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Hacker

오늘도 역시 열심히 일했다. 특히나 오늘의 디버그는 정말 가관이었다. 예외를 던지지 못하게 막아 놓고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줄 알고서는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아내지를 못해서 결국 JVM 업그레이드까지 하면서 방황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해낸 그 버그 덕택에 오늘 할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뜻대로 될 리도 없고, 기도하는 수 밖에는 별 수가 없을 것 같다.

요즘엔 아주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 사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테크노 비전 일은 별로 재미없지만 BROS 를 사용하는 라퓨탄넷 일은 재미있다. 오늘처럼 버그로 고생하는 날도 있고 순탄히 일해서 일한 것 같지도 않은 날이 있겠지만, 결국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받고 그것에 전념할 때면 내 마음은 꽤나 즐거워 지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전을 이겨내는 지적인 호기심이 없다면 프로그래밍의 낙은 어디로 갈까.

그나저나, 테크노비전은 오늘도 월급을 안준다. 정직원들은 월급날인 5일날 모두 지급이 된 것 같은데, 도대체 내 통장에는 돈이 들어올 줄을 모르고 있으니 짜증이 아니 날 수가 없다. 그것도 매달 전화로 톡촉을 몇 번인가 해야만 들어온다니, 참 기가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독촉 전화를 한 번 걸어 줘야 겠다.

치매? 치매!

회사일을 열심히 한 하루. 일에 푹 절여져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제대로 못하고, 그러면서도 어떤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에 대해 묘한 자부심을 느끼며 수시간을 흘려보내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더 많다.


텔레비전에서 치매 노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한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만약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내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까, 모를까? 그땐 죽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런것이 요즘 내 지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 이 나이때가 되면 다들 겪는 현상(그러나 딱히 어떤 현상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ㅡ.ㅡ)이려니 하기엔 너무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API 도 자주 잊어버리고… 앞으로는 수학 공부를 해야 할까? 고등학교 1학년 때 정석 풀 때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BROS is coming soon!

휴학접수를 마쳤다. 이제 공식적인 휴학생이다. 이대로 저 구름 가득한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에 팔과 가슴을 활짝 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활기가 넘치는 하루다.

휴학 접수 뒤에는 충무로에 가서 필름과 렌즈 청소 도구를 샀다. 필름 가격이 한통에 7000원이나 되어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놓였다. 사실 매월 5일이 테크노비전 월급날인데, 지금까지 제때에 입금된 날이 하루도 없었다. 과연 이번엔 언제 입금될 지 한 번 끈덕지게 기다려 보도록 해야 겠다.

돌아오는 길에 역시 달리 찍을 정물이 없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몇 명인가의 사진을 찍었다. 내가 원하는 상황을 우연적으로 연출시키기란 정말 대단한 인내와 과감성을 갖지 않으면 매우 힘든 일이다. 결국 별 소득 없이 집에 돌아왔다.

렌즈와 필터를 청소했다. 먼지를 날려 버리고 UV 필터를 완전히 잠근 모습이 빛난다. 앞으로 얼마간은 닦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일요일날 수재와 여의도 촬영회 가기로 했는데 기대가 된다. 비싼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을텐데 잘 나오기만을 바랄 뿐. . .

BROS의 디버깅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 거의 제대로 작동하는 수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류 발생 시 메모리에서의 완전한 Rollback을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어렵다기 보다는 느려서) 구현을 할 지 안할지 고민이 된다. 아마도 캐쉬 기능을 구현하면서 그 쪽에 포함이 되지 않을까 싶다. 퍼포먼스는 기대한 바와 비슷한 수준인 듯 하다. 그렇게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 오랜 시간의 코딩 끝에 나온 라이브러리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정도의 디버깅만으로 작동하게 되었다는게 너무 자랑스럽다. (가끔 디버깅을 하다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릴 때는 내가 처음에 이것을 설계했을 때보다 멍청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저녁엔 운동도 하고, 한가하면서도 보람있다고 느낄만한 휴학 첫.날.

