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편지가 좋다

Paris Match – STAY WITH ME

삶의 많은 중요한 순간들이 우연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우연찮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 기만 하다. 새삼스럽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사람들로 인해 나는 괴롭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가끔씩 메일함에 도착해 있는 친구의 메일 한 통은 날 기쁘게 한다. 단 한 통만으로 내가 이렇게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나의 친구들은 알런지 모르겠다. 아니 알고 있다 하더라도 보내 오는 사람이 적기에, 그 사람의 메일은 나에겐 너무나 큰 의미이고 내 생명의 원천처럼 밝게 빛나는 것이리라.

‘조금만 더 자주 답장해 준다면 좋을텐데’ 라는 욕심도 생기지만, 어느날 갑자기 처마 끝에 내려온 민들레 씨앗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나의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답니다.

나만의 울타리

Rita Calypso – Paper Mache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고 생각하면 많은 일들이 편해진다.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설명하긴 싫다. 다만 어려운 것은 혼자 사는 것이라고 자신을 납득시키기는 일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체념에 가까워서, 한편으로는 서글퍼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겐 쉽고, 나머지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이 바로 혼자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귀가 엷은 편이라 나 자신에게 쉽게 설득당했다가도, 다른 누군가의 웃음이나 말수 적은 반응에 의해 금방 ‘아 나는 혼자이기엔 너무나 외로운 녀석이야’ 라고 쉽게 제자리로 되돌아가게 된다. 아, 참 싫은 일이다. 인생은 편하게만은 갈 수 없는, 아니 그렇게 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약간은 애달프면서도 즐거운 여행인가 보다. 나는 나만의 귀여운 울타리를 평생 세울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휴식을 위한 수필

Dreams Come True – 夢で会ってるから

하루키의 글을 읽다 보면 ‘오늘은 일기를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사실 피곤해서 별로 할 말도 없지만 버릇처럼 ‘글쓰기’ 라고 적혀 있는 여러분들에겐 보이지 않는 링크를 클릭했다. (사실 이 버튼은 마음이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

유머가 썰렁했나? 유머는 유머로써 받아들이는 멋진 여러분을 경탄스럽게 느끼며 조금은 쓴 한약 한 모금을 들이켜 본다.

여기서 일기가 끝나면 상당히 썰렁해질 것 같아 한의학과 서양 의학에 대해 썼지만 분위기를 만회할 수 있을 정도의 멋진 글은 아니라 지워버리고 말았다. 사실 이렇게 쓸 말이 없을때엔 쓸데없이 길게 늘어진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다가는 손쉽게 지워버리고 마는 것이 다.

(이렇게 멍청한 문장들의 나열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일단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지우고 또 엉뚱하게도 전혀 새로운 내용을 써 내려 가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 스스로가 가진 일관성의 결여를 발견하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있다. 확실히 전혀 관계가 없는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사용중인 두뇌의 부분을 손쉽게 바꾸듯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건너뛰는 것이 나에게는 어렵지 않다. 아니 내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은 나와 대화하는 평범한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스스로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 어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해 본다 한들 나와 또다른 나는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그런 대화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대방의 경험들로 미루어 보아, 많은 사람들은 나의 말을 잘 따라오는 것 같다. 아니면 나의 헛소리가 생각보다 는 꽤 일관성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오늘은 며칠전에 발견한 새로운 집안 장식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지도 모르긴 하겠다.

— 명색이 일기긴 일기니까 일기도 써 보자. (웃음)

나는 오늘 조금 슬펐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저께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나는 요즘 항상 같은 이유로 슬프다. 그리고 그 것은 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다.

PS: 사진은 아주 오래전에 찍은 사진인데, 아리아님이십니다. 실명은 애초부터 몰랐습니다. 아리아님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는 것이 전혀 없고 또 만나뵌지도 오래되었습니다만. 이 사진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코스포토 사람들이 소풍을 간 날이었는데, 참 멋진 하루였지요. 그때도 공개로 올려놓았던 사진이라 아무 문제 없을 것 같고, 또 무엇보다도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요. 가끔은 아리아님이나 다른 여러 좋은 사람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성격적 결함으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이 후회가 되곤 한답니다.

혼자 걷는 길

ACO – ふたつのてのひら

오랜만에 오랜 시간을 걸었다. 종각 한미은행 본사에서 영풍문고를 거쳐 종로 3가의 협성 카메라까지. 삼각대를 샀다. 중고로 살까 했지만 기다리기에는 원하는 마음이 앞섰다.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왔다. 오랜만의 긴 걸음과 삼각대, 조금은 피곤했다. 하지만 좋았다. 여느때와 같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발걸음을 맞췄다. 혼자만의 박자에 취해 거의 다 저물어 푸르게 타오르는 태양 을 본다.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도 길은 그렇게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이때만큼은 그 누구도 내 머리의 작은 틈으로 들어오기엔 너무 크고 무겁다.

