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코스 3일 째. 내 옆에 과장님까지 합세해서 라이코스를 위해(?) 일해보지 않겠냐고 나를 꼬시신다. 이번에 합세하신 여과장님은 다음주 부터 일할 회사는 계약 파기하고 일루 오라고 터프하게 말씀하신다. 솔직히 일하고 싶기는 하지만, 월요일부터 일한 내용을 보면 좀 답답하기도 하고 해서 딱 확실히 마음에 내키는 것도 아니라서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테크노 비전 일이 맘에 안들면 라이코스 쪽 일을 해 볼까 생각중이다.
일 끝나고 경남형을 만났다. 난생 처음 마르셸 이란 데 가 봤는데, 꽤 재미있는 곳이었다. 시장바닥 같기도 하지만 꽤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갖기 좋았다.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저녁을 같이 했다.
저녁을 다 먹고는 당구를 쳤는데, 내가 너무 못쳐서 힘이 안났다. 그러나 형도 실력발휘가 잘 안되시는지 한 판은 내가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왠지 전보다 배가 더 나오신 것 같기도 하고, 인상은 더 좋아지신 것 같았다. 세 게임 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신촌 공기를 안마셨다. 예전에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카이 씨가 숨쉬었던 공기의 어느 한 분자라도 인연이 닿아서 내 몸을 거쳐 지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공기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그런 가능성이 존재하는 같은 하늘하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그렇게 묘한 사랑에 빠져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결국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랑 그 자체는 나에게 많은 힘과 꿈을 주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것을 사랑의 위력이라고 믿고 있다. 비록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가 남기고 간 발자욱은 선명히 남아 길잃은 자들을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