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후회.

성시경 – 마리이야기

그 사람은 나를 차단하고는 대화 목록에서 삭제시켜 버린 것 같다. 그녀의 일기장에 올라온 결혼의 조건 이라는 글과 내가 삭제되었 다는 현실이 나를 조금 우울케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인 것을… 난 잊는 것도 적응한는 것도 참 빠른, 어찌보면 매정한 녀석인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나의 인생이 편안하길 바라지만, 오히려 그런 조건에 대한 글을 보게 되면 마냥 편안하게 살 수는 없다고 다짐하게 된다. 사 실 삶은 정형화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조건이라던가 다짐이라던가, 사람의 생각은 계속해서 상황에 맞게 적응해나간다. 간단히 말해 ‘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많은 선택은 끝없는 타협의 연속이다. 하지만 정말로 지키고 싶은 것마저도 타협이라는 녀석에게 맡겨버리는 것은 불행이다. 사랑하는 사람, 해보고 싶은 일들에 대한 타협은 마음속의 깊은 상처로 남는다. 진정한 후회라는 것은 이런 것을 일컫는 것 같다.

무제 (2)

Lisa Stansfield – All Around the World

오래간만의 외출. 성호와 교보 문고에서 오라일리의 Struts 책을 사고, 여기 저기 구경했다. 오랜만에 가 본 덕수궁 돌담길은 여전 히 아름다웠다. 하염없이 성호와 사진을 찍으면서 걸었다. 도중에는 추억의 난타 공연장도 우연히 들렀다. 여전히 그 때의 할리스 커피 가게는 그대로인 것을 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어떤 기억은 잊혀지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기를 바람은 –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은 심정은 – 언제나 시간과 함께함을 기억하자…

새 모습.

ゆず – からっぽ

학교를 나서면서 그냥 머리를 깎았다. 우리 동네 미용실 주인 아주머니가 또 바뀌셨다. 다들 착하신 분들인데 계속 바뀌니 어딘가 씁쓸하다. 어쨌거나 새 머리는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데, 내가 원하는대로 이렇게 저렇게 부탁해서 만 들었기 때문인지도. 다들 나에게 젊어졌다고 한다 -_-;

무제.

김광민 – Dear Father (아버지)

하루 종일 책상 앞의 의자에 앉아 mod_jk2 를 이용해 Tomcat 과 Apache 를 연동하려고 애썼다. 가능하게 하기는 했지만 해 놓고 보니 별 다른 필요를 느끼지 못해 그냥 Standalone 으로 전환했다. (웃음)

현재 개발중인 CMS를 겨냥한 웹 출판 프레임워크를 어서 돌아가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구상대로 XML 로 문서를 관리하는 OpenCMS라는 녀석이 있기는 했지만 깔아 보니 직관적이지가 못하고, 나의 개발 의도와는 다르다고 생각되어서 다소 안도감을 느꼈다.

한 번 쯤 생각했던 일들은 다른 누군가가 이미 해 놓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그렇기에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이 해 놓은 비슷한 작업물을 가능한 한 철저하게 검색한다. 가끔 이렇게 놓쳤다는 사실을 알 때면 아 찔하다. 가능한한 Reinvention of the wheel 은 피하고 싶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행동을 과거 검색 엔진으로부터 철저히 검색해서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보 시스템이 안타깝게도 모든 개개인의 두뇌에 분산되어 있어 쉽지가 않다. 개인의 두뇌가 연결되어 있다면 그것 또한 대단 히 큰 문제가 될 것이 뻔하지만 말이다.(웃음) 더군다나 안타깝게도 책으로 읽은 내용은 항상 체득되는 것도 아니니 안타 까울 따름이다. SF 소설 등에서 기계를 통해 뇌에 정보를 주입하는 장치가 나타나는 일은 이상할 것이 없는 셈이다.