내가 남자 친구라면

Toy – 내가 남자 친구라면

— 사실 Toy 의 노래를 하나도 몰랐다. 기껐해야 한때 유행했던 ‘좋은사람’ 정도. 하지만 이런 노래라면 정말 좋다. 다들 나처럼 생각하겠지. ‘이 가사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 라고.

질문의 또다른 가치에 대해.

Norman Brown – Better Days Ahead

예전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조금 잠자리가 늦었다. 일찍 자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서 일기를 쓴다.

메신저에 있을 때 나는 거의 먼저 말을 거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가 나의 안부를 물어온지가 한참 오래된 느낌이다. 그들이 항상 하는 질문은 왜 컴퓨터에 대한 내용이 아니면 안되는 걸까?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등, 세상엔 정말 물어볼 것이 많다. 그런데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은 종류이면서 적은 수의 질문을 받는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정말 물어볼 것이 많다. 그들은 아마 할일에 치여 바쁜 인생을 사느라 나까지 신경쓰기엔 여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그 순간 남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일들이 참 많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사람들은 힘든 일이 없거나, 나와 다르거나, 아니면 어느새 (아니면 원래 부터) 내가 별 관심없게 되어버렸거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라면 이럴때 이렇게 말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말이다. “희승아 잘 지냈어? 부모님 유럽여행 가셨다며? 혼자 있는 것 어때? 심심할텐데 괜찮아?” 사실 심심하진 않다. 그렇지만 질문으로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간접적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은 질문 그 자체가 아니라 관심으로서 더 큰 가치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aiko – 愛の病

짧은 시간동안 두 번째의 일기를 쓴다. 첫 번째 일기도 읽어주면 하는 바램이다.

부모님은 유럽으로 11박 12일의 긴 투어를 떠나셨다. 나는 혼자고, 오랜만에 새벽에 깨어 있다. 나쁜 타이밍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멜랑꼴리한 기분이 낮에도 심각했는데, 밤에는 더해질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해 봤지만 사실 지금의 난 그렇게 ‘많이’ 멜랑꼴리하지는 않다. 오히려 다소 흥분되어 있는 혼자만의 축제 분위기다. 아마 거실의 섀시 도어를 닫는 것을 잊어서 들어온 찬바람 덕택에 몸이 약간 싸하기 때문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라는 빙산의 일각을 사랑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1%도 안될지 모르는 누군가의 마음에 감동받아 나의 심장이 메아리치고 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확인하고 싶다. 내가 본 그 자그마한 부분이 그 사람의 얼마만큼의 부분인지를.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그 길을 가지 않고는 진정 사랑을 경험했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사랑’ 이라는 감정이 진정 ‘그 사람’을 향한 것이었 는지, ‘그 사람의 1%’를 향한 것이었는지를 확인하지 못한 사랑은 어떤 면에서는 증명되지 못한 수학 공식만도 못할 것이다.

PS: 그림은 내 PDA 시작 화면. 예쁘죠? 저것 찾느라 하루 종일 싸돌아다녔어요. (웃음)

두 사람.

B’z – BAD COMMUNICATION

생각은 흐른다네. 시간은 우리에게 잊혀짐을 주었기에.

하지만 친구에게 보낸 문자가 보기 좋게 씹혀버릴 때.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보내 보았는데 또 씹혀버렸을 때. 전화 한통 바라는 친구에겐 전화 한통 없고. 내가 거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는 것을 알면서. 그래, 메시지. 그냥 보내버리고 신경 끄면 된다. 무신경한 답장보단 그게 낫다. 나를 위해 단 1분의 시간도 할애해주고 싶지 않아도 그걸로 좋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났다고 해서 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난 그렇게 강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일부러 말 걸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도 못했다.

최소한 지나가다가 스쳐 되돌아보는 까슬까슬한 옷감의 감촉만큼이라도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하면 너무 비굴한가? 어쨌든 난 이렇게 애처롭다.

그리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종종 상대방을 생각한다. 그리곤 이야기한다. 오늘은 너가 보고 싶어, 라고. 시내의 윈도 쇼핑, 공원의 나들이, 카페에서의 잡담, 영화 감상, 잠 깐 떠나는 기차 여행이 하고 싶어, 라고.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이 있다.

아프다구…

Norman Brown – Rain

사람들이 많이 미워질 때가 있다. 다 기대한 나의 잘못이겠거니 생각하고는 잊어버리지만 그것만큼 슬픈일도 또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 유전자도 원망해 본다. 내 가슴은 도대체 몇 번째 녀석 때문에 이렇게 애처롭고 외롭냐고. 작은 말 몇 마디로 나를 도와줄 수도 있었던 좋은 사람들은 그렇게 미워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