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아.. 오늘 엠티를 가야 하는데 못갔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정에 잠이 들어 뒤척이다가 일찍일어나야 한다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어두컴컴한 한밤중에 깨어나 할일을 잃고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시각을 알 수가 없었기에 너무나 시각이 궁금한 나머지 PDA 를 켰다. 3시 40분이었다. 다시 잠이 들면 도저히 엠티갈 시간에 일어나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알 수 없는 상념이 나를 계속해서 억눌렀기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PDA에서 상실의 시대를 불러왔다. 언제나처럼 그 곳에 저장되어 있는 그 소설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생각을 안겨준다. 나는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점점 내 머리가 각성되고 단락들에 대한 의미가 머릿속에 와 닿아 나에게 느낌과 영감을 내려줌에 따라 시간도 빨리 흘러갔던 것 같다. 나는 아미료에서 온 편지 부분부터 주욱 읽어내려가다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으로 건너뛰었다. 마지막부분은 매우 인상적이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주 좋아한다. (조금 야하기는 해도 ㅡ.ㅡ) 항상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가벼우면서도 깊이 지르는 충고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렇게 마지막 단락까지 읽어내려간 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그 시절의 내가 느꼈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 이 곳의 일기에 몇 번이고 자세하게 그 느낌을 적어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막 내 인생의 겨울을 빠져나오던 그 때, 진정 잊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누구였던가를 가르쳐 주었던 이 책과, 그 책이 가르쳐 준 너무나도 소중한 그녀에게 진심의 감사를 – 그것을 어떻게도 다 표현할 수가 없어서 – 며칠이고 생각날 때 마다 글로 남기었었다.

지금은 무어랄까, 내 인생에 약간의 안정이 내려온 것 같다. 광속의 어린 시절과 복잡했던 대학교 초년생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이렇다할 문제 없이 지내고 있는 내가 참 좋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이번 방학을 통해서 씻어 내리고 더 깊은 안정과 발전을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기에, 어쩌면 지금 이 책은 나에게 마음 한 켠의 추억이며 또한 존재에의 확인, 그리고 앞으로의 신념에 대한 지침서인지도 모른다.

가슴뭉클한 향수와 희망에 빠져 살짝 하품과 함께 차가운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그것이 단순한 하품에 의했다 할지라도 그 차가운 눈물이 내 귓가까지 천천히 흘러내려갈 때의 느낌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눈물 한 방울에 무언가를 잊혀 보내며,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많은 추억들의 의미를 더 진하게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랬다.

그리고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고, MT 에 늦어버렸다. 후발대로는 가고 싶지가 않아서 집에서 쉬었다. 아즈 후배의 번개가 있었지만, MT 도 안가고 다른 사람들 만나러 가기엔 너무 비양심적이라고 생각되어서 집에서 쉬었다. YIS 여러분 매우 죄송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