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Wind

매일 나보다 먼저 문자메시지를 받아서 깨어나는 핸드폰보다 내가 먼저 일어난 것은 오늘로부터 한 달이 넘은 어느날이었다. 이게 얼마만인지, 하지만 나는 어제의 괴로운 기억이 씻겨나가기도 전에 깨어났음을 후회했다.

나는 조용히 방충망이 달린 창문의 섀시 도어를 열고 희미하게 색을 내기 시작한 태양을 뒤로 한 채 주머니가 없는 반바지에 손을 넣고 고개를 떨군채 서 있었다. 방금 예열을 마친 자동차의 공기처럼 숨막힐듯한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큰아버지 댁 따님의 결혼식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난 가족들의 움직임이 이 방을 서서히 침범해 들어온다.

공기를 식히기 위해 방문을 열고 다시 창문에 등을 기댔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내 사늘하게 식어 있는 송장의 빛을 한 눈은 어머니를 잠시 응시하다가 이내 땅으로 떨어졌다. 더이상 정적은 없다. 어쩔 수 없이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몸으로 무언가를 하거나 느낀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또한 이 곳은 아까와는 다른 또하나의 고요를 나에게 마련해 준다. 달콤한 샤워기 소리가 내 피부에 닿을 때면 누군가의 손이 나를 매만져 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다른 곳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집중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온 신경을 촉각와 청각에 모아 다른 신경을 마취시키는 것이다.

샤워 덕에 약간 나아진, 그러나 아직은 엉망인 기분으로 아침을 먹었다. 어머니께서 내 엎에 앉아서 물으셨다. 나는 별 일 아니라 우겼지만, 어마니께서 믿으실 리 없다. 나는 대충 사는게 재미없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결혼식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사는게 재미없는 것도 사실이고, 기분이 엉망이라 결혼식에 가고 싶지 않은 것도 거짓이 아니다. 다만 내 환부가 터져서 만든 작은 우주 중 성운 한두개 쯤은 되리라.

아침을 마치고서는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아침은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진을 빼서 아침 시간을 졸거나 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언제까지라도 책을 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결혼식에 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설득은 얼마 가지 않아서 금방 시작되었고, 나는 이 때 어느 정도 기분이 더 회복되었고 – 물론 아직도 엉망이지만 – 더 이상 잔소리를 들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았기에, 반신반의로 아버지에게 동의했다.

예식장은 안양의 한 호텔에서 있었다. 나랑 동갑인 그 애가 애도 낳은지 꽤 되었고, 결혼한다는 사실이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그런 일은 어디에도 있는 것이고, 더군다나 작은 아버지의 막내 따님(아마 나와 동갑인 듯 하다)도 얼마 전에 애를 낳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미리 밥을 먹고 식을 지켜보았다. 무슨 사람이 이리도 많이 오는지. 거의 다 내 친척들이었는데, 나는 그들의 이름, 직업, 거주지 따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성격이나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만약 결혼하게 된다면, 이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야 할런지. 나는 도무지 확신이 서지를 않는다.

식이 끝나고 나는 호텔로비에서 어느 정도 아는 젊은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혼자 전철을 타고 학교로 갔다. 지현이의 홈페이지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도와 주었지만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려서 조금 늦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머리가 아파서 곧 쉬러 갔고, 나도 주린 배를 이끌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가벼운 현기증과 버스가 가속할 때 나는 굉음, 그리고 나의 미열이 묘하게 섞여서 두통이 왔다. 그래, 차라리 같이 아픈게 낫지.


아침에 세면을 하고 거울을 보았는데, 왠지 내 얼굴이 조금 더 단순해졌다고 느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몇년 전 피곤이 계속해서 쌓이던 어느날 생겨나서 어제까지 남아 있던 왼쪽 쌍커풀이 사라져 있다. 오랜 세월동안 짝커풀이라는게 싫었고 무언가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주었는데, 사라지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다시 태어나려면 무언가 결심이 필요하다. 우선 어제의 절망을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나는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기를 잠시 그만두고, 그럼으로써 최소한 지금 내 앞에 주어진 크고 작은 일들에 노력하기로 했다. 또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도 늘리기로 했다. 조금 더 현실적인 결심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아직 기분이 엉망이다.

