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간 재롱이와 집 앞에 잠깐 나갔다 온 것을 빼고는 외출을 전혀 하지 않았다. 현실 감각이 다소 떨어진다. 그날 밤 나는 왜 그렇게 그녀를 아프게 했나 자꾸 후회가 되어서 답답하다. 서로 잘 안 맞았기 때문이라고 하면 모든 일이 쉽지만, 글쎄 꼭 그렇게 만은 볼 수 없지 않냐는 내 내면의 목소리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시험 기간도 끝났고 다음 주 부터는 다시 완전히 현실에 편입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 나의 현실 감각도 어떻게든 돌아올 것이고, 그러면 나의 답답한 감정은 누그러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 ‘쿨’ 한 사이…
참, 오늘은 나보다 더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에게 나의 힘듦을 이야기한 부끄러운 하루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나보다 백배 천배 그 이상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텐데, 나약한 모습을 함부로 보여서 마음 한 켠이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사람 은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시간이 흐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겠지 싶지만 왠지 불안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준 빛 만큼 밝은 빛을 되돌려줄 수 있다면, 나에게 그처럼 행복한 일은 또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