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콘 출판사의 김희정 과장님이 보내주신 조엘 스폴스키의 조엘 온 소프트웨어를 얼마 전 다 읽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다음 장들은 인상깊게 읽었다. 두고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어 보고 싶을 마음이 들 정도로 신랄하면서도 정확한 지적이다.
- 12장. 다섯가지 세계
- 14장. 화성인 아키텍트를 조심하세요
- 15장. 쏘면서 움직여라
- 20장. 인터뷰를 위한 게릴라 가이드
- 21장. 성과급은 오히려 해가 된다
- 26장. 허술한 추상화의 법칙
- 36-40장. 전략 메모
- 42장. 마이크로소프트가 API 전쟁에 진 이유
하지만 그 밖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어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조엘 테스트니 일일 빌드니, 경량 프로젝트 관리법이니 하는 것은 이미 다른 책이나 웹 사이트에서 질리도록 배운 내용이니 어쩔 수 없으리라. 유니코드니 엔코딩이니 앤디앨리어싱이니 하는 것들도 XT 시절부터 한글 라이브러리나 게임을 개발하면서 몸에 벤 지식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마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단순히 컴포넌트를 끌어다가 원하는 기능을 정신없이 구현하다 보면 프로젝트가 끝나 있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뻔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지어버리기 전에 이런 책을 접한다면, 좀 더 넓은 세계를 까치발로나마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마음에 드는 부분 만큼이나 많았다.
첫째, 유머가 너무 썰렁하다. 기발한 표현은 좋은데 별로 웃기지가 않는다. 테스트 주도 개발의 켄트 벡이 보여준 유머 정도는 되어야 읽을 맛이 나는 법인데, 오히려 분위기가 영 좋지 못하다.
둘째,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어휘 선택이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 물론 블로그를 번역한 것이니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Original estimate 를 원본 추정이라고 번역한 것이나, 단축키라는 표준화된 말 대신 도깨비 (?) 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밖에도 몇 가지가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흘러 기억이 나지 않는다.
셋째, 역자주에서 FireFox 점유율 부분에 대한 내용이 너무 자주 나온다. 나도 FireFox 브라우저를 좋아하고, 지금도 이 훌륭한 브라우저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과 무관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역자주에 언급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성가시게 느껴진다.
넷째, 중간 중간 나오는 한국어판에만 있는 보너스는 대부분 쓸모 없다. 베타 리더 이야기나 추천의 글들은 정말 왜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베타 리더들이 이 책이 나오도록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이해하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책의 흐름을 끊어놓는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존 서평도 마찬가지다. 이미 책 뒤에 나온 추천사를 보고 구입한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안에 또 서평이 들어있어야 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이런 내용이 책의 중간 중간에 나온다니, 조엘 스폴스키의 책을 읽고 있는데 마치 기대하지도 않는 사람이 불쑥 불쑥 잡담을 늘어놓는 것 같아 몰입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IT 비즈니스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버무려 놓은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다. 그 안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도 있고 싫어하는 과자도 있는 것이다. 이 과자 저 과자 많이 먹어 본 아이에게 종합 선물 세트는 그렇게 달갑지많은 않음을 어찌하랴. 그 점을 감안한다면 ‘조엘 온 소프트웨어’는 좋은 책이다.
9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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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nsea said,
November 8, 2005 at 11:14 am
한글라이브러리;;
감회가 새롭군요 ㅠ.ㅠ
그 시절이 오히려 속편했지 말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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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er said,
November 8, 2005 at 12:38 pm
저는 유니코드 부분이 따로 할당되어 있는게 괜찮더군요.
국내에서 인코딩에 대한 지식을 가진 분들이 비교적 적은데 그나마 아는 분들 중에서 제대로 정리해서 알리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아주 옛날 구닥다리 자료가 남아 있는 형편이고, 그나마 좀 더 알아보려면 결국 외국에서 자료를 찾아야 하더군요.
조엘온소프트웨어 책 자체에서 몇몇 챕터는 정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챕터마다 따로 하나씩 의견을 써서 글을 적고 싶을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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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Wave said,
November 8, 2005 at 1:48 pm
나도 있는 책인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는… -_-; 볼때는 재미있었던걸로 기억됨.
(여기 코멘트달때 계산이 넘 어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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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in Lee said,
November 8, 2005 at 8:44 pm
ㅎㅎ 옛날에는 시피유 사이클수와의 싸움이 흥미 진진했죠. PC 기술 사전 펼쳐 놓고 사이클 수 세어가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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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in Lee said,
November 8, 2005 at 8:46 pm
맞습니다. 그런 정보는 쉽게 찾기가 힘들게 되어 버린 요즘이네요. 다만 제가 이미 알고 있다 보니 그닥 재미가 없더라구요. ^^
스폴스키씨의 날카로운 분석력이 돋보이는 장이 꽤 되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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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in Lee said,
November 8, 2005 at 8:46 pm
ㅋㅋ 질문이 네가지 뿐이니 한 번 외우게 될 정도로 답글을 달아 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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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카 said,
November 8, 2005 at 11:24 pm
네 제생각도… 베타 리더 부분은 흐름상 불필요하고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하더군요. 네번째 이유 무지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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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ingStar★☆ / 코딩스타★☆ :: said,
November 8, 2005 at 11:28 pm
조엘 온 소프트웨어 – 조엘 스폴스키
아끼는 후배 동훈이가 추천한 책. ‘형이 보면 무지 재미있어 할거야~’ 라는 말에 솔깃했다. 웹사이트에서도 번역된 글을 볼수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인쇄매체로 글 읽는 것이 더 맘이 편하고 좋더라..
조엘은 포그크릭 이라는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는 개발자 출신의 회사 경영자이다. 이책은 그가 운영하는 유명한 소프트웨어 개발 블로그인 http://www.joelonsoftware.com 에 포스팅되었고 많은 리플이 달렸던 주옥같은 글 중에서 베스트를 뽑아 엮은 책이다. 전체 페이지수는 496페이지 정도 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읽다보면 핵심 주제들에 대한 그의 통찰력과 설명에 감동하게 된다. 어느새 책을 다보고 나니 아쉬움이 한가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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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in Lee said,
November 9, 2005 at 12:28 am
공감해 주셔서 기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