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forgettable (or the Unforgiven)

오늘은 여행 가방을 샀다. 샘소나이트 부천 상설 할인 매장에서 구입했다. 나 혼자 갔다면 보나 마나 가장 예쁜 최고급 모델을 샀겠지만, 가족이 함께 가서 디자인은 조금 맘에 안들지만 실용적인 제품을 샀다. 미국 방문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지난 한 주 동안의 일들을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이켰다.

지난 한 주간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주 화요일에는 갑작스러운 구토감과 어지럼증을 느껴 영동 세브란스 응급실을 방문했었다. 온몸에 기운이 없고 손발이 저린 가운데 가슴까지 아팠다. 완전한 패닉. 난생 처음 니트로글리세린을 처방받았다. 이번주 월요일까지만 해도 심장에 대한 걱정 때문에 거의 업무를 할 수가 없었다. 의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 걱정하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무슨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악순환의 연속으로 심신은 거의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불완전 우각차단이지만 심장은 완벽히 정상이라고 한다. 정신적 패닉으로부터도 거의 완전히 회복했다. 덕택에 응급실비니 검사비니 해서 기십만원 정도 깨졌지만, 다시 한 번 스트레스의 위해성을 깨닫게 해 준 좋은 경험이었다.

스트레스 하면 떠오르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가끔은 그 사람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저주하곤 한다. 너의 인생은 결국 고만고만한 잊혀진 많은 사람들의 그것들과 다름없을 것이라고.

한편으로는 나도 그런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하루 하루를 만들어 간다. 해일과도 같은 스트레스 끝에 찾아온 심각한 몇 개인가의 위궤양과 십이지장 천공에 의한 복막염. 아기를 낳는 정도의 고통과 생명에의 심각한 위협을 겪고 난 뒤로는 삶이 더 값지게 느껴졌다. 어떤 면에서는 덕택에 다시 태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감사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끓어나오는 증오를 비웃음과 고상한 어휘로 포장하는 것 이상은 힘든 것이다. 설사 이런 나의 마음이 저속하다 할지라도 숨기고 싶지 않다. 숨길 수도 없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증오하고 가능한 모든 불행을 바란다.

6 Comments

  1. 짱가 said,

    November 9, 2005 at 1:49 am

    그러다 보면..
    용서란것, 관용이란것 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될때가 있더군요.
    교과서적인 말에 의하면 증오나 미움은 결국 나 자신을 헤치는 것밖엔 안된다고 하니깐요.

  2. Trustin Lee said,

    November 9, 2005 at 1:54 am

    헛, 글을 수정했는데 그 사이에 답글을… 빠르십니다;
    왠만한 안좋은 기억들은 다 잊어버립니다만, 살아가다 보면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하나 둘씩 쌓이게 되는 것 같네요.

  3. 짱가 said,

    November 9, 2005 at 7:09 pm

    그런 기억들은 저도 많아요…
    이상하게 수치스럽고 증오스러운 기억만 뇌리에 박혀 있지요..
    기쁜일들은 쉽게 잊혀지는데…
    저역시도 … 너는 고만고만하게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저주(?) 같은.. 그런 맘으로 바라보는 이들(?) 이 있긴하죠..
    어차피 이래저래 에너지 낭비더라구요…

  4. Trustin Lee said,

    November 12, 2005 at 10:26 pm

    네.. 증오하기엔 세상을 위해 할일이 많긴 하죠 ^^;;;;

  5. Ryon said,

    November 17, 2005 at 11:15 am

    몸 조심해라…

    저번처럼 사람 놀래키지 말구….

  6. Trustin Lee said,

    November 17, 2005 at 1:03 pm

    응~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