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자격이 필요한가?

광복절 밴드 – 분홍 립스틱

누군가를 사랑할때 ‘자격’ 이라는 것이 필요한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어 왔다. 심지어는 나 자신 속에서조차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결론이 거듭 뒤집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은 불안정성을 내포한 행복이다. 사랑으로 행복하면 할 수록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위험도 높아진다. 서로의 약한 부분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힘으로 그 약한 부분을 보호받거나 이겨낼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우리는 오히려 불행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불행한 현실속에도 피어나는 사랑은 행복하다. 다만 결국 불행하게 끝나버린 사랑만이 불행하다. 하지만 끝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랑하면서 오는 가슴아픈 순간은 사랑이 아닌가? 그것은 또 아닌 것 같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있듯, 아픔의 순간에 다가오는 행복은 그것이 가지는 본래의 힘보다 더 많은 행복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즉, 불행 없이 존재하는 행복은 다소 밋밋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랑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 바로 상대방을 불행하게만 하는 사람이다. 불행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를 극복할 행복을 줄 수 없다면 사랑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 아닐까?

PS: 그런데 우리 자기야는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해 준다 ♡

Shiina Ringo (椎名林檎) – 本能

무작정 글을 쓰려고 폼을 열었다. (다들 말하는 것 처럼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고는 말하기 싫다 🙂 시간은 흘러 자야 할 시간을 훌 쩍 넘겼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나에게 잠이라는 것이 무게를 갖게 될까? 모를 일이다.

점점 더 길고 깊어지는 열기 속에 몇 방울인가 점 점 더 흐르기 시작하는 땀은 나에게 여름을 연상시키곤 한다. 그래,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하지만 바다 때문은 아니다. 바다에 간다면 가을에 가고 싶다. 나는 ‘땀’ 때문에 여름을 좋아한다.

몸을 흐르는 땀과 맞닿은 살갖, 그리고 그 사이로 불어오는 한 줄기 작은 바람을 나는 좋아한다.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할 때의 상쾌함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도심의 더위와 열대야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통 땀이 흐를 때 뜨거운 태양을 서로의 머리 위에 둔 채로 서로를 웃으며 포옹할 수 있다면, 난 그야말로 정말 낭만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답좀 하면 안되나요?

나를 미치도록 답답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가끔은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대답을 필요로 할 때 아무 대답이 없는 거다.

지금까지 대답이 없는 사람을 많이 만나 왔다. 실질적인 대답의 여부에 관계 없이 내가 기다리지 않도록 적절히 대답해 준 사람은 손에 꼽는다.

‘지금은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 라던가, ‘으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라던가, ‘지금은 별로 이야기할만한 기분이 아니네요’ 정도의 대답만 있었더라면 나는 훨씬 더 기분이 좋았을 텐데.

정말 많은 호감을 갖고 있었던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이 메일로 나에게 다가왔고, 그 일은 나에게 여전히 중요 한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두 편의 편지에 대해 단 한 줄의 답장조차 보내오지 않은 뒤로, 나는 그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 아무도 내가 말을 건네거나 편지를 보내기를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원하지도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내 정성을 쏟아 말을 걸고 편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 사람에 대한 증오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증오다.

내 자신이 하는 말이 상대방을 기쁘게 한다거나, 그 말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가진 우스운 결함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최소한의 기대도 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에게 있어 서로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인걸까?

거리는 0 니까 괜찮아

Grover Washington Jr feat. Bill Withers – Just the Two of Us

근무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은 두 번째다.

한가한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기엔 자꾸 마음이 두근거려 버리고 만다.

집에 일찍 도착하면 최신 기술 문서를 읽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기타라도 연습하며 마음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지금 내가 이 긴장감을 이겨 나아가고 있는 것은 다시 돌아올 것에 대한 확신과 노트북 PC를 열면 떠오르는 한 장의 사진 덕택이다.

눈을 감자 갑자기 크리스마스 저녁 내 뺨에 닿은 입술이 전해오는 상쾌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다시 만날 준비를 하고 싶다.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내 팔을 벌려 힘껏 안을거야.

어느 누구의 시선도 개의치 않겠어.

미리 준비한 이어링을 네 작은 귀에 선물할거야.

그리고는 속삭이겠지. 오랜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