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8일

이 글의 정확한 작성 시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요즘 너무 애써서 바쁘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 삶은 계속된다. 그것은 그런데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지고는 한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줄만 알았던 길이 끝나는 순간 나에게 남겨지는 것은 무엇일까. 끝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지냈는데 결국 길고 길게 이어지는 길이었다면 또 얼마나 허탈할까. 내가 한살의 나이를 더 먹든 먹지 않든 나의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새벽 세시를 넘기고 있다. 아레오라는 회사에서 정식으로 일하게 된 지도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나쁜 기억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기억 또한 없다. 내가 떠나고 2년이 지난 후에도 아레오라는 회사는 계속 지금처럼 이 자리에 서 있을까? 아마 지금의 규모를 넘어서는 회사가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회사란 것도 아마 마찬가지인 듯 하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누구나가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싶어한다. 어느 순간은 어떤 것이 정말 필요한 것처럼 느껴졌다가도 어느 사이 그 대상이 바뀌어버린다. 개인조차 잘 할 수 없는 일을 회사가 하기란 그렇게도 어렵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이 회사의 기억처럼 나의 많은 기억들 중에 정말 너무나 좋았던 것은 얼마 없었다. 나는 어떤 일에 대해 특별한 기복이 없는 편이라 더더욱 그럴 듯 하다. 너무나 순간적으로 기쁨과 슬픔, 분노가 다가왔다가는 사라져버린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 보면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모두 그저 오선지의 한 옥타브에 걸쳐 있는 음계와 같다. 많은 것을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은 슬프면서도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지도 모르겠다.

2004년 11월 9일

이 글의 정확한 작성 시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자바 서비스넷 대사건 – 또는 연봉파문 – 도 마무리가 되어 가는 듯 했더니 또 불이 붙고 있다. 뭐라고 글을 남길 입장이 되지 않아 보고만 있는데, 사실 조금 재미있기도 하다. 자바 서비스넷에서 활동하면서 이렇게 많은 답글이 달린 것은 정말이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나를 ‘아~ 그 연봉 얼마~’ 라고 부르지는 않을까 두렵다.

요즘에는 사진 편집과 음악 감상에 푹 빠져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을 하지 못했고 거기에다가 신기술 공부라던지도 전혀 하지 않아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오늘 저녁엔 프로그래밍을 했지만 프로그래밍만 하다가 새로운 기술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은 두렵다. 게다가 사 놓고 읽지 않은 여러 양서들을 읽는 시간이 거의 없어 또 문제다. 아무래도 위키를 사용해 일종의 스터디 노트를 만들어야 겠다.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면 나나 이 곳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시간이 자정을 넘었다. 영희씨를 처음 만난 지도 1년이 넘었다. 회사 근처 일본어 학원의 위치를 몰라 헤매다가 그만두려는 마지막 찰나에 발견한 학원 간판과 학원에 들어섰을때 등록할지 말지에 대한 망설임. 그리고 간신히 수업에 들어간 그 날 내 앞자리에 앉은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녀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돌이켜 보면 얼핏 생각하면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지나 온 짧은 시간이지만, 눈을 감고 떠올릴 수록 많은 추억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가 만났던 하루 하루 한 순간 한 순간이 추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는 행복했고 또 행복하다.

언제나 나를 위해 주는 영희씨인 만큼 올해가 가기 전에 자격증이라든지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성공 – 또는 그것이 실패일지라도 – 의 매 순간 순간 항상 함께라면 좋겠다.

2004년 11월 3일

이 글의 정확한 작성 시각을 잃어버렸습니다.
멋진 편지를 쓴다는 것이 참 쉬울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읽기만 해도 그 표현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편지, 구구절절 감정이 넘쳐 흐르는 그런 아름다운 편지를 쓰고 싶은데 마음껏 되지 않는 그런 때 말이다. 새벽 이슬을 품은 공기가 물방울을 떨어뜨려 가녀린 잎새를 매끄럽게 타고 내려가듯 써 내려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