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11시 쯤 느즈막히 일어나, 혼자만의 아침을 즐긴다. MD 에 A.I OST 를 녹음하고 스캐너를 팔러 학교에 가서, 성공적으로 스캐너를 팔고 성훈형이랑 재헌이랑 수업듣고 오늘도 우리 꽃다마는 당당히 독수리 당구장에서 당구를 쳤다.

무언가 당구의 묘미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서도 부드럽고 섬세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제의 미학은 사람을 미칠 것 같이 환희에 빠뜨리기에 묘미있다… 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내일부터는 좀 뭔가를 해 봐야 겠다.

나.

어제 먹다 만 인트리모크랩 피자 한 조각 먹고 학교에 가서 데자와를 한 캔 마셔서 몸을 녹인 뒤 우체국에서 재헌이 소포 붙이는 것 기다리다가 재헌이와 당구를 쳤다. 음 역시 김재헌 당구를 너무 잘쳐!!! 밤새고도 다이기다니 ㅡ.ㅡ; 여튼 실제 게임은 두 판만 치고 그 뒤론 연습구만 엄청 쳐서 돈은 6000원 밖에 안나왔는데 당구는 두 시간 넘게 친 탓에 네 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재헌이 배웅 하고 학교 가서 스캐너 산다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약속 잡았다. 그리곤 빈둥대다간 집에 도착한 뒤 심심해서 필름 스캔하고 놀다가는 시켄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냥 뭐랄까, 그녀가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기에, 나도 그냥 이런 저런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녀에게 말을 하고 나니, 나의 미래는 왜 이렇게 불확실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누구도 자신의 미래를 모르겠지만, 무언가 나의 그것은 계획이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계획 대로 된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또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이 그렇게 무계획하게 흐른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여, 가고 싶은 대학의 원하는 학부에 왔으니까, 그 일부분은 생각대로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건 그 보다 높은 차원은 ‘그 무엇’인 것 같다. 사람들은 이걸 자아 실현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자아 실현에만 죽자 살자 매달리는 정말인지 힘든 듯 하다.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못하여, 나에게 돈, 명예, 사랑, 배우자 등 인생의 복잡한 요소들의 설정을 요구한다. 아마 누구도 이 요소들이 운명에 휩싸여 제멋대로 – 정말 말 그대로 자기의 의사와는 전혀 달리 – 흘러간다면 자신의 인생을 끝까지 지켜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불가피한 인생의 한 국면에서 나는 불안함을 느낀다.

나이가 들 수록 나는 의도적으로 안정적이고 싶어 한다. 이세상에서 불안정성이 제공하는 흥미와 안정성이 제공하는 유구한 아름다움… 나는 요즘 지극히 심미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듯 하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뭔가 일이 터져서 자신을 신나게 해 주기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에 빠져 살아가는 나.

무언가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이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는가보다. 더이상 지킬 것이 없는 자도 불쌍하지만, 지킬 것이 너무 많아 우물쭈물하는 자도 불쌍하다. (무슨 바카스 선전 같군. 지킬건 지킨다?) 세상에 내가 지켜야 할 것이 딱 하나였으면 좋겠다. 만약 그것이 사랑이었으면 좀 더 좋겠다. 한편으로는 나의 일들이었으면 좋겠다.

난 결국 이 긴 몇 문단으로도 나를 이해시키지 못한다.

결국 나는 복잡하며 단순하고, 미묘하며 밋밋하고, 열정적이며 귀차니스트일까.

사진도 못찍는 변태?

자고 일어나 Netty 의 속도 개선을 하다가 보니 치명적인 버그가 발견되어서 열심히 수정하다 보니 벌써 저녁때가 되어버렸다. 그리곤 빈둥대면서 AJB 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글쎄.. 특별히 추가된 기능 보다는 strip down 하는 쪽으로 생각이 뻗쳐서 이렇다할 진척은 없는 듯 하다.


저녁 때 오래 전에 (한 일주일 전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스캐너를 사신다고 하신 분과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35만원은 너무 한 것 같아서 37만원에, 엄밀히 말해 먼저 35만원을 지불하고 2만원은 한 달 뒤에 지불하는 이색적인 방법에 팔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가 못한 듯 하셔서 결국 협상(?) 이 결렬되었다.

그런데 그 직후 그러니까 작별인사 뒤에,

그: 주로코스포토쪽에서사진찍으시나보자ㅓ
나: 네 그: 네..역시그렇군요..대화줄거웟습니다.
나: ㄴ음.. 별말씀을 -_-
그: 전 그쪽사람들전혀 맘에안들거든요 사진도못찍는것들이 짜증나게변태짓하는걸봐서요.그럼이만.

그 뒤의 대화는 뭐.. 불특정 다수를 비방하면 되겠냐.. 아 근데 그걸 직접 목격했다 너무 로우 앵글로 찍지 않았음 좋겠다 뭐 그런 내용. (아.. 이번에도 휘말리는거 아냐? ㅋㅋ 될대로 되라!! 이번엔 그래도 닉네임을 안적으련다. 어찌보면 참 무서운 코스계.)

