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함께 한 크리스마스

MISIA – 日のあたる場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인과 함께 한 크리스마스.

삼성역에서 퇴근했다. 예상대로 전철역은 완전히 마비되어 그토록 가까웠던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 걸릴 시간을 두배로 늘려 놓았다. 전화기는 쉽게 불통이 되었고, 컬러링 서비스는 일시 중지된 듯 진부한 통화연결음이 수화기를 타고 흘렀다. 그래도 우리는 떨어지는 눈송이가 지면을 채우듯 그렇게 만났다. 자리는 불편했지만 박화요비씨의 공연은 그녀 특유의 순진한 유머와 놀라운 가창력이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했던 신촌 거리는 활기차게만 보였다.

카페에서 서로에게 선물을 건네었다. 나는 티폿, 찻잔, 그리고 은은한 향의 얼 그레이를, 그녀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지갑을 선물했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채 주어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게 된 적은 바로 1 분 전까지 한 번도 없었다. 지갑을 그녀의 손인양 조심스 레 어루만지며 나의 소지품들을 새 지갑으로 천천히, 의식을 치루듯 옮겨 나아갔다. 그 의식은 나의 모든 과거를 망각의 바다로 조용 히 흘려보내는 의식이었다. 이 모든 의식이 끝나고 나면 단 한 사람, 영원히 갈구하고픈 눈부시게 완벽한 단 하나의 존재만이 내 기억을 지배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나의 첫 사랑이 되었다.

그리고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서로에게 편지를 건넸고, 스스로의 목소리로 서로의 귓가에 속삭였 다. 나는 그녀의 달콤한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나의 귓가로 스며드는 것을 하염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눈을 감아달라는 음성에 나는 눈을 감았고, 그녀의 입술은 그 어떤 베이커리의 케잌도 흉내낼 수 없을 부드러운 감촉으로 나의 뺨을 사랑했다. 하염없이 그 녀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들을 비웃듯 그들은 알려온다. 지금 너의 마음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눈이 내리고 있다고.

미안해하기엔 너무나 소중한 여행

D’Sound – Dancing into the Moonlight

연인이 생긴 뒤부터 글의 주제가 상당히 한정된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그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고 어떻게든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었다. ‘나를 나로 있게 하고 싶어서’ 라는 명목으로 그리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하지 않아도 되었을 생각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은 아마도 내가 그 순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탄생하고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에 집중한다면 그 때의 내 행동이야말로 내 스스로를 스스로로 있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고 갈무리해두고 싶은 나의 경험과 느낌을 적어내려가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또 불안해진다. 내가 사랑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을 때가 바로 나의 사랑이 식어버린 시점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생각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싶다. 하지만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을 수가 없다.

고백하건데, 나는 과거에 실수를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잘 알고 있다. 내 삶에서 사랑만큼 위대한 것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다는 사실을. 그 위대함에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에 나 자신을 완전히 헌신하다가는,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다가는 불안해져서 내가 돌 보지 않던 나의 능력과 지식을 고백하건데, 나는 과거에 실수를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잘 알고 있다. 내 삶에서 사랑만큼 위대한 것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다는 사실을. 그 위대함에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에 나 자신을 완전히 헌신하다가는, 어느 순간 주위를 둘 러보다가는 불안해져서 내가 돌보지 않던 나의 능력과 지식을 고백하건데, 나는 과거에 실수를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잘 알고 있 다. 내 삶에서 사랑만큼 위대한 것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다는 사실을. 그 위대함에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에 나 자신을 완전히 헌신하다가는,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다가는 불안해져서 내가 돌보지 않던 나의 능력과 지식을 관리하느라 다시 멀어져갔던 과거를 되풀이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나는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정확히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헌신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아주 조금만 헌신할 수 있다면 내가 적당한 변명거리를 생각해야 할 슬픈 시간은 찾아오지 않을테고, 나는 그래서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토요일에는 대구에 내려갔다 왔다. 대구에는 처음 가 보았는데, ‘그녀가 살았던 곳에 가 보고 싶다’라는 감상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녀는 부모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내려가야 했는데, 4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의 지루함을 줄이는데 보탬이 되고 싶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 그녀와 함께한 시간은 황홀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낮은 해가 그녀의 얼굴에 빛과 그림자를 드리웠고, 잠시 뒤에는 어둠을 달리는 차창을 통해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할로겐광이 그려내는 그녀의 실루엣과 그 속에서 아련히 빛나는 나를 향한 눈동자만이 이 세상을 완성하고 있었다.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저녁 8시가 지나 바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었다.

여행 동안 우리는 거의 줄곧 손을 잡고 있었다. 손을 잡는다는 것, 내 품에 안긴 누군가를 감싸안고 어루만진다는 것… 비단결같은 피부를 천천히 스쳐가는 내 손끝은 말하는 동시에 듣고 싶어한다. 때로는 온화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손가에 들려오는 그것을 받아들 이면 두리뭉실했던 감정의 조각들이 어느 순간 한 점에 모여들어 크고 확실한 빛을 낸다. 나는 깨닫고 희열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 고 있음에.

