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ACA 페어에 갔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코스플레이어들은 나에겐 신선한 무언가였다. 정말 세심하게 노력한 의상이라던가, 기발한 아이디어… 많은 것이 나에게 코스프레를 다시금 생소하게 느끼도록 하여서 나는 그들의 사진을 참 많이도 찍게 되었다. 나중에는 가져온 필름을 다 써 버려서 맘에 드는 플레이를 찍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게 있다면 찍은 사진들이 잘 나왔을지 의문스럽다는 것. 나는 보통 1/2~1 stop 정도 노출 부족으로 촬영을 하곤 했는데 사진 대부분을 처음 다뤄 보는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을 했기 때문에 과연 노출이 어떻게 처리가 되었을 지 모르겠다. 내일은 다른 방법으로 노출을 놓고 찍어 보도록 해야 겠다. (오늘은 낮에는 F2, S1/1000 을 기준으로, 해지기 시작할 때 부터는 F2, S1/500 을 기준으로 촬영했다. FM2 의 노출 측정기로 약간 어두운 흙밭에 대고 적정 노출보다 1/2~1 stop 낮게 세팅함)
사진을 찍으면서 생각을 해 보았는데, 나는 그 사람들을 잘 모른다. 아니 하나도 모른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사실 나는 그들의 사진을 웹에서 얼마 정도 본 것 뿐이니까. (그것도 호석형이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찍힘을 부탁하고 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이사람 저사람을 찍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생소했다. 만약 그 사람들과 내가 어느 정도 친한 사이였다면 어땠을까? 더 좋은 사진이 될 수 있었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의 내면 무언가를 찍어낼 수도 있었을 지 모르겠다. (내 실력은 비록 안좋지만) 사진이란 – 특히 인물 사진은 – 피사체와 촬영자의 매개물이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또만 이것은 사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사진으로서 자신의 표현의 범위를 넓히고 피사체와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자 하는 노력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나는 그들과 친해질 필요를 느낀다. 취미 활동이 취미 그 자체로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삶의 고리가 되어 준다면 얼마나 기쁠까.
그러나 그들과 내가 어떻게 친해질 지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진기라는 것을 가로두고 우리는 아까의 내 생각과는 달리 서로 다른 먼 곳을 향해 눈동자를 고정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축제에 자주 참가해서 그 곳의 분위기를 익히도록 해야 겠다. 네트워크 상의 모임에서도 활동하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남경이를 봤다. 어느 새 대학교 2학년 생이 되어 있었다. 만난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그녀의 나이도 잘 기억을 못해서 나는 그녀의 V 자 표시를 보고는 고등학교 2학년이냐고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하고 말았다. 나의 기억력은 어딜가나 말썽인듯 싶다. 어쨋든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었다. 몇 년 전엔가 보았던 그 애띤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더 기뻤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왠지 ACA Fair 라는 것 자체가 왠지 나에겐 매우 의미있고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축제로 인식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