‘역시 그렇군요.. 사진도 못찍는 것들이 짜증나게 변태짓을..’? 허허… 스캐너 싸게 안해준다고 꼬장인가 뭔가. 그냥 조용히 대화하고 난 뒤에 히스토리를 주욱 보니 기가 막히는구나. 도대체 나에게 코스포토에서 활동하는 사진사냐고 물어보더니 그런 말을 하는 건 뭘까. 자기 마음대로 사진을 못찍는다느니 제멋대로 싸잡아 말하는 태도가 유치하구나. 그분 사진 경력이 10년인지 4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래 찍어놓고 제대로된 스캐닝 플로우조차 모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기는 한건가?


이러다가 남 씹는게 직업 되는 거 아닐까…

매일 기분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는걸…

여튼 나는 오늘의 마지막에 있었던 그 일로 기분이 나빴다. – 끝 –

감기.

유코파를 갈려다가, 감기가 갑자기 심하게 걸려서 쉬었다.

어떤 사람이 개인 페이지에 프로젝트 관련 글을 올려서 앞으로는 그런일이 없도록 포럼을 설치했고,

성호와 알파 센타우리 멀티플레이를 했다. 난이도를 실수로 나만 높게 해 놔서 조금 고생했다.

그리고 오늘밤과 내일은 아마도 Netty의 메시지 인식시 발생하는 메모리 흔적을 줄이는 법과 AJB 의 개선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면서 잠들 것 같다.

육체적으로 상태가 안 좋아 조금 정신이 없고 피로해 있어서 별 생각이 나지는 않는다. 무슨 일이든 쉬엄 쉬엄 휴식과 집중을 섞어서 배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Netty – first release

드디어 Netty 를 릴리즈했다. freshmeat 에도 pending 했으니 곧 응답이 올 것 같다. 중간에 테스트해준 재헌이와 성호에게 감사의 말씀을 ㅋㅋ;

예전에 쓰던 net.gleamynode.net 패키지를 새로 디자인하고 주석을 달고, 예제로 만들면서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프로젝트들을 계속 수행하고, 또 이전에 릴리즈되었던 라이브러리들을 개선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힘들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그렇게 하고 싶다.

내일은 유코파! go go go~!

함께 한다는 것.

지현씨를 만났다. 지현시네 학교도 구경하고, 건물 안에도 들어가 보고 참 좋았다. 너무나 추워서 얼어버린 피부에 쉽게 웃음지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작년 이맘때 보다 훨씬, 훨씬 더 친해 진 것 같았다. 지현씨가 사준 스파케티를 맛나게 먹고, 서대문역으로 향했다.

서대문역에 도착한 우리는 둘 다 길치인지라 헤매다가 결국 난타를 본 적이 있다는 지현씨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Holly’s Coffee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오랜만의 아늑함이었다. 얼마만의 아늑함일까… ‘빙점’ 이라는 작가명이 기억나지 않는 소설의 온기가 느껴졌다.

얼마 뒤 난타를 봤다. 타악기 공연이라고 해서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의심했는데, 지금까지 보아온 몇 안되는 뮤지컬 중 가장 신나고 기분좋았던 듯 하다. 난타의 여러 장면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에서 그 장면이 등장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든 훌륭한 전개가 백미였다. 그녀도 참 기분좋아해서 마음이 수정처럼 맑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우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휴학 이야기에 대해서 했는데, 그녀는 휴학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그 어떤 애매모호한 두려움에 있는 듯 했다. 나는 그저 그렇게 마음먹으면 해 버리고 후회말자고 생각해 버리지만, 그녀는 그런 성격은 아니기에 그럴테지.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휴학이란 것을 통해 깨닫는 것이 하나도 없다거나 매우 많다면, 그건 거짓말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인가 단 하나라도 가슴 깊이, 소중하게 깨닫게 된다면, 아니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 단 하나라도의 작은 무언가를 쫓아 계속 나아가는 게 아닐까 한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노영심씨의 노래의 그 시시콜콜한 일들을 다 알 필요까지는 없겠지만(물론 있을수도 있다), 적어도 그 사람의 생일이 언제인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자신의 자랑은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직업이나 학교, 전공은 무엇인지, 연인은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난 항상 궁금해 한다. 나와 함께 하는 그 사람을 더 잘 안다면, 더 잘 대해줄 수 있을테니까.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을테니까. 그럼으로서 우리는 공간을 넘어 정신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누군가 곁에 있어도 그 사람이 그립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Netty 의 몇가지 디자인 이슈를 해결했다. 집에와서 정리했고 내일 구현을 할 예정.

Shiken 누님

타임포토에 맡겼던 사진을 찾아 왔다. 생각보다 인화된 화질도 별로고, 내가 원하는 색감도 아니라서 실망했다. 컨트라스트가 너무 높고 암부 디테일이 거의 없어서 사진이 마치 예전에 잘못 스캔한 사진들 같았다. 포토프린터를 하나 사서 인쇄 작업까지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ㅡ.ㅡ;; 난 가난하잖아!!!