개찰구를 지나며 언제나처럼 말했다.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바보같이 상대방이 미안해할 일을 하고는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나도 미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하다면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하루 동안의 대구 여행은 나에겐 – 아마도 우리에겐 – 미안해하기엔 너무나 소중했다.

처음 열정 그대로

Gouryella – Tenshi (Radio Version)

보통 사랑을 시작할 때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해 애쓸 때만큼 열정적인 순간은 그것이 성공한 뒤로는 좀처럼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잘 모르겠다. 사귀기 전과 후의 사랑의 정도에 변화가 없으면서 열정에만 변화가 있다는 것이 나에겐 모순으로 보인다.

처음 누군가를 자신의 사랑에 동참시키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하고, 생전 뿌리지 않던 향수도 뿌리고, 머리가 헝클어지지는 않았는지 세심히 거울을 들여다 보고, 얼굴이 번들거리지는 않을까 신경도 쓰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려고 애쓴다. 말투도 부드럽게 가다듬고 그 사람의 말 하나하나에 귀기울이고 중요한 이야기들을 머릿속에 꼭꼭 채워넣는다. 서로가 사랑에 빠지고 난 뒤 어느 사이 이런 좋은 습관들이 하나둘씩 과거의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가끔 피곤하고 헝클어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날이면 부끄럽다. 비록 그들이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었을지라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되었던 이유들을 세속적인 정치인들의 공약처럼 방치하고 싶지 않다. 한편으로는 그런 나의 약해진 모습을 여전히 좋아하고 걱정해 주는 연인의 모습에 감사하게 된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아 주고 있는 그 사람을 위해 나는 처음의 열정 그대로 그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

Port of Notes – Hope and Falsity

토요일 신촌에서 안동 찜닭을, 스타라이트에서 홍차를, 극장에서 올드보이를, 미네르바에서 블루마운틴을, 클럽 에반스에서 빅밴드의 재즈를, 그리고 신촌 지하철역에서 묻혀가는 인파속에 그녀를 보내다. 해보고 싶었던 일들과 해 보지 못했던 일들이 어느새 과거형이 되어 내 기억의 한켠을 차지해간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아직도 해야 할 미래형 문장들이 너무나 많기에 기쁘다. 한통화 한통화 쌓여갈 수록 할 일은 많아지고, 그대와 함께라면 예전처럼 주저하거나 하지 않고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잊지 않으 려고 작은 글씨로 메모해 나간다.

집에 돌아와 전화선을 통해 오고 가는 이야기에는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깊이가 있다. 좀 더 서로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길을 걷다 그대에게 보내는 찬사가 사실은 다른 누군가에 게도 언젠가 했었던 것은 집에 돌아와 전화선을 통해 오고 가는 이야기에는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깊이가 있다. 좀 더 서로의 관 계에 대해 명확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길을 걷다 그대에게 보내는 찬사가 사실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언젠가 했었던 것은 집에 돌아와 전화선을 통해 오고 가는 이야기에는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깊이가 있다. 좀 더 서로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길을 걷 다 그대에게 보내는 찬사가 사실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언젠가 했었던 것은 아닌지. 그대가 예전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 나에게 어 떤 느낌이 드는지. 서로에 대한 배려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은 아닌지. 타인에게 비춰진 우리의 나이는 어떤 것인지. 가까이 바라보면 얼굴에 주름이 보이지는 않는지 하는 사소한 걱정까지.

나는 대답하겠습니다. 내가 진실로 그렇게 느껴 그렇게 말하고 싶어 꺼낸 찬사는 오직 그대를 향한 것이었다고,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익숙해진 그 사람을 내심 크게 질투하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 그 이상으로 그대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고, 한 번 만났다가 영원히 멀 어져가는 교차점이 되기보다는 너무나 가까워서 닿은 것과 다름 아닌 평행선이 되고 싶다고, 나이 생각이 들 때면 누구보다도 능력있 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세월이 가져온 그대의 작은 주름들은 끊임없이 키스하고 싶을만큼 아름답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아 주고 그 모습을 지켜나가기를 바라는 사람 앞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말로 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Burn it Blue (from the motion picture, Frida)

어제는 회사에서 월례 회의가 있었는데, 나에겐 기쁜 소식만 한가득 가져다 주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먼저 내가 개발한 시스템이 회 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 주어 특별 보너스를 지급받았다. 거기에 11월 인센티브 수여자중 가장 높은 인센티브를 기록했다. 또 놀랍게도 내년 1월 1일부터 대리로 승진이 결정되어버렸다. 이 세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쨌든 나에게 일어나버려 기쁠 따름이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함께 축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컴퓨터를 켜면 바탕화면에 떠오르는 그녀의 웃는 얼굴로 시작되는 하루가 있기에 나의 피로는 어느새 건조한 사무실 공기 속으로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린다. 퇴근하는 길은 언제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경쾌한 색을 띄고, 복잡한 인파는 나의 시야에서 멀어져간다. 그렇기에 나는 축하받고자 하지 않고 함께 축하하고자 했다.