의욕

고모부 생신이라서 고모부 댁에 다녀왔다. 좀 따분했다. 사실 어쩌면 따분하다고 생각해서 따분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싫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회사일을 집중해서 했다. 버그는 끊임없이 발생하는구나. 그래도 내가 애정을 갖고 하는 것이라서 너무 재미있다.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오랜만에 신나게 일해 봤다.

아직 공식적으로 휴학 상태가 아니지만 마음이 홀가분하고 무언가 할 때도 부담없이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좋다. 내 인생을 나 자신이 제대로 책임질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 주 내에 BROS 의 작동하는 버전이 나올 것 같다. 여러분 혹시 이게 뭔지 안다면 기대~!!

PS: 이번 습작중 그나마 나은 사진. 그녀는 정말 멍하니 무얼 바라보고 있었을까. 잘 알 수는 없지만, 10 분이나 그렇게 무언가를 바라보다가 혼자 가버린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휴.학.

평생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휴학을 한다.

아버지와의 충돌도 많았지만 두 시간 동안 누나와 매형까지 참가한 가족회의 끝에 나의 휴학은 허락되었다. 어머니의 나에 대한 무한한 사랑, 누나의 사려깊은 조언, 아버지의 걱정스러운 마음. 그들은 정말로 내 가슴을 징하게 만드는 무언가로 나를 끊임없이 감동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 막 시작된 5개월 남짓한 시간. 밀린 일 말끔히 끝내 버리고 나를 찾고 싶다.

남들이 휴학하면서 하고는 이루지 못하는 다짐들을 나 또한 쉽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부모님과 한 ‘복학 이후로는 절대로 회사일을 하지 말 것’이라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조금씩 바뀌어가는 인생의 계획들. 그 안에서 삶의 역동성을 느낀다. 그리고 사랑과 고민으로 얽혀진 모두의 인생의 일면을 바라본다. 삶의 가치는 이런것이구나. . . 그 가치를 향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어설픈 다짐들을 조금은 정당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족들에게 사랑을 표하며.

식곤증.

오늘 홈페이지에 배경음악 기능을 추가한 뒤에 답글 다는 쪽이랑 충돌이 있어서 방금 그 문제를 해결했다. 오늘 하루 답글이 하나도 없었던 이유가 있었군.

요즘 저녁만 먹으면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지금도 감기는 눈을 간신히 다스리며 일기를 쓰고 있다. 아무래도 하루 정도 푸욱 쉬는 게 좋을 것 같다. 남들은 연휴 잘 놀아서 피로가 풀렸다고들 하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마치 엉킨 실패를 붙들고 노는 아이와 같다는 인상을 나자신에게 받았다.

오늘 일기는 정말 여기까지. 머리가 너무 무겁다.

PS: 혹시 매일 일찍 자서 벌써부터 잠이 오는 건 아닐까…ㅡ.ㅡ;

休…

어김없이 찾아오는 밤과 노화를 좇다가 일기를 쓴다.

일이 바쁘다지만 일정량 이상은 절대 안하는 나.

사랑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필요 이상은 사랑 않는 나.

오늘은 내가 싫다.

누군가를 정말 … 진심으로 구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좀 쉬련다.


잠자리에 들까 하다가 더 쓴다.

지현이와 함께 했던 그 몇 달간 정말 세상이 내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거의 보기 힘들다.

유정이와 함께 했던 그 몇 주간.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만나지 않은 지 한달이 다 된 것 같다.

선미를 만났던 단 한 순간. 그 때를 잊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부끄럽지만 나의 웃긴 여성 편력사중 일부를 써 본다.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결국 내가 한 순간이나마 (어쩌면 지금까지도) 특별하다면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그 시절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아.. 그래 누가 이걸 보고 나를 밉봐도 어쩔 수 없잖아. 이건 내 모습이잖아. 나의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 그 모습을 모두 보여주기로 했잖아. 매일 내 일기를 읽는 어떤 ‘그녀’의 이야기도 마음껏 솔직히 쓰기로 했었잖아.

