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외형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나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그렇지만 구미 사람 들은 여자들조차도 그렇지 않다고 여러 곳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내 헤어 스타일이나 옷입는 방식에 대해서 근 2년 동안은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나의 외모보다는 나의 인격과 능력에 대한 시선이 더 궁금하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외모에 열심히 신경을 썼었다. 별다른 센스도 없어서 효과는 제로였지만, 노랗게 염색도 해 보고, 젤도 열심히 발라 보면서 남들의 조언에 귀를 쫑긋 세웠다. 솔직히 말해 그 때를 회상하는 것은 큰 고통이다.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애쓰고 싶었지만 방법도 몰랐고, 무작정 삽 한자루 매고 떠난 불길한 여행이었음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더군다나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나는 모든 경제적 부담을 껴안은 지나치게 순진한 늑대였다.
그 일을 거울삼아, 누군가가 유행이 한참 지난 암울한 옷을 입고 바람만 불면 주체할 줄 모르는 멋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가진 나의 내면을 바라봐 줄 수 있다면, 아니면 반대로 내가 그런 사람을 찾아 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일부러 그렇게 멋대로 옷을 입 고 머리를 다듬기를 게을리 하기도 했고, 심지어 나는 그것이 바로 나만의 로맨스이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외면의 아름다움 이전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낼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자주 외모에 이 끌리기도 했다 (웃음) – 나는 그것을 위해 나의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내 모습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라면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바꾸어야 옳다. 예전 에는 그 사람에게 여러 모로 맞추려고 참 노력했었는데… 어느새 나는, 그 사람의 옷입는 것이나 헤어 스타일에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나를 바꾸지 못해 안달일까 의아해 하며, 바꾸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게 되어 있었다. 어느새 자아의 방어가 시작된 셈이다. 이제 나에게 불꽃같은 열정과 사랑은 물건너 갔고 식어버린 것일까?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고통이 만남으로써 얻는 행복감을 훨씬 압도하기 때문에 이젠 정말이지 사랑을 다시 시도할 자신이 없 다. 오히려 내가 나약해져서 어린 아이처럼 사랑에 목말라하는데 무엇이 제대로 되겠는가. 오늘도 달콤한 사탕을 입에 물고 있다 생각하던 순간 바늘에 찔릴 때의 아찔함과 막막함은 계속되었다. 단 한 번의 아픔만으로도 모든 행복감은 터져서 갈기갈기 찢어진 풍선 조각처럼 땅바닥에 나뒹군다. 정말 피곤하고 힘들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이제 나에게는 그 사람을 나와의 사랑에 다시 한 번 빠뜨릴 만큼의 에너지조차도 남아 있지가 못하다.
PS: 어쩌면 내가 겪는 고통은 나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말미암았을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보다는 그대가 훨씬 더 아팠고 상처입었었기 때문에 나에겐 이런 글을 쓸 자격조차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기분이 언짢았다면 정말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