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different kind of people

“but I believe … believe … in you.” 고교 시절 그렇게도 미친놈 소리를 들어가며 좋아하던 사카이 노리꼬 씨. 대학 시절에 내가 왜 지금처럼 시들해졌는지 이유를 나는 아직도 모른다. 상은씨가 생각난다. 나에게 그녀는 첫번째 대학 시절의 사랑으로 다가왔으며, 동시에 사카이 씨를 그토록 삽시간에 잊도록 해 준 사람이기도 했다. 후회하지는 않았다. 결국에는 그렇게 잊혀져 가는구나 하며 체념했다. 상은씨를 지나 진주씨를 지나… 난 내가 그들을 정말로 사랑했는지 의문이 생길정도로 미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인연 따위는 없는 거야. 다만 너를 강하게 해야 해. 라며 자신을 타이르곤 했다.

변덕스러운 나의 마음이 가져온 나에 대한 증오가 끓어오른다. 어째서 단 한 사람을 바라보지 못했는지. 내 근처의 소중한 사람을 놓치고 말았는지. 이제 결국 마지막까지 단 한사람을 바라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태양의 흑점처럼 군데 군데 나타나곤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연이 없다고 애써 생각했던 그 사람. 난 그 사람을 절대 잊지 못할것 같다. 역시 내가 사는 이유는 어떤 누군가를 위해서 라고 밖에 결론지을 수 없는 구석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My life goes on

아침 7시 50분의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차서 나 같은 녀석이 탈 여유조차 남겨두지 않는다. 할 수 없이 8시 15분 버스를 타고 9시 5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아침 시간에 컴퓨터실에 가면 짜증이 난다. 다들 환기를 안한다. 에어컨으로 해결하는데, 사실 나도 귀찮으니 누구를 탓하기도 싫다. 청소하라는 선배의 말도 왠지 필요없어 보이는 곳이다.

얼마 간의 시간을 보내고 현준이 만나서 어제 구워 놓은 디아블로 2 확장팩 주고… 난희 만나서 숙제 내 주고 난 일본어 단어 외우고… 현준이랑 난희랑 셋이서 점심먹고 현준이랑 겜방에서 디아블로 2 확장팩 해 보고… 세시 되어서 테크노비전 임택현 과장님(직함이 맞나) 만나서 일 이야기좀 나누고… 테크노비전이랑 재헌이랑 성훈선배랑 또 연관이 있어서 얼떨결에 또 만나서 넷이서 저녁먹고 멋진 야경이 보이는 카페에서 허브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엿듣다가 당구 두게임 치고 막차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메일함에는 (주)베스트소프트인지 뭔지 하는 곳에서 자기네 이력서 양식에 맞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하고.

뭔가 잘못된 것 하나 없고 기분도 좋은데. 그냥 예감이 좋지 않은 이유는 뭘까나. 일상 자체에 파묻혀 생각마저 사라지는데 대한 나의 면역반응일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디를 가도. 단 하나를 생각하며 내 삶은 계속되고 있다.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한 주의 시작을 기독교인들은 일요일이라 하고, 나는 월요일이라 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일요일은 쉬는날이기에 월요일은 공식적인 한 주의 시작이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11시 까지 학교에 간다. 아침에 아버지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셨을 때, 나는 Morten Harket 의 “Can’t Take My Eyes Off You” 를 있는 힘껐 불렀다. …I love you baby and if it is quite all right I need you baby to warm a lonely night I love you baby Trust in me when I say… 몇번이고 부르다 지쳐서야 나는 집을 나왔고, 방금 나를 스쳐 지나가버리는 버스도 나의 조금 늦은 등교를 후회스럽게 하지는 못했다.

신촌에 도착해서, 여러 011 판매점을 돌아다니다가 결국에는 지쳐 버려서 그렇게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39만원이라는 가격에 루나틱 퍼플 칼라의 V.67을 구입했다. 모토롤라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어떤 디자인들 보다도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모델은 내가 신문 지면상에서 그를 처음 접했을 때 부터 나를 사로잡아왔었던 것이다.