반신반의로 어제 답장 거의 안해준 지현이에게 문자를 보내 봤다.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노라고. 의외로 빨리 온 답장. 우리는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까지 메세지를 나누었다. 실로 그녀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의 이야기를 듣기란 힘든 일임에도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사람이 있다!

저녁에 그녀를 돕게 되었을 때엔 조금 힘들긴 했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여러 모로 내가 도움을 더 많이 받았음에도 미안하다는 그녀, 머리가 아프다면서도 같이 저녁을 먹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그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이 일기를 보고선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버리고 마는 그사람. 덕분에 ‘왠지 감동적인 하루’, ‘힘이 나는 하루’였다고 결론지을 수 있어서 기쁘다.

PS: 우리집 창문과 비슷한 풍경을 찾다가 발견한 영화 ‘북경반점’의 한 장면. 이쁘다…;

Inexpressible Sorrow

서양 문화의 유산 레포트 때문에 같이 하는 애를 만나러 학교에 갔다. 그런데 갖고 있다고 믿고 있던 그 애의 전화번호가 없다. 아무래도 그 애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멍하니 학교에 걸어들어가고 있는데, 현준이를 만나서 현준이랑 리건이랑 숙제하는데 옆에서 놀았다. 홈페이지 숙제였기 때문에 게임방에서 줄곧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같이 하자고 한 애가 전화를 걸어서 간신히 만나게 되어서 한 20분 이야기 하고 다시 돌아온 시간을 제외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오래 해서 쏠려 봤다. 어찌나 오래 했는지, 한게임 당구 수지가 150으로 올라갔다. 포트리스, 스타크래프트… 안해본 게임이 없는 것 같다. 지현이가 가르쳐 준 bugsmusic.co.kr 이 아주 도움이 되었다. 이게 없었으면 정말 도저히 못견디었을 텐데.

거의 죽은 몸으로 셋이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같에 게임을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내가 거절해서 우리는 해산했다. 완전히 일그러진 표정으로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 앉아서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나는 왜 컴퓨터를 그렇게 오래 해야 했을까. 짧은 내 의견으로는, 혼자이기 싫어서 였던 것 같다. 지금 게임방을 나가면 달리 할 일도 없다. 집에 가기는 싫다. 그냥 앉아있자….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괴로울대로 괴로워진 영혼과 육신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함. 애써 포기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오기. 그러나 더이상 나아갈만한 능력이나 힘이 남아있지를 않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버렸다.

글 남기기

예전에 우유 놀이방에 썼던 글들을 읽어보았다. 이렇게 많은 글 들을 사람들은 쓰고 살았었구나. 그리고 내가 잊고 지나쳤던 이 수많은 글 들을 보고 놀랐다. 정말 내가 아는 것은 정말 하나도 없구나…

남들도 그렇게 내 글을 스치듯 지나 보내고 잊겠지. 내 이름을 기억해 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곳의 글 들을 당시에 왜 그리도 열심히 읽지 못했는지 후회했다.

오래 된 글 부터 몇 개인가 읽어보다 보니, 우유의 100문 100답이 있었다. 그 땐 그런 것이 있었는지 조차 잘 몰랐던 것 같은데, 난 왜이리도 무관심했는지. 한 가지 밖에 볼 줄 모르는 내가 부끄럽다.

천천히 그녀의 100문 100답을 읽고서, 내가 예전에 썼던 111문 111답이 생각났다. 옛날의 철없던 내 모습이 싫고 부끄러웠기에, 다시 한 번 써 보고 싶었다. 나는 부랴부랴 우유가 받았던 문제를 복사해서 내 나름대로의 답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정확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100문 100답을 꽤 짧은 시간만에 쓰고, 우유놀이방에 등록했다. 전보다 훨씬 솔직해 져서 가슴이 뿌듯했다. 그 시절엔 왜이리도 가식이 많았는지… 난 부끄러워서 예전 나에 대한 질/답 글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이렇게 내 생각의 일부는 하루하루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삭제되며 나라는 생각의 총체는 어딘가로 시나브로 이동해 간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 나는 그렇지 않다고 우겨 왔는데 나 자신이 이렇게 변해간다는 것이 조금은 견디기 힘들다.

더 이상 글을 삭제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누가 말려주기라도 했으면 한다. 컴퓨터 천재였던 누군가는 자기의 모든 글을 삭제하고 사이버 자살을 한 뒤에 죽었다. 그만큼 글이란 것은 존재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여기 있어요”

우리 글은 쇼 윈도 안의 마네킹. 때론 시선도 끌지만 오랫동안은 기억되기 힘든 것.

