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인 태경이와 호를 신촌에서 만났다. 사실 오늘 약속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는데 어제 알게 되어서 부랴부랴 만날 수 있었다. 회사를 지각해서 회의 끝나고 신촌에 약속시간인 4 시보다 약 10 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호와 나는 태경이 학교 구경 시켜주고, 동아리 방에서 짜장면과 우동을 시켜 먹고 간만의 산책으로 피로해진 몸을 쉬다가 당구장에서 당구를 쳤다. 둘은 50과 30인데다가 사구 당구를 안친지가 오래 되어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결국 승리! ㅡㅡv; 다들 가난한 몸인지라 (나는 오늘 자판기에서 5000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5400원짜리 사이다를 사 먹었다 ㅡㅡ) 돈을 어찌어찌 모아 통닭과 맥주 3000cc를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여자 친구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사실 실로 많은 여성을 이번 달에 만나 본 나이지만 무어라고 그것에 대해 말할 만한 소재는 찾지 못했다. 그냥 이야기를 따라 나의 의견을 말한 정도라고 할까? 예전에는 만남 끝에 허무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만남 끝에는 그 사람과의 오늘을 떠올리는 즐거움에 빠짐으로서 허무함을 거의 없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일도 어느 정도 바쁘고 해서 그런 것을 느낄만큼 여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지금 정말 ‘연인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나에게 주는 따뜻한 포옹 한 번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음에 나는 긍정한다.
나중에는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태경이의 질문에 따라 대답을 하게 되었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 하려면 무슨 무슨 책을 봐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 어떤 책을 보든 그것은 개인의 문제일 뿐이고 결국 많은 책을 읽게 됨으로서 도달하는 곳은 비슷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설명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사실 이런 질문은 나를 미치게 할 정도로 따분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상스레 많은 말이 하고 싶어서 이리 저러 여러 방법으로 설명을 해 주었다. 나의 프로페셔널리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어서인지도.
버스 안에서는 술에 약간 어지러운 머리로 BROS를 생각했다. 몇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차라리 상연이 생각을 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했다. 술집에서 그녀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내일 의정부에서 아르바이트가 5시에 끝나서 늦게 만나야 할 것 같다고 하길래 다음주에나 만나기로 했었다. 내일 저녁에 잠깐이라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 보고 그러자고 할 걸 후회가 된다.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좋아하는 풍이었다. 사실 흔한 목소리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겠지만, 난 그런 목소리가 좋다. 나는 아직도 목이 다 낫지가 않은데다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후회한다. 그녀를 곧 만나게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나의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8월 달 그리도 많이 만난 그들 중에 있을까, 아니면 이번달, 어쩌면 내년?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어떤 사람도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 말하며 나는 오히려 수동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그저 나의 연인이 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내가 다가간 사람은 없었다. 진정 그것을 원하면서 행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난 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
매일매일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쉬지도 않고 하는 나의 모습이 이상하게 처량해 보이지 않는다. 진정으로 구하는 내 모습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