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4일째.

지난 4일간 재롱이와 집 앞에 잠깐 나갔다 온 것을 빼고는 외출을 전혀 하지 않았다. 현실 감각이 다소 떨어진다. 그날 밤 나는 왜 그렇게 그녀를 아프게 했나 자꾸 후회가 되어서 답답하다. 서로 잘 안 맞았기 때문이라고 하면 모든 일이 쉽지만, 글쎄 꼭 그렇게 만은 볼 수 없지 않냐는 내 내면의 목소리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시험 기간도 끝났고 다음 주 부터는 다시 완전히 현실에 편입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 나의 현실 감각도 어떻게든 돌아올 것이고, 그러면 나의 답답한 감정은 누그러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 ‘쿨’ 한 사이…

참, 오늘은 나보다 더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나의 힘듦을 이야기한 부끄러운 하루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나보다 백배 천배 그 이상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텐데, 나약한 모습을 함부로 보여서 마음 한 켠이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사람 은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시간이 흐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겠지 싶지만 왠지 불안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준 빛 만큼 밝은 빛을 되돌려줄 수 있다면, 나에게 그처럼 행복한 일은 또 없겠지.

이상한 사람.

이상은 – 새

나는 참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그 이상한 구석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왔을 지도 모른다고.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집중력과 끝가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말이다. 하고 싶지만 할 줄을 모른다면 할 줄 알면 되고, 당장은 할 수 없더라도 이것저것 캐내면서 하고 싶은, 추적의 과정을 나도 모르는 사이 하나하나 깨닫게 되어 왔다.

나는 어째서 지치지 않은 걸까? 어째서 지금도 여전히 지치지 않은 걸까?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런 것에 적합한 본성을 갖고 태어났 다고 해 두는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이런 본성 덕택인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엔 나같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것을 종종 잊는 다. 상대방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 보라고 방법을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는 가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부탁해 본 적도 없다. 부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매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정말 하고 싶다면 그 과정의 괴로움을 피하려들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서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위험을 줄이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돌파구로의 중요한 힌트를 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 은 안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어떻게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할 지 모른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틀린 질문을 한 다. A+를 하려면 어떻게 하지? 그럼 A++를 하려면? 그럼 A+++은? 이런 질문을 몇 번 쯤 계속 받으면 슬슬 피곤해진다. 하지만 그 사 람이 그런 질문을 계속 하지 않도록 A란 무엇이고 왜 그것을 배워야 하는지, 그것을 통해 앞으로 있을 과정의 질문들이 차곡차곡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도 싶다. 원하는 목표로 가는데 필요한 자료가 어디있는지는 가르쳐줄 수 있다. 그렇지만 일일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거절하고 싶다.

Code Complete

요 며칠 사이 아주 열심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MilkBox의 코드들도 개선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오랜만에, 어쩌면 나는 정말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나의 넘치는 열정이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미친듯이 프로그래밍에 빠져 있다 보면 타인들과의 관계에 소홀해지곤 한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깔끔하고 쓰기 좋게 만들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일들은 전혀 안중에 없는 것이다. 뿌듯한 프로그래밍을 하고 나서 홀로 거리를 거니는 여유를 가질 때면, ‘혼자여도 이렇게 외롭지 않을 때가 있구나’ 하는 생각과, ‘xx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한 다. 가끔은 결혼을 하면 이렇게 즐겁게 프로그래밍을 충분히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느낀다. 이래서 결혼은 30대에 가서야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인지도.

그렇기에 나를 이 시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 괴로운 일을 겪고 있는 친구, 모두에게 조금은 용서를 구하고 싶다.

아~ 피곤해 -_-;

Imai Miki – ドライブにつれてって

특별한 일도 없이 머릿속이 텅 비어버릴 정도로 피곤했던 하루다.

집에 와 보니 클래식 기타 현 세트와 코트 조율기, 그리고 컴퓨터 책이 택배로 도착해 있다. 그중에서도 현 세트와 조율기는 부피가 주먹 두 개도 안되는데 택배 상자는 내 다리만한 것이 참 우스웠다. 어쩌면 나 자신도 그렇게 큰 상자 속에 콩알만한 심장을 가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노래를 들을 때면 한 순간이나마 지녔던 꺼림직하고 지친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희망이라는 두 글 자를 이곳 저곳에 아로새기고 있는 내 자신을 볼 때면, 내가 자신을 삶을 얼마나 단순화시키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남들이 하는 고민을 내가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단순해서가 아닐까나. 하는 걱정이라곤 그저 퇴직하면 제 2의 직업으로는 무엇이 어울릴까 하는 것 정도.

그렇지만 삶을 단순하게 유지시키는 능력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캄의 면도날 같은 단순함의 미덕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한다. 재귀 적 약어처럼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오묘함도 단순함 안에는 숨겨져 있다. 🙂

GO!

Norah Jones – Don’t know why

내 삶이 지치고 힘들다고 느낄때야말로, 최고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상처라면 상처대로 즐겁다.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쓰 고 보니 유치한 상업주의 애니메이션의 청소년들을 현혹하는 대사같다. (웃음)

비밀 이야기.

Port of Notes – Sailing to your love

나의 삶 중에 타인이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아니, 어쩌면 질문 자체가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란 존재는 타인의 여기 저기로 이루어진 건지도 모르니까.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말투를 따라하고, 상대방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를 내 것으로 하는 것은 싫 다.

누군가를 보고 만남으로써 그 사람에게서 애정을 느낀다. 단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을 느끼는가, 혹시 누구라도 좋은 것은 아닐 까, 아니 어쩌면… 사랑조차도 유도된 욕구가 아닐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데, 나는 왜 제대로 당당히 말할 수 없을까? 어쩌면 지금의 나는 말하기도 전에 관계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근본부터 다른 녀석이 되어 있는지도.

나의 새로운 모습.

기분이 우울했다. 기타 교본을 사러 나갈까 하다가 계획을 바꿔 종종 생각했던 스트레이트를 했다. 거의 10만 원이나 들여서 했는데 마음에 든다. 다들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준다. 그것이 즐겁기도, 이상하기도 하다. 조금은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여자들이 헤어진 뒤 머리를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대 근처의 준오 헤어는 건물의 두 층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컸다. 참 생소한 분위기였지만, 내 머리를 관리해 주신 분이 친절하셔서 좋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타인으로부터의 우호스러운 감정이다. 하긴, 그 동안 두 사람으로서만의 시간이 참 길었으니까.

예전에는 익숙했던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것에 익숙해 졌다가는 또 어느 날이 되면 다른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익숙함이란 어쩌면 본질적으로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 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 세계에서 미쳐나가지 않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