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현이 생일날. 오늘은 틀림없이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테고, 시험 공부로 바쁠 그녀일 것 같았다. 나도 시험 공부와 기말 프로젝트 덕에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생일은 챙겨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뒤로 처음 맞은 생일이니까.
의외로 늦게 일어나서 학교에 도착하니 1시 쯤 되었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는 왜 안걸린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늦게 축하 인사를 하려니 어색하다 생각했다. 선물을 전해주려고 약속을 잡으려고 보니 편지를 아직 쓰질 못했다. 어제 밤에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하다 보니 아직도 쓰지를 못했다. 그래서 선물 줄 마음이 내키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농담을 던지곤 전화를 끊었다
컴퓨터실에 들어오니 다들 피자를 먹으러 간다 한다. 홀로 빈 컴퓨터 실에 앉아서 편지를 써 내려갔다. 오늘은 편지가 생각한 대로 잘 써 진다. 내가 항상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절실히 느꼈던 것들에 대해 썼기 때문이리라. 더 길게 쓰고 싶긴 했지만 두 장 정도를 쓰고 편지를 접었다. 지금 생각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쓰려 할 때 나는 거짓을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글은 짧을 수록 좋다 생각했다.
편지를 선물 상자의 리본에 가볍게 끼워 넣고 꽃집에 가서 해바라기 한 송이를 샀다. 여러 송이 짜리를 하려니 왠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한 송이가 어울린다는 – 희옥이가 가르쳐 준 사실이다 – 해바라기를 골랐다. 처음에 해바라기만 한 줄기 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전혀 아름답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몇 가지 데코레이션을 하니 참 이뻐 보였다. 그녀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으련만…
꽃집을 나오면서 전화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그녀를 만났다. 공부를 하다가 나온 사람 답게 그녀는 옅은 화장, 분홍색 무테 안경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다. 나는 꽃을 건네고 생일 축하한다며 살짝 웃었다. 그녀의 표정은 뭐랄까, 조금은 놀랍고, 꽤나 기쁘며, 한편으로는 미안한 복합적인 것이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뒤, 시험 이야기 따위의 담소를 나누고 나는 선물을 건넸다. 그녀는 돈이 많이 들었겠다며 밥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준다 했다. 다른 사람 들은 내가 선물해도 그런 말 하지 않는데… 정말 기뻤다.
비록 오래 함께 있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그녀 얼굴이 정답기 그지 없었다. 우중충하긴 하지만 정말 기분 좋은 하루다.
저녁때엔 그저께 제줄한 화일처리론 프로젝트 데모가 있었다. 그냥 필요한 만큼 시연하고 좋은 점수를 받고 끝났다. 이제 내일 볼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시험과 내일이 마감일인 같은 과목 기말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꽤나 바빠지는 것 같다.
PS: 선물이 뭐였는지 궁금해 하는 시리에게! U2 Woman 에서 산 상의인데… 이걸 뭐라 부르는지는 잘… ^^; 지현아! 사이즈가 안맞거나, 색이 맘에 안들면 바꿔다 줄게~! 맘에 들길 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