하루 종일이고 그 마네킹을 바라보는 소년, 그 추억을 커서도 기억하는 소년이 되고 싶다.

Never apart

수업이 없지만, 어제 축제도 안 갔기 때문에 분위기를 살피러 학교에 갔다. 그다지 기대 없이 간 학교는 역시나, 1학년 때랑 어떻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지… 물론 달라진 것을 말한다면 등록금인상률 뺨치는 음식값 정도? 학생들이 너무 하는 것 아닐까…?

현준이와 오랜만에 만나서 점심먹고 수업 같이 들어주고, 게임방에서 좀 놀다가 저녁을 먹었다. 난 둘이 만나면 영화가 참 보고 싶다. 못 본 영화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이상하기도 하지. 하긴 난 혼자서는 영화 절대로 못보는 사람이니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마 영화 한편 못보고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 현준이가 돈이 없어서 내 지갑을 몽땅 털어서 영화를 보여 주었다. “멕시칸”

총을 둘러싼 액션 스릴러(?)지만 주 테마는 사랑이었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언제 헤어져야 할까. 절대 헤어지지 않아. 사랑의 기적. 진부할 것 같았던 이야기를 상당히 색다르게 엮은 괜찮은 영화였다.

사랑은 배우면서 하는 것.

정말 사랑한다면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것.

사랑은 변하지 않아야 하는, 그럼에도 변하곤 하는 것.

너무나 다정했던 동성애자 킬러 아저씨의 말이 참 멋졌다…

나는 이 순간에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가.

오늘의 결론

어제 12시 가 조금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역시 깨는 시간은 다음날 해야 할 일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것이지, 어제 잠든 시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아무도 없는 아침이다.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어머니가 맞추어 놓은 TV 가 자동으로 켜 지고, 한 시간인가 지나면 꺼져버리는 아침이다. 어제 밖엘 조금 돌아다니고, 당구를 치는데 꽤나 힘을 들여서 아침의 내 몸엔 땀이 베어 있었다. 샤워기에 물을 틀고 노래를 틀었다. 아무도 없는 아침은 이래서 좋다. 아무리 샤워를 오래 하고 노래를 크게 틀어 놓아도 누구 하나 화내지 않는다.

잠시 물을 받다가, 오랜만에 욕조에 들어가서 좀 누워 있고 싶어졌다. 욕조에 누워서 여유를 즐긴 것은 1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리운 마음에 욕조에 물이 채 다 채워지기도 전에 들어가서 기다렸다. 조금씩 차오르는 물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내 사소한 움직임에도 반응하는 물이 좋다. 물이 점점 차 올라 내 몸과 수면의 높이가 같아 졌다. 나는 수면으로 떠오르는 걸까, 아니면 가라앉고 있는 걸까.

난 수영을 못한다. 어렸을 때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이젠 기억이 안나는 어떤 이유로 못하게 되어서 아직도 난 내가 바다에 뜰 수 있는지 조차 모른다. 하늘을 나는 상상은 해도 바다를 헤엄치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다. 나에게 바다는 두려운 곳이다.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배를 타는 것이 나에겐 더 두렵다. 하지만 바다를 거니는 것은 좋아한다. 내 발목을 적시는 푸른 물이 좋다. 발목에 느껴지는 물의 감촉이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욕조에서 느꼈던 것과 같다.

그리곤 컴퓨터와 약간 씨름 하다가 악마의 시를 읽었는데 문체가 좀 어려워서 40분을 채 못읽고 잠이 들었다. 창문을 열고 잠이 들어서 그런지 일어 났을 때 더러운 기분은 남지 않아 좋았다. 여름 바람이 이렇게 시원했던가… 기분 좋다. 한동안 계속 누워서 바람을 쐬었다. 거실에는 실링 팬이 돌아가서 여름인지 모를 정도로 시원했다. 4학년 때 휴학을 잠깐 하고 혼자 살아 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이런 sweet home 을 떠난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워 졌다.