그냥 이대로가 어쩌면 나에겐 어울릴런지도 모른다. 이사람 저사람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때 그때 편안함을 느끼며 인생을 느긋이 보내는 것도 즐거우니까.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치곤 할 마음의 공허함은 견디기 힘들겠지만 결국 다 같은 것 아닌가.

우울하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고 공허하지도 않은 야릇한 기분이 든다. 몸엔 미열이 있고, 컴퓨터에선 블루스가 흘러나온다.

잠자리에 누워서 내 마음속 어느 누군가에게 푸욱 빠져 보련다. 누가 되었든 한 사람만 생각하고 싶다.

나를 위한 한사람, 한사람을 위한 나.

걷기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한 나. 11시의 종각역은 예전과 같은 외관이었지만 추석 때문에 한가해진 상가는 무언가 여백의 이야기를 말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신각 울타리에 기대 서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하나둘 씩 누군가를 만나 떠나고, 어떤 이는 그저 보신각의 작은 풍경을 한참인가 보다 사라지곤 했다. 무언가 답답한 심정으로 홀로 보신각을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떠나간 여인네 사진을 한 컷 찍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찍지 않아서 별로이리라.

그녀는 10 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어디서 무엇을 할까, 우리는 여러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일상의 이야기를 나눴다. 종로 주변을 너무나 잘 아는 그녀를 졸졸 따라 많은 것을 구경했다. 재수했을 때 종로 거리는 그녀의 친구였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다리는 쉴 새 없이 어딘가를 향해 흔들렸다.

‘봄날은 간다’를 봤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영애라는 꽃뱀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그에 놀아난 유지태의 인생에 대한 깨달음 (더하기 할머니의 이야기) 정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그 흔적을 흩뿌리며 흘러갈 뿐. 이영애는 아마도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을 했거나, 사랑이 잠깐 동안만 존재했을 뿐이리라. 그녀는 너무 슬프다 한다. 나는 내 일이 아니라 그런지 그렇게 슬프진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꽃뱀이라면? 풋 ㅡ.ㅡ;;

저녁을 먹고 술도 한잔 기울이면서 인생(?)에 대해 논해 보자고 예정이 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속이 엉망이라서 7시 쯤 작별을 하고 말았다. 한없이 아쉬웠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기뻤던 하루. 그녀와 함께 걸은 거리가 조금씩 익숙해져감을 안다. 그렇게 다음 번엔 더 많은 거리를, 더 많은 이야기를.

출사(出寫)

추석 연휴도 이제 그 중간을 지나가고, 일을 해야 할 시간. 거실에서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화목한 분위기인데 왜이리 마음이 답답한걸까. 할 일이 많다는 건 정말 가끔은 미치도록 답답한 일이다. 잠시 흐트러진 내 마음가짐을 바로잡아 보고 싶어서 무작정 학교로 갔다.

성수 혼자서 컴퓨터실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버스 안에서 나온 답답함에 대한 오기와 조용한 분위기가 나를 이제 더 나은 마음으로 코딩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세 시간인가 코딩을 계속 하면서 수재와 이야기도 하고, 그럭저럭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하루에 클래스 8개를 만든 나는 지루함의 늪에 빠지고 말아, 수재를 꼬셔서 삼성역에서 사진 촬영회(?)를 갖기로 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삼선역 코엑스 몰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수재를 만났다. 확실히 옛날보다 통통해진 귀여운 수재였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파파이스에서 수재와 함께 맛나는 치킨휠레 버거 세트를 먹고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솔직히 찍을 건 별로 없었고, 그냥 사람들 구경하고 걷는 재미로 돌아다녔던 것 같다.