10개월 할부로 구입한 귀여운 V.67을 들고 나는 학교로 가서 난희 프로그래밍 코치를 하면서 이용자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 보고, 이것 저것 해 보며 시간을 보냈다. 난희와 점심 먹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서점 가서 책을 구경했다. 헤르만 헤세의 어떤 책 (이별, 사랑 이란 단어가 들어갔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의 표지 속에 적인 구절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황급히 PDA에 옮겨 적었다. Writings 란에 올려야지…

난희와 작별하고 학교에 돌아와서는 예전 핸드폰에 있던 주소를 새 것에 옮겼다. 한글 입력법이 기존의 것과는 달라서 애를 많이 먹었지만, 주소를 옮기면서 거의 다 익힐 수 있었다. 번거로운 주소 옮기기도 이럴 땐 쓸모가 있었다. 13 개 정도의 주소는 새 핸드폰에 옮겨지지 않았는데, 그들과는 너무나 오랫동안 연락을 취하지 않아서 도무지 연락을 걸 만한 용기 마저도 낼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나도 저 어딘가에서 삭제되거나, 옮겨지지 않거나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녁땐 정훈이와 만나서 볶음밥을 먹고, 당구를 한판 치고 돌아왔다. 당구는 한 게임만 했는데, 정훈이가 헬스 클럽에 갈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집에 와서 나도 트레드밀을 조금 했다. 조금만 뛰어도 무슨 땀이 이렇게 삐질 삐질 나오는지 나는 방금 대야에 담궜다가 꺼낸 걸레처럼 되어버렸다. 미리 물을 두 잔 마시고 시작하니 훨씬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3분 간의 대화가 왜 5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는지. 너무나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 많은지. 내 두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나는 도대체 어디를 거닐고 있는지. 중력은 있는 건지. 아…!

Mamoribeki mono

오랜만에 약속이 두 개 겹친 날. 그리고 그 어느 쪽도 조정할 수 없었던 제멋대로의 날. 나는 어쨋든 그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고, 어떤 후회라는 것 조차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마저 잘 알고 있었다. 경험이 가져온 이 불가피한 선택의 문제는 나를 괴롭히려는 시도 조차 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사실 정말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모임에 가야만 하는 것이 나 개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오래 전 부터 잡혀 있던 약속에 대해서 무시한다는 것이 너무나 버거웠고, 만날 사람들에게 전해줄 것들도 많고, 내가 가지 않으면 사람이 적은 모임이었기 때문에 라는 지극히 이성적인 척 하는 이유로 나는 결국 후자를 택하도록 강요받았다.

결국 고등학교 동창들과, 군대 휴가나온 녀석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저녁도 먹고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고…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성호 덕에 약간은 어설프지만 철학적인 이야기도 해 보고… (단 둘이 만나면 아마 이렇다한 큰 결론 없이 꽤나 오래 이야기했을 법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다른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어색했다. 사실 지금 나의 일행들은 나와 같은 반도 아니었는데, 같은 반이었던 그들과는 왠지 어색하고 뭔가 할 말이 없다. 고등학교 시절의 내 유아독존적이며 광신도적인 언행이 아마 지금 그들과의 괴리를 서로들의 안쪽으로부터 결계를 치듯 차오른 것 같았다.

어색한 작별인사와 함께, 군재와 나는 내가 꼭 사고 싶은 핸드폰, V.67을 사러 부천 역 상가에 갔다. 그러나 아까 가격이 제일 싸다고 생각했던 가게는 이미 문을 닫고, 무려 40만원이나 부르는 (비록 3만원 차이 밖에 안나지만) 가게에 실망하고 다음 달에 휴가나오면 보기로 하고 진짜 작별인사를 했다.

모임이 끝난 시각은 약 10 시. 다른 모임에 정말 가 보고 싶었지만, 고장날 줄 모르는 시간은 나를 제약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는 시간의 한계를 한탄하지만 결국 한계를 깨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결국 나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이 생각나기 보다는, 나에게 다가올 더 많은 시간들이 내 펑크난 타이어에 끝없는 바람을 불어넣어줌을 느꼈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Club ZEN의 불꽃처럼 은은히 퍼져가는 사랑.

또한 꺼질줄 모르는 자신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

또 하루의 경험

비가온다고 했건만, 오늘은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았다. 내리기를 내심 기대하고, 조금만 와도 우산을 펼쳐 봤지만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우산을 한 손에 쥐고서는 학교에 갔다.

