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치도록 답답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가끔은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대답을 필요로 할 때 아무 대답이 없는 거다.
지금까지 대답이 없는 사람을 많이 만나 왔다. 실질적인 대답의 여부에 관계 없이 내가 기다리지 않도록 적절히 대답해 준 사람은 손에 꼽는다.
‘지금은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 라던가, ‘으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라던가, ‘지금은 별로 이야기할만한 기분이 아니네요’ 정도의 대답만 있었더라면 나는 훨씬 더 기분이 좋았을 텐데.
정말 많은 호감을 갖고 있었던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이 메일로 나에게 다가왔고, 그 일은 나에게 여전히 중요 한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두 편의 편지에 대해 단 한 줄의 답장조차 보내오지 않은 뒤로, 나는 그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 아무도 내가 말을 건네거나 편지를 보내기를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원하지도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내 정성을 쏟아 말을 걸고 편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 사람에 대한 증오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증오다.
내 자신이 하는 말이 상대방을 기쁘게 한다거나, 그 말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가진 우스운 결함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최소한의 기대도 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에게 있어 서로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