요즘 일기를 쓰면 결론이 안나는 것 같다. 다만 내 느낌과 기억의 편린이랄까? 언제부터 오늘 하루의 결론을 내고 그것을 정리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나를 며칠간이나 괴롭혔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며칠 간의 고민 끝의 내 결론: “내 인생이 하루 단위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라면 얼마나 비참한가.” 인생은 긴 여정이니까, 이렇게 생각해 두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리라. 며칠에 한번이고 어떤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자.

PS: 그림은 ‘그남자와 그여자의 사정’ 중에서… 그런데 난 이 애니메이션 거의 못 봐서 무슨 내용인지 잘 –a

사랑따위 나는 몰라요

지금, 일기 쓰기가 두렵다.

내 일기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되어 버릴 것 같다.

간단히 중요했던 두 이벤트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싶다.

꿈을 꿨다. 한 페미니즘 성향이 약간 있는 여성지를 읽는 꿈이었는데, 거기서 한 중학교 3학년생의 고민 이란 제목의 글이 실려 있었다. 거기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기력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귀여운 소녀의 얼굴이 몇 장 인가 인쇄되어 있었고, 그녀의 독백이 한 페이지에 걸쳐 적혀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꿈 속에서 나는 그 얼굴이 지현이랑 닮았다 생각했지만, 무슨 관계가 있는지… 내 일기가 매스컴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자꾸 지현이가 나오니 좀 이상하다.

집에 올 때 책을 샀다.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별로 끌리는 문체는 아니지만 꽤 평이 좋아서 구입했다. 컴퓨터 할 시간에 이것을 읽는 것이 내 메마른 정신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난 정말 내가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을 때 언제라도 함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또 그 사람이 원할 때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넌 연인을 원하고 있는거야, 바보야.”

“그럴까? 하지만 난 사랑이 뭔지 몰라.”

“누구나 사랑을 알아가며 사랑을 하지.”

… 애써 모른다고 대답하고 싶다. 이 질문들에 대해.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이제 아니까.

간직

어젯밤에 지현이와 ICQ 를 했는데 내가 어찌나 심심했던지 시시콜콜 썰렁한 메시지를 꽤나 보냈던 것 같다. 그땐 왜 그랬는지, 심심한 사람의 투정이었다는 것을 정훈이의 일기를 보고 깨달았다. 어제 인사도 안하고 나가버려서 미안하다는 그녀의 편지가 내 메일함에 도착했을때야 나는 내가 나쁜 사람이란 걸 알았다.

아침에 여유가 있어서 전화를 해서 물어 보았지만 그녀는 괜찮다 한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지… 미안했지만 왠지 우울하게 말할 수가 없어서 장난 처럼 말해버렸던 듯 싶다.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내 대화 능력은 이정도 밖에 안된다.

학교란 지루한 곳이다. 대학마저도 우리에게 능동적 지식의 섭취 기회를 빼앗았다. 숙제와 시험은 판에 박혔고, 시험 패턴을 이해하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 때론 쉬고 싶을 때도 쉴 수 없다. 얼마 전 파일 처리론 2차 시험이나 숙제같은 것들이 싫다. 그들은 나에게 족쇄를 채운다. 학점이란 이름으로 나를 굴복시킨다.

나에게 어떤 대안이 있을까?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자유 활동과 학업 활동의 병행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나의 여가가 남질 않는다. 최고가 되려면 여가 시간마저도 컴퓨터를 즐겨야 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난 그런 최고는 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 최고가 아니다. 기술적인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삶의 아름다움, 아울러 그 어두운 면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인생의 여러 국면 끝에 빚어진 철학의 산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밸런스를 맞출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질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았자 별 소득이 없음을 깨닫고 웹 사이트를 뒤지다가 말고 하이텔에 접속했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sg718(사카이 노리코 팬클럽 ‘1971’), sg1314(99학번 모임 ‘은하철도’), sg2258(공개 일기를 한번 써 봐요) 정도이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모임은 1971인데, 요즘인 침체 분위기인 듯 하다. 그녀의 결혼 뒤로 이렇게 침체될 줄이야… 하지만 여전히 친목 모임으로서 잘 활동하고 있어서 좋다. sg1314는 1학년 때 가입한 모임이다. 내가 활동 안해도 잘 돌아가는 이 모임은 회원수도 많고, 이미 친한 사람들 끼리의 조직도 잘 되어 있다.