학교에는 시험 기간 때문에 오랫동안 읽지 못했던 ‘악마의 시’를 마저 읽고, 밀린 정기구독 잡지를 읽기 위해 갔다. 파파이스에서 타바스코 치킨 샌드위치 세트를 사들고 컴퓨터 실 문을 여니 어두컴컴한 컴퓨터실에는 컴퓨터와 모니터의 전원 표시등과 네트워크 상태를 알리는 LED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에어컨을 틀고 문을 열어서 퀘퀘한 냄세를 지우고 햄버거를 후다닥 해치웠다. 사실 그 다음에는 책을 읽어야 겠지만 책은 책이고 전화는 전화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만에 걸어 보는 전화인지 모르겠다. 왠지 망설여지기도 하고, 막상 걸면 할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목소리가 듣고 싶어. 안부가 묻고 싶어. 아까 미리 입력해 두었던 그녀의 전화번호가 아직 화면에 남아 있는 것을 보고 통화 버튼을 꾸욱 눌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의외로 할 말이 참 많았다. 전화 통화는 정확히 오후 2시 55분에 시작되어서 36분 45초 동안 지속되었는데(물론 최근 통화기록을 확인한 후에 알게 된 것), 느낌 상으로는 한 15분 통화한 것같았고, 통화가 끝난 뒤에도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으로 전화 통화 하면 보통 편두통을 겪는다.) 통화가 끝날 때면 습관적으로 무언가 할 말이 떠오를 것만 같아서 쉽게 전화를 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딸깍.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나서야 나는 책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그러지 않고는 책을 읽을 수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책 끝까지는 200 페이지 정도가 남았었는데, 나는 책을 약 3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읽어냈다. 내가 인내심이 강하다거나 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그 책이 종반부로 치달을 수록 발산하는 강한 흡인력과 감동적인 전개 때문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악마의 시’는 문학적으로 대단한 작품이면서 또한 우리 삶, 선과 악에 대한 심오한 고찰로 가득찬 교훈적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후반부에서 맺어지는 절묘한 스토리의 맞물림과 전지적 작가시점을 이용한 작가의 철학적 의견 피력 부분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감동의 끝에서 나는 또 다른 책을 찾기 시작했다. 더 많이, 더 깊이 읽고 쓸수 있도록 나는 다시 책을 찾았다. 읽을 책은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는 정말 힘들었다. 여러 도서 정보 사이트를 뒤졌지만 내 마음에 들만한 – 사실 읽고 나서야 평가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 책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호밀밭의 파수꾼’을 사려고 결정지으려다가, 그녀와 뭔가 공통된 것을 갖고 싶다 생각해서 그녀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이 오기를 무작정 기다리기는 힘들었기에 나는 홍익문고에 가서 여러 신간 도서들을 둘러보았다. 한 20 분 쯤 둘러 보았을 때 전화가 왔는데, 그녀에게서였다. 그녀가 추천해 준 책은 마루야마 겐지의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 3~4 페이지를 읽어 보고 결정하라던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그 책을 한 페이지도 읽지 않고 구입했다. 비로소 첫 세 페이지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을 때였다.

매 주말은 독서를 하고 평일에는 공부를 하는 쪽으로 하려고 한다. 간접 경험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혼자 무언가 경험을 하려 하면 왠지 그들이 모두 다 대단해서 하기 힘들어 보이고, 그럴싸한 변명을 지어내는 것이다. 사실 하고 나면 별것 아니라 생각할 인생의 수많은 경험들… 하지만 확실히 나는 그것을 자신에게 요구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PRECiOUS MOMENTS

어제 잊고서는 계절학기 등록금 마감일인데 등록금을 내지를 못했다. 그래서 오늘 재헌이와 함께 (재헌이도 같이 있다가 못냈기 때문에) 수업과에 문의를 해 보았는데 절대로 늦게 낼 수 없고, 한마디로 ‘꽝’ 됐다는 것이다. … … … … …

내 자신이 왜이리 한심하게 느껴지던지… 거기다가 어제 부모님께 돈 냈다고 거짓말 했는데, 이젠 거짓말을 돌이킬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이 18만 9천원이란 큰 돈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만에 일이 꼬이니 참 황당하다.

달리 할 말이 나오지를 않는 것 같다. 이번 방학 남은 할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비가 온다. 지금은 억수로 많이 온다. 집안에 있으니 후덥지근한게 기분이 그다지 좋지많은 안다. 아.. 지금 이시간에 밖에 나가서 누군가와 길을 걸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너무 감상적이기만 하고 실용적이지는 못하려나. 내일은 더 많이 오고, 번개도 친다니… 사뭇 기대(?)된다.

이번주도 이렇게 흘러가고, 내가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도통 기억할 수가 없다. 비록 책도 읽고, 단어도 외웠지만, 무언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

그 사람이 보고 싶다.

항상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인생과 사랑에 관한 짧은 보고서

보고서를 썼다. 개인적으로는 F 학점 보고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보고서가 마음에 든다.

세상에 결국에 가서는 후회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나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고 지금의 자신을 힘차게 달리게 하고 싶다.