요즘은 시켄님이랑 MSN 하는 재미에 사는 것 같다(?).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재미도 있고, 여러가지도 알게 되고, 깨닫기도 하고, 잊었던 것들을 상기하기도 한다. 지금은 그분이 소개시켜 주신 – 성호가 전에도 소개시켜 준 적이 있는데 성호에게 미안하군 ㅡ.ㅡ; – 신해철이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방송이 뭔가 색다른 맛이 있기고 하고,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게 되어버릴 때도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같은 시간을 같은 음악으로 채운다는 것이 좋지만…

Netty 를 릴리즈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재디자인 고려를 하다가 매우 중요한 발전을 이루었다. MFC와 GTK 의 이벤트 연결 방식을 Netty 에 적용함으로써 더 유연하고 빠른 처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릴리즈 시간은 더 늦어질 것 같다.

내일은 대망의 난타 보러 가는 날~ ㅎㅎ 지현씨 숙제 열심히 하고~ 공연볼때 졸지마셈 ㅋㅋ;

projects open.

오랜만에 성호가 또 놀러왔다. 나도 놀러가고 좀 해야 하는데 워낙에 게을러서리 잘 안되는 듯 ㅋㅋ;; 열심히 씨디 굽고 각종 3D 게임들도 해 보고 독서도 하고 했다. 오랜만에 즐겁게 논 하루. 🙂

proejcts.gleamynode.net 이 오픈했다. 조만간 더 많은 내용이 채워질 예정이니 개발자 여러분들께서는 주목하시길!

Proof of Life.

사이트를 이전했다. 내가 직접 관리하는 학교 서버로 모든 것을 옮겨버렸다. 뭔가 해방된 느낌도 나고… 색다르다. 앞으로 신경써야 하는 일이 더 많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 그래도 항상 무언가 도전받는다는 것은 당시엔 지겹고 짜증나는 일일런지는 몰라고, 결국 뒤돌아보면 로러코스터를 한바탕 타고 논 것 같은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기억하게 되곤 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정말 사람이란 존재는 결국 무언가 하나씩 알아감을 인생의 낙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뭔가 열정이 식어버린 어른 시절의 무력감은 그 전진의 속도가 무뎌졌기 때문은 아닐까?

여튼 이전하면서 알게 된 홈 페이지의 몇 가지 버그도 수정하고, 도메인 네임 서버를 내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서브도메인을 마음껏 만들어 두었다. 하나하나 가능한한 최고 속도로 그 내용을 채워나가고자 한다. 정말 할 일이 많은데 그 두려움에 눌리어 그저 커서를 방황케 하는 일은 사람으로서는 못할 짓 같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증명하고 싶지 않은가!!

녹차같은 사람.

어젯 밤에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신 뒤 코너를 돌아 방문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술병이 진열된 가구에 얼굴을 들이받았다. 덕분에 안경이 내 얼굴로부터 이탈해버려서 그 위치가 알 수 없게 되버리고 말았다. 나는 엎드려 바닥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기 안경을 밟아 깔아 뭉갤까 노심초사해 하는 자의 심정이랄까, 그런 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경을 쓴 순간 오른쪽이 허전했다. 심하게 휘어진 안경이 내 머리에서 달랑거린다.

그래서 오늘, 소싯적부터 다니던 안경점에 오랜만에 가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매일 타고 다니던 – 그러나 지금은 내외관이 개조되어 존재감이 없는 나의 추억을 증명하는 – 3번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약간 늦은 오후와도 같이 지긋이 따사로운 햇살이 만드는 그림자들이 어지러이 내 추억을 방해한다. ‘어차피 그 시절의 나는 여기 없잖아.’ 그래, 고등학교 시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땐 내가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었으며 무언가에 단단히 미쳐있었다는 것 뿐이리라.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서 완만한 고가로를 넘어 안경점이 가까워오자. 오랜만에 높아진 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구시가지를 지나 역 근처로 가면서 그림자들이 정리되기 시작했고, 난 지난 일을 모두 잊은 채 안경점 문을 열었다.

예전보다 조금은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안경점 사장님의 얼굴과 첫눈에 마주쳤다. 그는 ‘오랫만이네’ 라고 인사와 함께 인스턴트 녹차를 한잔 건넨 뒤 내 안경을 손보기 시작했다. 순간 그와 녹차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차처럼 차분하고 조용한 그의 움직임과 눈매가 그를 따뜻하고 세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다른 가게에 안경 수리를 맡기면, 그냥 나름대로 수리한 뒤 안경을 건네 주지만, 그는 손수 나에게 안경을 몇 번이고 얼굴에 맞을 때 까지 씌워준다. 장인이라고 느껴 온 사람은 어쩌면 바로 이 사람 한 사람 뿐이리라.

장인으로서 난 어디에 있을까. ‘아름다움’을 아는 자가 되고 싶다. 무슨 일을 해도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녹차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고된 일과의 끝에 흐르는 씁쓸함마저 이 세상을 녹이는 석양으로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