이곳에서 난 진주를 만났다. 대학 들어와서 두 번째로 좋아했던 사람. 하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사람. 내 잘못도 있고, 그녀의 잘못도 있어서 이렇게 연락도 않고 지내긴 하지만, 그녀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평범했는데, 다만 그녀의 여러 환경이 그 때 그렇게 행동하게 하도록 했다는 것을 이젠 이해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 때 꼭 그렇게 했어야 할 필요는 없었는데… 미안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sg1314에 남겨진 나의 옛 게시들을 읽었다. 유치, 발랄, 희망적인 글들이다. 정녕 나에게 이런 시절도 있었단 말인지. 지금의 나와는 대조적인 그 모습에 난 놀라버렸다. 그리고 그 날의 나를 부정하고 싶었다. 이류는 모르겠지만 잊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300여개의 내 모든 게시를 삭제했다.

삭제해서 서운한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 서운하다면 나에게 꼭 말을 해 주었으면 한다. 어떻게 했어야 옳았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난 곧 알아챘다. 그 많은 순간들은 아무리 지워내도 내 마음 속에 언제까지나 간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걸. 그녀와의 여러 번의 만남, 어설픈 헤어짐. 그 사이의 수많은 글들이 그 때의 진짜 나였고, 그것의 잔해가 지금의 나를 이끌어준 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난 그녀에게 도움받았다. 난 그녀에게 도움 준 것이 없지만. 그래서 미안하다.

앞으로 간직해갈 내 삶의 여러 단면들이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도 잊혀지고 때론 다음 단면의 재료가 된다. 그리고 그 단면에게 도움을 준 수 많은 사람들… 영원히 잊지 못할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잊을 수 밖에 없게 되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나에게 소중한 몇 사람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 정도 아닐까?

어제의 그런 행동들도 무언가 가까이 간직하고 싶어함의 표출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왜곡되어서 실례를 낳고… 실수가 싫다 싫어…

PS: 지현이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인연이 거기까지는 닿지 못했나봐…~ 라고 해버리곤 해”

운명론적이라고는 하지만 난 이 말이 좋다. 그 사람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말, 옛 인연을 끊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인연에 대한 희망을 주는 말… 그래도 마음이 아픈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PS2: 그림은 정훈이가 그려 준 600히트 축전 ‘노드속에서의 발견’. 멋지다 ㅠ.ㅠ

해일

고등학교 동창 성호가 우리집에 놀라 왔다. 와서 그는 내 CD-Writer 로 씨디를 여러장 만들어 갔다. 중간에 에러가 나기도 했지만 그럭 저럭 잘 되었다.

그리고 음악 이야기에 대해 주로 나누었다. 특별히 생각은 나질 않는다. 음악씨디를 몇장 만들어서 그것을 틀면서 이야기를 했다. 슈베르트의 씨디를 틀었을 땐, 이것이 유행곡인지 아니면 클래식인지 분간이 안 갔다. 낭만이란 이런 걸까. 유행과도 같은 것.

그것은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다. 낭만이란 유행 이상의 것이라고 우기고 싶다. 하지만 낭만을 겪어 보지 않은 내가 그런 것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소용없는 것일 듯 하다.

그를 돌려 보내고, 누나와 매형도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남았다. 왠지 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했다. 오래간만의 집안일이다. 몸에서 가볍게 땀이 난다. 걸레를 빨면서 땀을 식혔다. 그리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이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바닥을 기며 걸레질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Pump It Up을 했던 이유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일을 마치고 나는 샤워를 했다. 미지근한 물로 모공을 열고 크린싱 폼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찬 물로 모공을 닫았다. 거울엔 번들거리는 내 얼굴이 비친다. 기름이 끼지도 않았는데 번들거리는 내 얼굴이 싫다. 아침에 일어난 것 처럼 면도를 하고 스킨, 로션을 했다. 면도 독 때문에 얼굴이 후끈댄다. 향수까지 뿌리면 데이트 장소로 향하는 내가 될 것만 같았다. 누구라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밤. 누구나 집에서 쉬는 시간. 한 밤중에 나를 당장이라도 반겨줄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난 외롭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기에. 하지만 난 꽤나 그것을 바랬던 것 같다.

사실 오늘은 그다지 외롭지 않았다. 외로움이란 파도같다. 해일일 것 처럼 밀려왔다가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그리고 표면을 부드럽게 깎아지르는 것. 외로움을 겪고 나면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고 마음은 편히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진짜 ‘해일’ 이 닥쳤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모르겠다. 어디에 기대야 할까? 죽어야 할까?

