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짐보다 아쉬운 것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스쳐지나간다. 아예 잊혀지는 사람도 있고, 오래 오래 친구로 남을 사람도 있다. 더 어렸을 때에는 잊혀진 사람들을 아쉬워했지만, 요즘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립고 안타깝다.

단 한, 두 번만의 만남 뒤, 어떤 연유에서인지 메신저나 전자 메일 뒤로만 안부를 주고 받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들을 다시 만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미소짓고 웃고 떠들고 싶을 때가 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러 이런 작은 희망조차 떠올릴 수 없는 잊혀진 존재가 되기 전에.

집중 뒤의 반성

다시 수면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배고픔으로 약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느끼는 새벽의 찬바람은 마치 無의 영역에 발을 디딘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예전부터 밤에 일을 하기 싫어했던 나는 밤이 되면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보통 오후 11시가 넘으면 별 의미 없이 시간을 때우다가 잠이 든다. 그런데 가끔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여 끊임없이 결과를 얻기 위해 시행착오를 계속하기도 한다. 어제는 사진 보정, 오늘은 소프트웨어 검색을 하다가 이 시간까지 깨어 있다.

사진 보정에는 정답이 없음에도 끊임없이 최상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포토샵과 씨름을 하고, 원하는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찾기 위해 온갖 검색 엔진을 헤메였다. 결국 최선의 답을 찾지 못해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나는 매우 지친 기색으로 잠이 들어버린다. 이렇게 끝낼 것이었다면 진작 잠들었을 것을 하며 말이다.

가끔은 이런 나의 끈기와 집중력이 놀랍다. 하지만 내 인생의 최우선순위가 아니라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쪽으로도 뇌의 회로가 가끔은 움직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만남의 두려운 모습

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와 눈과 눈을 마주하고 대하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다. 아주 오랜만에 어떤 사람을 단 둘이 만날 때,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사실은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 때 나는 그런 두려움을 느낀다. 막상 만나도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그 사람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했다가 이야기가 전혀 이어지지 않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막상 만나게 되면 현실 감각을 되찾고 조심스럽게 일반적인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을 나를 보면 참 우습다는 생각도 든다. 걱정이 걱정을 낳는 셈이다.

gleamynode.net 과 근심의 토로

내 마음속의 근심과 고민을 간직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다. 스스로 극복하여 자신을 다시 궤도로 올려놓는 것 만큼 쉽지 않으면서도 결국 그 모든 일을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해 내야 하는 일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공간은 그런 나의 마음 속 근심과 생각들을 숨김 없이 정리하여 항상 명심하도록 새겨 놓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 곳의 이름은 먼 곳에서 바라보았을 때 희미하게 빛나지만 그 깊은 곳에서 새 나오는 내 정신의 모든 것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gleamy+node’ 로 이름지어졌다. (물론 그 밖에도 기쁨, 슬픔, 성공, 좌절,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앞으로도 잘 풀리지 않는 일들을 적어 내려가는 일이 많을 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글들이 자신을 변명하거나 타인에게 위로받기 위한 푸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결국 그들은 내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야 할 ‘할 일 목록 (To-do list)’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맞추기 힘든 퍼즐이 그 보상도 크듯, 마음의 고민들도 결국에는 더 멋진 비젼을 보여주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근심을 앞에 두고도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만큼 힘들거나 우울해 하지 않으련다.

TDD 를 처음 해 보다.

그 유명한 Kent Beck 의 테스트 주도 개발을 며칠 전에 다 읽었습니다. 김창준씨의 번역이 매우 훌륭하고, 내용 자체도 상당히 유머러스 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피보나치 수열 예제는 인상적이었고, 이런 훌륭한 책이 메일링 리스트와 위키를 통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xUnit 을 TDD 로 작성하는 부분은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했지만 바로 TDD 를 적용해 보고 싶은 저로서는 뭐랄까, 약간 지적인 장난 같아서 좀 지루한 감이 있었습니다. TDD 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게 읽어내려갔을 대목이지만, TDD 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가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흥미롭긴 하지만 유용해 보이지는 않은 주제였습니다. (물론 그것이 실제로 유용한지 그렇지 않은지와는 관계 없이.)

어쨌든 하루 작업분을 전부 TDD 로 해 보았습니다. properties 파일로부터 기본적인 설정을 읽어들인 후, 각각의 서브시스템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퍼티들을 생성하는 모듈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성해야 할 프로퍼티의 수가 매우 많고 사용자가 디폴트 프로퍼티를 오버라이드 할 수 있는 경우와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상당히 복잡했음에도 불구하고, TDD 를 사용하니 확신을 갖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프로그래밍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TDD 는 확실히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효과와 스트레스의 경감을 보여줍니다. 비록 익숙치 않아 개발하는게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TDD 를 시도하며 익숙해 지려고 노력해 보아야 겠네요.

Fasten Your Seat Belt!

지난주부터 병원 들락 날락하고 (다행이도 가벼운 위염이었다) 일에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토요일이다.

생활비 통장은 오랜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다음 월급은 다음주다. 돈이라는 것을 받고 일을 한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내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전부 다 해 700만원이 조금 넘을 뿐이다.

일은 많은데 쉬고 싶을 때가 많다.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몇 줄 안되는 코딩을 하고, 하루가 저물 무렵이 되면 하염없이 헤이해진 정신으로 휴식을 취한다. 이도 저도 되지 않을 때에는 버스에 올라 책을 읽는다. 그리고는 근처 스타벅스나 TTL 존에 들어가 노트북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일하는데 들이는 절대적인 시간은 반으로 줄어들어버린다.

무언가 늘어진,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같은 인생을 사는 기분이 강하게 드는 지금, 나는 1980년 10월 15일생 한국식 나이 26세의 개발자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ASF 의 커미터라거나 오픈 소스 재택 근무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 자신에게 아무런 위안도 되지 않는다.

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그것을 찾는 방법은 어쩌면 꾸준히 노력하고 열심히 방황하는 것, 그것 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