축하의 칵테일, 다정한 목소리, 따뜻한 손, 전해오는 뺨의 열기, 그리고 변함 없이 아름다운 미소. 그녀에게서 나는 말로 하지 않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 떨어진 곳의 체온처럼 전해져 오는 그녀의 애정이 앞서 있었던 다른 모든 멋진 경험들보다도 나를 살아있게 해 주었다.

보이지 않아도 확실한 것

Mr. Children – Everything (It’s you)

12월 6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뭔데요?” “하고 싶지만 말할 수가 없어요.” “궁금하죠?” “네.” “음… 내 손을 잡아 주면 이야기할게요.” 그녀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당신의 손을 잡고 싶었다는 말이었어요.” 작은 웃음 뒤 우리의 손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인사동의 한 전통 찻집을 나와 다시 거리의 한파에 몸을 맡기고 걷기 시작했다. 나는 말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정확한 뜻은, 식당에 방금 들어와 얼굴에 얼은 손을 녹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 모습이 안스러워 그 손을 내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 주고 싶었다는 것이에요.”

짧은 침묵.

그녀가 나의 팔을 끌어 서로를 이었다. 차갑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나의 손에 겹쳐졌다. 내 오른쪽 코트 주머니에 들어온 설레이는 감 촉을 감히 바라볼 수 없어서, 이 느낌을 차마 혼자 간직하기엔 아까워서 하늘에게 내 숨결을 전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지 25일 21시간쯤만의 일이었다.

가벼운 포옹과 함께 작별을 나누고, 전화로 조금 떨리는 손으로 서툰 기타 연주를 전하고 침대에 몸을 묻었다. ‘보이지 않아도 확실한 것’ 을 생각하며 나의 무의식은 그녀가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모두 전하고 싶어라

Norah Jones – Turn me on

아침의 구름은 하늘을 불규칙하게 가리고, 지평선에서 타오르듯 올라오는 붉은 기운을 흡수했다. 한산한 버스에 앉아 오렌지로 물든 버스 내부의 사라져가는 실루엣들을 바라보았다.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 이 느낌을 놓치지 않고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기쁘다.

저녁 즈음, 그 구름들이 머금고 있던 물기가 방울져 내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빗방울들을 언제나처럼 조금 흐려진 초점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들이 땅에 떨어져 어딘가로 스며들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서글픈 일 은 아닐까? 마치 어느 순간 꺼내고 싶은 말들의 조각들이 그들의 고향인 무의식속으로 다시 잠겨가는 것처럼. 내 마음의 전언을 이 땅에 내리는 비를 갈무리하듯 모아 전하고 싶다.

가벼운 몸살

Onitsuka Chihiro (鬼束ちひろ) – Cage

조금은 불안하지만 그럴 수록 오히려 점점 더 머릿속에 뚜렷이 떠오르는 그 사람의 눈매와 뺨, 입술, 그리고 가녀린 손은 나를 조금은 진정시킨다. 얼마간이고 기다리게 된다면 기다려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얼마나 긴 시간일까? 묻는 것을 깜박 해버렸네.

나도 모르는 사이 몸살 기운이 도는,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머릿속을 박차지 못해 속에서 앓기만 하고 있는 이상한 밤이 되어버렸다.

그대라는 이름의 소우주

Sarah McLachlan – Sweet Surrender

오랜만의 야근이었다. 바빴고 피곤했다. 영어로 채팅은 많이 해 보았지만 직접 말로 이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해 본 것은 아마도 처음 이 아닌가 싶다. 오늘같은 하루가 최소한 한 번은 – 그러니까 내일 – 반복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홍대 입구역에서 내려 한 정거장 되돌아가 버스를 타고 실수로 누군가의 발을 밟고 가벼운 미안함을 표현한 뒤 지루한 음악으로 잠을 청하는 그런 내일이 또 올 수 있 음을 알면서도 나는 지금 정말 많이 기쁘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 기분만으로도 이상스레 내 하루는 유쾌하고 충실하게 되어버린다. 자꾸만 어제의 전화를 떠올린다. 단지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벅찰 수 있을까. 거짓이 결여된 대화 속에서 나는 진정 행복했다. 단 한 번도 떨어져 있는 사람과 대화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둠만이 가득한 방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나를 남김없이 감싸고 있는 어둠이 사실은 ‘그대라는 이름의 소우주’임을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