PS: Southern All Stars 의 ‘Tsunami(해일)’ 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감동적인 노래… 그런데 싱글 사진은 보컬 아저씨가 독차지…;

No Appointment

잿빛 구름 사이로 비치는 서광. 그것은 메시지… 회사에 주민등록 등본 갖다 주러 가려고 했는데 아침에 경남님과 ICQ 를 해 본 결과 특별히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늘은 약속도 잡지 않았는데 갈 곳이 없어지니 도대체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할일은 많다.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심심하면 친구한테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메일도 읽고 할 일은 정말 많다. 하지만 왠지 예정에 없던 일을 하려니 이런 저런 핑계가 나를 방해했다. 답답하기도 하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내 자신이 막고 있다니, 뭔가 비정상이다.

한참 친구들과 ICQ를 주고 받다가, 꽤나 늦은 아침을 먹고 설겆이를 했다. 어제부터 일주일간 부모님이 미국으로 여행을 가셔서 거의 하질 않던 설겆이를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가사가 즐겁게 느껴졌다. 매일 매일 세끼 꼬박 설겆이도 하고 걸레질도 하고, 빨래도 하면서 혼자 살면 어떨까? 내 방을 멋지게 꾸미고 누군가 놀러 왔을 때 자랑도 해 보고.

나는 지금 당장 이 곳을 떠나지는 않는다 쳐도 전세집을 한 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기 저기 가격대 별로 알아보았는데, 맘에 드는 곳은 꽤나 비쌌고 심지어 어떤 곳은 보증금과 함께 월세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 그렇게 부담되는 곳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지현이가 사는 데 처럼 그렇게 높고 넓어 보이는 곳은 좀처럼 없다. 하지만 여력이 되면 꼭 그런 곳에서 살아 보고 싶다. 한밤중에 아주 밝은 조명을 켜고 야경을 바라본다. 위스키 언 더 락을 가볍게 마시면서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고 미소짓는 상상을 했다. 상상처럼 달콤한 것은 없다.

꽤 오랫동안 그렇게 웹을 뒤지다가 상상에서 깨어났을 땐 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젠 채팅이 하고 싶었다. 별로 도움도 안되는 것 알면서 웹 채팅을 했다. 초등학생 천지다. “사랑이란 술 같아요.” 라고 말하던 그 대학상을 짝사랑했었다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의 말에 세대 차이를 실감했다. 그렇지만 초등학생만의 뭐라 말할 수 없는 – 경험한 자 만이 알 수 있는 – 공통된 특성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도 느꼈다.

나의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이 생각난다. 사랑이 무언지, 우정이 무언지, 심지어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언지까지도 모르던 시절이다. 그 때 나와 소위 ‘사귀던’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지금은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기억이 내게는 이제 없다. ‘남남’이어도 상관 없었던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프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잊혀지거나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면 이내 잊혀지고 우리의 기억 공간을 정리해 주는 사람이 있다. 나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잊혀져 간다. 모두 한편에서는 잊혀져 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억되어져 간다. 잊혀지는 만큼 기억되지 않으면 나는 점점 작아진다. 세계 지도의 폴리네시아의 이름조차 없는 작은 섬보다 작아져 결국엔 희미한 점이 되어버릴테지.

나는 잠시 상념을 멈추고 나의 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한 상황을 잠시 뿌리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한 시간 쯤 밀린 정기 구독 잡지를 읽었다. 한시간 쯤인가 읽고 나서야 내 머리가 더 이상 읽을 수 없음을 신호했다. 정말 나는 오늘 만날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스스럼 없이 만나자 전화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사실 약속이 애시당초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혼자 방을 긁고 있는 것은 당연한지 모르겠다. 왜 숫자 “1” 이란 것이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결국 모든 숫자는 “1”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멍하니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앉고서도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몰랐을 때, 문자메시지가 왔다. 지현이다! 이 “1” 의 시간에도 나를 인터럽트 할 수 있는 단 한사람. 나는 기뻤다. 더 이상 표현할수 없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때론 짧은 것이 가장 인상적.

저녁때는 누나와 “South Park”라는 만화영화를 봤다. 만화의 틀을 깨는 잔인함, 욕설, 교훈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난 오늘 나의 모든 사고 능력을 소비했는지, 자세히 뭐가 뭔지까지는 모르게 되어버렸다.


