀에서 이어폰을 뽑아버리고 멍 하니 앉아서 집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 안해본 사람은 없겠지? 나도 가끔은 미쳤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미쳐 보고 싶다. 폭포처럼 내리는 빗 속… 백양로(우리 학교의 1자로 쭈욱 뻗은 큰 길 이름)를 미친듯이 거슬러 올라간다. 끝까지 올라간다. 물이 불어서 내 발을 전부 적신다. 맨발로 걷는다. 우산도 없다. 계속 걸어서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날 때 까지…
PS: Singin’ in the Rain 포스터. 보질 못한 영화라서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