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our' problem

여느 때와 같이 토요일엔 출근을 한다. 점점 나태해져서, 이젠 12시 쯤 회사에 출근하는 버릇이 붙어버렸다. 순구씨와 회의 10분 쯤 하다가 윤 소장님이 사주시는 공짜 밥을 얻어먹고 회의를 좀 더 하다가 오는 게 내 회사 ‘일’인 것이다. 종종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듣기로는 내가 월급도 더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매주 토요일에만 출근을 하면 되고, 이렇게 윈도우즈를 설치하느라 일을 다 못해도 별 말을 안듣는 이상한 위치의 사람이다. 12월이 지나면 이 일도 끝나고 다른 더 좋은 – 솔직히 말해 더 좋은 곳이 될 것임에 틀림 없다 – 곳에서 일을 하게 되겠지만, 무언가 지금 일에 대해 남는 공허함이 기분을 착찹하게 만들고 만다.

어제 필름 현상/스캔 맡긴 걸 찾으러 학교에 갔다. 이번 사진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무언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구체적으로 어째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평소와 변함없이 계속 찍어갈 뿐인데, 불안하게 느껴진다. 컴퓨터실에서 필름을 스캔한 씨디를 돌려 보며 선배와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는, 토요일도 학교에 있기가 어색해서 나와버렸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한가해지면 밖으로 나가고 싶고, 누군가와 함께 길고 긴 거리를 걷고 싶게 된다. 결국 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는 거다. 후.

집 앞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했다. 아주머니께서 요번엔 친절하시게도 머리에 브릿지를 넣어 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오렌지로 염색이 되어서 너무나 기뻤고, 그래서 시종일관 웃음을 잃을 수가 없었다. 어서 나의 이쁘장한 머리를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뭐, 내일이면 또 헝클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일 누군가를 정말 만나고 싶다.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우리 학교 Jazz Band ‘So What’ 에게 이 사진을 전달해 주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홈페이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찾긴 했지만 운영이 안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 저기를 뒤지다가는 우리 학교 게시판에 홍보 아닌 홍보를 하고 말았다.

이 일기를 쓰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가 나의 사진을 보고, 나의 일기를 읽는다. 난 그들이 내 곁에 다가오기를 원한다. 비록 스쳐지나갈 인연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럼으로서 우리는 우리 삶은 여러 단면을 경험하고, 또 앞으로의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전에 모든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라고 한 적이 있다. 그것에 대해 지금도 특별히 틀린 말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결국’에까지 이르기 전에 내 곁의 누군가와 그 일을 함께할 수 있다면 그때까지만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 ‘서로의’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