내일은 가벼운 외출을 하고 싶어졌다. 할 일도 많고 읽던 책도 마저 읽어야 하지만 공원에라도 가서 바람을 좀 쐬면 얼마 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PS: 소중한 사람에게 김광민님의 ‘혼자 걷는 길’을 선물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서도 나는 ‘아버지’ 라는 곡을 가장 좋아했다.

고갈

사람들은 자신의 외형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나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그렇지만 구미 사람 들은 여자들조차도 그렇지 않다고 여러 곳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내 헤어 스타일이나 옷입는 방식에 대해서 근 2년 동안은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나의 외모보다는 나의 인격과 능력에 대한 시선이 더 궁금하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외모에 열심히 신경을 썼었다. 별다른 센스도 없어서 효과는 제로였지만, 노랗게 염색도 해 보고, 젤도 열심히 발라 보면서 남들의 조언에 귀를 쫑긋 세웠다. 솔직히 말해 그 때를 회상하는 것은 큰 고통이다.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애쓰고 싶었지만 방법도 몰랐고, 무작정 삽 한자루 매고 떠난 불길한 여행이었음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더군다나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나는 모든 경제적 부담을 껴안은 지나치게 순진한 늑대였다.

그 일을 거울삼아, 누군가가 유행이 한참 지난 암울한 옷을 입고 바람만 불면 주체할 줄 모르는 멋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가진 나의 내면을 바라봐 줄 수 있다면, 아니면 반대로 내가 그런 사람을 찾아 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일부러 그렇게 멋대로 옷을 입 고 머리를 다듬기를 게을리 하기도 했고, 심지어 나는 그것이 바로 나만의 로맨스이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외면의 아름다움 이전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낼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자주 외모에 이 끌리기도 했다 (웃음) – 나는 그것을 위해 나의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내 모습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라면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바꾸어야 옳다. 예전 에는 그 사람에게 여러 모로 맞추려고 참 노력했었는데… 어느새 나는, 그 사람의 옷입는 것이나 헤어 스타일에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나를 바꾸지 못해 안달일까 의아해 하며, 바꾸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게 되어 있었다. 어느새 자아의 방어가 시작된 셈이다. 이제 나에게 불꽃같은 열정과 사랑은 물건너 갔고 식어버린 것일까?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고통이 만남으로써 얻는 행복감을 훨씬 압도하기 때문에 이젠 정말이지 사랑을 다시 시도할 자신이 없 다. 오히려 내가 나약해져서 어린 아이처럼 사랑에 목말라하는데 무엇이 제대로 되겠는가. 오늘도 달콤한 사탕을 입에 물고 있다 생각하던 순간 바늘에 찔릴 때의 아찔함과 막막함은 계속되었다. 단 한 번의 아픔만으로도 모든 행복감은 터져서 갈기갈기 찢어진 풍선 조각처럼 땅바닥에 나뒹군다. 정말 피곤하고 힘들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이제 나에게는 그 사람을 나와의 사랑에 다시 한 번 빠뜨릴 만큼의 에너지조차도 남아 있지가 못하다.

PS: 어쩌면 내가 겪는 고통은 나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말미암았을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보다는 그대가 훨씬 더 아팠고 상처입었었기 때문에 나에겐 이런 글을 쓸 자격조차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기분이 언짢았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우울한 비.

Masami Okui – In This Arm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슬픔이란 가끔은 즐길 수도 있는 것이 되어 있었다. 남들이 싫어하는 비가 오는 날이면 ACO의 “비가 오는 날을 위해” 라는 곡을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우산을 쓰고 거리를 천천히 거닐곤 했다. 우수에 젖은 그녀의 노래처럼 수면으로 잠겨드는 나의 마음은. 뭐랄까, 이상스레 유쾌했다.

하지만 오늘은 오랜만의 우울한 비오는 날이었다. 참 슬프고 답답하다. 온 몸에 피로와 고통이 몰려온다. 불쾌한 잠의 유혹과 피로로 부은 몸이 나를 괴롭힌다. 비가 빨리 그쳤으면 하는 마음에 밤을 이 노래처럼 미친듯이 내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