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졸다가 정류소를 지나쳐서 지각을 해버렸다. 어째 락 음악을 들으면 더 졸린 것 같다. 아무래도 음량의 굴곡이 심한 곡이 잠을 깨는 데는 더 좋으려나?
어제 한 숙제 보고서 마무리 하고 재헌이랑 후배 유진이랑 당구를 치러 갔다. 유진이는 수지가 80인데 우리보다 더 잘 치는 것 같다. 여유로운 웃음 하며… 역시 여유가 있는게 최고다.
오늘은 부모님께서 여행을 가셔서 나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파파이스에 외식을 갔다. 몇 주 간의 공사 끝에 새단장을 한 파파이스는 꽤 산뜻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특유의 살구빛 배경에 빨간 바가 인상적이다. 성준이랑 런치 세트 두 개를 사가지고 컴퓨터 실에 와서 먹고 조금 빈둥거리다가 집에 왔다.
내일 아침은 서양 문화의 유산 시험인데 공부를 별로 하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배짱이 좋다. 커뮤니티 여기저기 들러 주고 어제 보다 만 영화 ‘잃어버린 세계’도 끝까지 다 봤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잠을 청해 봐야지.
‘잃어버린 세계’. 꽤 재미있는 영화였다. 다만 권선징악적 요소가 너무 뚜렷하고 – 사실 그 안경쓴 아저씨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없다 – 도심지에서 음반 가게에서 사람들 뛰쳐나올 때 화면에 왜 일본 사람들만 비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미국인들은 일본인을 어떻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듯 하다. 뭐 일부 한국인들도 비슷하긴 마찬가지겠지. 또 결정적으로,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 환경이 어떻다느니 해서 남의 총알까지 빼놓는 것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수 있는지… 만약 그 상황이 닥친다면 절대로 동의할 수 없을 걸…
오늘 누가 나에게 어느어느날 뭐하냐고 묻고 나는 할 일 없다 대답하고, 내가 그날 뭐하냐 물었을 때 그 사람도 할 일이 없다 대답하면 만나 보라는 신호일까? 어쩌면 난 다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대한 확신, 용기… 어쩌면 나에게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수렁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경험하지 않은 자의 두려움일까? 나같이 마음 약한 사람, 상처받기 쉬운 사람에게 사랑이 가능하려면 정말 거대한 용기와 믿음이 있어야 그것을 지속할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서로 용기를 주면서 믿음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거겠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지 마세요… 운명은 당신과 그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것…
PS: 그림은 애니메이션 ‘총몽’ 일러스트 중 하나…. (일기내용과 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