나중엔 강남역까지 돌아다녔다. 수재는 그 곳에서 어떤 우연이자 인연을 강하게 느끼게 하던 한 소녀를 잊지 못해 아쉬운 표정을 내내 짓고 있었다. 어쩌면 그의 센티멘털함은 나의 것보다는 더 강하고 애절한 것은 아닐까 했다. 역시 카사의 기본은 센티멘털의 양면성이라 했던가 ㅡㅡa;

한시간도 넘는 시간을 둘이서 계속 걸었다. 걷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인생은 즐거워지는가 보다. 아쉬움도 남는 하루였지만 이런 날이 자주 왔으면 한다.


사실 오늘 와우와래 모임이 있었는데 학교에 가서 일을 하고 수재랑 바람이 나버려서 못가고 말았다. 와우와래 친구들 보고 싶은데… 왜이렇게 자꾸 빠지는지 모르겠다. 미안한 마음 감출 길이 없군…


요즘 일기가 참 ㅡㅡ; 내 글솜씨가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 좀더 일기 쓰고 편지 쓰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도록 해야 겠다. 매일 무엇을 하느라 바빠졌는지 일기 쓰는데 30분도 안걸리는 버릇은 무언지… 반.성.

삶과 사랑

시골 방 특유의 눅눅한 냄새와 함께 잠이 들어 깨어난 때는 9시였다. 그 많은 친족들이 하나의 세면실을 놓고 차례 차례 세면을 마쳐 가고 있었다.

세면을 마치고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돌았다. 성묘는 적어도 4 곳은 돌았던 것 같다. 도대체 나에겐 그 조상님들이 누구인지 알 턱이 없다. 내가 지금 엎드리고 있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시원스럽게 말해주면 좋으련만 – 사실 안다고 바뀌는 것은 없을지는 모르겠다 – 다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나에게 말할 필요를 못느끼는 것 같다. 어쨋든 그들은 멀리 떠나버렸고,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에서 할 일을 하고, 사랑을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생의 불꽃이 조금은 더 뜨거워진 느낌이 들었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 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성묘도 모두 끝나고, 점심을 먹은 뒤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Carl Sagan씨가 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라는 책을 읽었다. 영화 ‘Contact’의 원작자이며 퓰리처상 수상자인 그는 그 책에서 과학의 중요성과 사이비 과학의 위험성에 대해서 아주 흥미롭게 설명해나가고 있었다. 내가 그를 좀 더 일찍 알았으면 했다. 더 빨리 ‘Contact’를 읽고 내 사랑의 힘의 근원을 설정할 수 있었어야 했고, 이 책을 읽으며 지식을 가진 자로서 부정한 지식을 몰아내는데 노력함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찍 알았어야 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읽고 있다는 게 참 즐거웠고, 앞으로 다른 책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을 기대하게 되었다.

약간 막혔지만 시종일관 시속 20km 정도를 유지해서 4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오자 마자 홈페이지에 추가하려던 답글 달기 기능을 추가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느낌과 생각을 나에게 남겼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누군가를 생각한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 아닐까. 처음엔 그냥 생각하다가도 차츰 차츰 그 생각이 눈사태처럼 불어나곤 하는게 내 마음인가 보다. 사람을 잊는다는 것. 그것은 조금 덜 사랑함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나에게서 한 순간이라도 강하게 기억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기에 –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 내 사랑은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지속적일 수 없다. 나는 한 때 이것을 매우 슬프게 생각하고 자괴감을 느끼곤 했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곧 내 사랑이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고 별 정황적 근거도 없이 희망을 가짐으로써 그 슬픔을 떨쳐내고 만다.

누가 되었든, 나를 놓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이렇게 누구든 좋겠다고 지껄이면서도 나는 자부심 강한 사람이다. 자부심 강해서 지는 꼴은 못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그 무엇이든 들어 주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