오늘은 가을처럼 서늘한 날씨였다. 작은 바람이 내 손가락 사이를 지나칠 때면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어루만지며 버스 창 밖을 정겹게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이 내 몸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 갓 끓인 홍차향처럼 나를 붉게 물들였다. 나는 그렇게 다시한번 희망이라는 땅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아주 세찬 비가 내렸으면 한다. 우산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쏟아져서 내 발목을 깊이 적시우고, 길을 거닐때면 빗소리에 모든것이 파묻혀 세상이 고요해졌으면 좋겠다.

기억들이 빗소리의 고요 속에 묻혀갈때면, 모든 것이 차분해진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기에는 나쁜 날이지만, 사소한 것들을 정리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 곧 찾아왔으면 한다.

Stablization

이회사 저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오늘은 016과 018 문자 메시지 시스템이 통합되서 그 처리를 했다. 여러 모로 할 일이 조금씩 늘어감을 느낀다…

11시 수업이 있었는데, 20 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수업을 들었다. 내가 처음 확률과 통계를 수강할 때 가르치시던 교수님을 다시 뵈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때는 강의실이 커서 목소리도 잘 안들렸고, 통계학이라는 것에 그리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땡땡이도 많이치곤 했는데. 그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재헌이랑 유진이랑 셋이서 1000원짜리 싸구려 치즈버거를 먹으며 당구를 쳤다. 2시에는 난희와 같이 공부하기로 했는데, 핸드폰이 접점이 않좋은지 자꾸 꺼져 버려서 그녀가 도착한 지 10 분 정도가 지나서야 연락이 가능했다.

서둘러 공대 로비에서 그녀를 만나서 공부할 것들 잔뜩 들고 중앙도서관 6층 휴게실로 갔다. 그녀는 C++ 공부, 나는 평소에 하던 대로 코스를 따라 공부했다. 가끔 그녀의 의문을 풀어주기도 하고, 내가 외운 일본어 단어 테스트도 받고 했다. 한참 하다 보니 휴게실 도색을 한다고 나가라고 해서 (사실 말없이 지독한 냄새가 나는 니스칠을 책상에 했기 때문에) 공대 빈 강의실에서 계속 공부했다. 한 3 시간쯤 공부가 계속되었을 때 그녀는 피곤한지 잠이 들었고 나는 30 분 정도 확률과 통계 과목 노트 정리를 했다.

그러다가는 배가 고파서 학생회관에서 별로 맛은 없지만 저렴한(-_-;)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둘이 허접한 실력으로 펌프도 한판 하고, 더워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더이상 할일이 없어서, 또 회사일을 해야하기도 해서 우린 헤어졌다.


왜 단순한 만남 앞에서도 이리도 복잡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걸까. 매사를 점점 복잡하게 (사실은 별거 아니면서) 생각하는 일이 잦아지는 요즘 내 머리를 Garbage Collect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컴퓨터 용어야~!)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을 구분하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목숨을 걸고 지킬만한 소중한 것이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다른 것에 대해선 온갖 절망에 휩사여 있더라도, 자신이 진심으로 희망하는 것에 대해서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놓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희망이나 사랑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강하거나 약한 사람이라도 갖고 있는 마음 한켠의 보물.

하루가 멀다하고 그런 것들이 흔들리는 사람을 어쩌면 약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약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왠지 특별히 부정할만한 말을 찾을 수 없으니까, 아마 맞을 것 같다.

삶의 안정감을 위해 필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내 안의 미열인데. 나로서 존재하는 사람이 되도록.


내 일기들을 읽어 보면 짧은 순간의 안좋은 느낌을 좋은 것들보다 훨씬 길게 서술해서, 내가 지나치게 괴로움에 빠져 있다고 남들이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사실 그런 기분들은 자고 일어나면 보통은 사라지고 없는데… 누군가를 만나면 평소와 다름없는 나인데… “오늘도 마찬가지로 어제의 그 나빴던 기분은 사라지고 없었다.” 라고 조용히 내 일기는 매일 시작하는데…

이제는 좋은 기분을 아름답고 길게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행복을 위해… 희망을 위해…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내 일기가 전부는 아니고, 내 일기에 쓴 내용이 모두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적어도 이 글들을 읽어 주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말 일기 쓰기 힘들다고 느껴진다. 그냥 마음껏 말해버리면 다들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 쳐다보겠지. 제 2 의 일기장이 탄생할 것인가…


쓰다 만 소설을 계속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단 두 권만 존재하는 책을 만들거야.

비오는 날을 위하여…

온몸이 피곤하고 괴로워서 특별히 길게 쓸 여력이 없다. 짧게 쓰고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왔으면 하는 심정.

