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이지만 모기가 싫어 창문을 꼭 닫고 전자 모기향을 피웠다. 조금씩 흐르는 땀이 몇 시간 전 병원의 약냄새를 지운다. 충남 서산 의료원 중환자실은 여름 날씨를 이기지 못한 채 미지근한 더위를 품고 있었다.
병원 마크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전자식 디스펜서에게 소독약을 받아 손을 세척하는 생소한 과정을 밟고 들어간 중환자실은 생각보다 좁았다. 할머니 말고도 몇 명의 환자들이 때로는 코를 골고, 때로는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었다.
중환자실에 환자로 가본 적은 있지만, 누군가를 지켜보기 위해 그 곳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환자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그 곳이 방문자에게는 마치 차가운 깨끗함으로 죽음을 연상시킬 수 없도록 감정을 차단시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 가족이 도착한 지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의사는 할머니의 호흡을 원활히 하기 위해 기도를 확대시켰다. 시골집 딸들은 이 죽음의 전조에 눈물을 흘렸다. 90여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진행된 노화로 지칠대로 지치신 할머니는 정말 이대로 돌아가실 것만 같다.
죽음은 정말 두렵다. 하지만 죽어가는 순간 저렇게 의식을 잃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그 순간은 어쩌면 중환자실의 깨끗한 모습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닐까. 진짜 두려움은 곁에 둔 자를 떠나보낼 지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것은 아닐까.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나 먼 할머니.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복잡한 장례 절차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