무위도식 보낸 하루인데 오히려 일기가 길다. 오랜 만의 채팅, 그리고 메시지로부터 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안에 쳐박혀 있어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나를 방치한 내 자신이 바보같다. 혼자서 학교에라도 갔다면 내 일기가 훨씬 밝아졌을텐데.

PS: 내 일의 의욕을 되찾을 것 같다. 여러가지 꿈 중 하나라도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나.

내가 겪어 보지 못한 것들

각종 커피, 오리지널 홍차, 여러가지 전통차, 그림이 유치한 캔음료 마셔보기. 자동차, 모터 사이클 몰기. 스키, 스노우보드 타기. 수구, 골프, 테니스치기. 고백하기, 이성과 손 잡기, 포옹, 키스, 섹스. 일일 찻집 가기. 군대 간 친구에게 편지쓰기. 소개팅에서 애프터 신청하기. 수능시험보기, 입시에서 떨어져서 재수하기. 밤새도록 진실되게 이야기하기. 컴퓨터와 1달 이상 떨어져 있기. 킥보드 타기. 공원에서 이야기하기, 자전거 타기. 나이트클럽가기. 클럽 가기. 좋아하는 가수 사인 받기. 운명적 만남. 평소에 공부하기. 교통사고 당하기. 통장 잔액 100만원 이상 1년 동안 유지하기. 밤새도록 연인과 바에서 술과 이야기를 즐기기. 유서 쓰기. 2시간 이상 앉아서 공부하기. 나처럼 외로워 보이는 사람한테 무작정 말걸기. 시험지를 백지로 내기. 시험에 안들어가기. 여자한테 온 문자메시지 씹기. 선생님을 짝사랑하기. 진짜 사랑. 30분이상 누군가의 손잡아보기. 고급 미적분. 사랑니 나기. 가슴아파서 기대 울기. 수목원에서 데이트하기. 해외 펜팔을 찾아가서 만나기. 점보기. 도둑질당하기. 컴퓨터 고장내기. 사우나. 초등/중학교 동창 만나기. 성인영화보기.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말 듣기. 꽃과 함께 고백받기.

저 중 거의 다는 내가 정말 겪어 보고 싶은것들이다. 지금 정말 해보고 싶은 것들도 있고, 아닌 것들도 있고… 몇가지 빼고는 다 해보고 싶다. 더 많은 일들을 앞으로 겪게 될 테지만, 내가 아직도 겪지 못한 일들이 이리도 많음을… 나의 경험이란 것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알 것 같다.

혹시 누구든지 위의 경험중에 하나라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신 분께서는 당장 주저말고 메일을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화일처리론 시험이 있었다. 평소에 하지를 못해서 오늘 하루 동안 시험 범위를 전부 공부해야 했다. 하지만 나란 녀석은 더이상 벼락치기를 허용할 수 없는 것 같다. 여기 저기 책속에 박혀 있는 숫자들의 나열을 맹인처럼 바라보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의 실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자 참을수 없는 심정이 되었다. 노래를 들으며, 지현이랑 SAY 를 하면서 한 시간 쯤을 보낸 뒤에서야 공부를 약간 더 할 수 있었고, 시험을 보았다.

공부를 별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히 쓸 내용도 없고, 단순 반복 문제도 있어서, 적당히 앞부분만 보이고 설명을 하는 식으로 한 페이지를 채웠다. 더 이상 쓸 말도 없지만, 시험장에서 나가려면 시간을 좀 더 때워야 해서 생각 끝에 다음 장에 에세이를 한 편 써 보기로 했다. 제목은 “은빛 아스팔트”. 여기 일기에서도 며칠 전 썼던 표현인데, 그것을 모티브로 해서, 나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서 세상의 재발견(아스팔트가 은색이라는 것)을 하고 나에게 정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한 쪽 분량의 글이다. 맘에 들지 않은 감이 있긴 하지만 왠지 만족스러웠다.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이리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말했듯, 그것은 완전히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글을 쓰기가 두렵다. 어디까지나 선을 그어야 하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나는 행간 사이로 흩어져 버릴테니까… 그녀도 어서 글을 계속해서 썼으면 좋겠다. 그녀의 글이 내 것보단 역시 세련되고 아름답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