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이를 다시 만났다. 그녀가 어제 아는 분네 작업실(무용실? 잘 기억이 안난다)에서 일을 도와드리느라 밤을 새고 학교가 멀고 한 관계로 학교 근처인 버스터미널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보라색의 머플러와 세트가 된 상의..(이름이 뭐지;), 검은색 롱 스커트를 입고 그라데이션이 된 선글라스를 끼고 내 앞에 나타났다. 얼굴형으로 알아보긴 했지만, 그날 집에서 보았을 때랑은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이었다. 그런 스타일링을 하는 여성을 만난 적이 없어서 약간은 당황했다.
영화 시간이 딱 맞아서 ‘기사 윌리엄’을 보았다. TTL 할인이 되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14000원을 다 주고 샀다 ㅡㅡ; 영화는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시합 자체가 좀 단조로워서 스펙테큘러한 맛은 떨어졌다. 음악은 중세에 걸맞지 않게 락 풍으로 되어 있어서 꽤 유쾌해서 좋았다. 춤이나 음악 같은 시대와 부조화를 이루는 것이 고의적으로 삽입된 것이 아주 신났다. 다만 좀 억지로 웃기려 한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어서 그점에 대해서는 약간 별로였다. 스토리가 뻔한 것도 문제.. 어쩌면 번역이 좀 어색해서 웃겨도 못웃은건지도 모르겠다. (번역이 잘 되었는지의 여부조차 판단할 수 없지만)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그녀는 다이어트 중이라 떡볶이만 먹고, 난 새우볶음밥을 먹었는데 역시 코 문제 때문에 반 정도 밖에 못 먹고 말았다. 그조차 먹는데 꽤나 시간이 걸려서, 한 시간 정도는 이야기 하면서 아주 천천히 먹었다. 나름대로 천천히 먹는 것도 좋았는데, 왠지 너무 천천히 먹으면 불안한 기분에 빠지고 마니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리에서일어나 커피샾을 찾아다녔는데 찾지를 못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 했다. 스타벅스는 폐점이라서 분수대 앞에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학교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서로 잘 모를 땐 학교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 우린 다 대학생이니까.. 만약 우리가 졸업을 하게 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공통된 이야기를 구하기 힘들게 되는 건 아닐까? 어쨋든 지금은 아니라고 속으로 외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그녀가 커피를 그란데로 시키길레 나도 그 큰걸 시켰다가 먹느라 고생했다. 정말 양이 많아서.. 이걸 어찌 다 먹나 하는 생각이 .. 풋. 그녀는 스타벅스 스테인리스 머그잔을 사서 심심할때 마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 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그녀는 한국종합예술대학 무용과에 다닌다. 그래서 내가 만나 왔던 사람들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전공이 여러 공연이나 음악과 연관이 되다 보니 음악 이야기도 자주 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는 전철에서 ELLE를 같이 보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잡지를 같이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해본 적이 있었는지. 그녀는 나에게 항상 색다른 경험을 주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경신이를 싫어하신다. 경신이네 어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같은 친목회 회원이신데, 우리 어머니는 경신이네 집안이 부유하기 때문에 시샘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숨겨진 가식을 발견하신 건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어머니는 경신이가 뇌물로 학교에 갔다느니 이번에 전액장학금 받고 교수에게 잘 찍힌 것도 다 돈 때문이라느니 하시지만, 나는 그녀에게 직접 묻지 않고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난 그녀의 말과 행동에서 드러나는 프로페셔널리티가 좋다. 그것은 모든 것을 극복할만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프로페셔널리티 정신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것이며, 동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내일부터 오늘 논 것 만큼 회사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