핸드폰 충전을 못해서 충전시키고 가느라 계절학기 수업 빼먹었다. 등교하는 길에 야근에서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만나서 늦게 간거 걸렸다.

학교 도착하니 수업 끝나기 30분전이라 들어가기 포기하고, 오늘은 바보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실습 시간 두 시간도 들어가지 않았다. 벌써 세번째 듣는 확률과 통계 수업은 이제 그 시작이 지긋지긋해서 뭐할지도 다 안다.

2시 10 분 쯤이 되어 약속장소인 강남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성호한테 신촌이라며 놀자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약속 시간을 20분 늦추고 성호와 오락실에서 같이 오락하고 놀다가 강남역에 갔다.

언제와도 새로운 곳 강남. 강남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발견했고, 신촌보다 훨씬 쉬기는 좋은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본 영화는 ‘The Tailor of Panama’. 초반부가 지루하다는 평은 본 적이 있지만 정말 지루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상당히 내용이 흥미로왔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점심을 안먹고 영화 보면서 카페 모카를 빈속에 넣었더니 속이 울렁거린다.

그리곤 만두가게 가서 만두 먹는데 코도 이상하고 속도 울렁거려서 거의 먹지를 못했다. 그리곤 서점에 가서 공부할 책 골라주고…. 집에 왔다.

오는 길에 왜이리 서글픈지 모르겠다. 오늘 섭취한 열량이 소진되어서 힘이 없고, ACO 의 노래는 애절하기만 하다. 노래를 너무 크게 들었더니 치아가 아픈 이유는 뭘까. 어쨋든 노래를 따라부르며 감정의 싹을 자르고자 노력했다.


오늘만난 바보는 애띤 고등학생을 연상케 했다. 귀여운 목소리에… 전화랑은 달랐다. 휴 … 오전부터 기분이 좋지를 않아서 뭐 하나 생각해낼 수가 없다. 유난히 기억에 남은 것은, 그녀가 음식을 옷에 잘 흘리는 것과, 웃으면서 박수칠때 박수소리가 정말 크다는 것, 그리고 서점에서 같이 걸을 때 샌달 소리가 특이했다는 것 정도. 하여튼 그녀는 내가 만나 왔던 사람과는 약간 다른 인상을 주었다. 그것은 단점도 아니고 장점도 아닌 특성 이라고 생각했다.

첫 만남의 어색함이란 것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름대로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몸이 안좋아서 괴로웠던 하루. 표현하기가 뭐할 정도로 한일도 없이 끝없이 복잡하기만 했던 하루.


내가 지금 쥐고 있는 것은 내가 아는 것. 나에게 결여된 것은 내가 모르는 것. 내가 지금 원하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 애정과 관심.

심지어 나의 부모님과도 나는 친하지 않다고 느꼈다… 내 탓인걸 알면서,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으면서.

이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애시당초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는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오늘도 부러진 노로 강을 헤맨다…

It really matters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깨어난 지도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몇가지 굴곡을 제외하면 아무일도 없는 듯 평탄히 흘러온 내 인생이 갑자기 오늘 되돌아보고 싶어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그저 악몽에서 방금 깨어난 사람처럼 답답하다. 표현하면 표현할 수록 답답해진다는 것. 그것은 글을 계속 써 내려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거대한 슬픔이다. 하루하루 일기를 써 내려가는 내 마음은 이제 타 들어가 하얀 재만 남은 기분이 든다.

내 몸의 한 쪽에서는 희망과 열정이 자라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절망이 그것을 파먹고 자란다. 결국 내 몸이란 그렇게 채움과 파먹음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기이한 형체의 것이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확실히 내 자아도 존재하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바뀐 것이 그다지 없다 느껴지지만, 결국 나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불완전한 존재.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 사실을 나는 지금 처절하게 쓰라리게 부정하고 싶다. 어째서 나는 이런 정신의 공황상태에 빠져야 하는가. 왜 현실은 진실로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고, 지금 쥐고 있는 것만을 불려 주는가.

이제 저항할 수 없음을 안다. 마지막까지 저항해 보지만 어쩌면 겉치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했던 수많은 다짐들은 기억으로 남고, 결국 저항할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결국 원했던 것은 그렇게 변색되고, 나이를 먹어가는 것입니까.


찌그러진 깡통처럼 불규칙한 내 감정의 기복을 다스릴 수 없어서 하루에 일기를 두번 쓰고 말았다. 결국엔 내가 필요한 것이 정녕 나에겐 없다는 한낯 땡깡에 불과한 글이지만, 이 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