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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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한 기관차모냥 내리는 비가 내 가슴마저 쓸어내리고 있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고 있는 비를 보고 있노라면 무아지경이 따로 없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자위할때도 – 요즘은 섹스에 관련된 것에 생각이 자주 닿는다 – 이만큼 좋을 지 모르겠다. 저 비를 누군가와 함께 맞는다면, 어제 일기에 적었던 것 처럼 한다면, 채털리 부인이 부러울 것이 없을 것이다.

이런 비가 오는 날이면 몇 명의 사람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역시나 내가 참 좋아했던 지현이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있지만, 사랑은 아닌 것 같다. 아니, 그냥 그렇게 매듭짓고 싶다. 좀더 나은 내 모습을 만들어 준 그녀가 너무도 좋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녀가 해 준 일은 그녀 자신이 말했듯, 거의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녀는 나에게 시발점이었다. 내가 이렇게 글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쓰게 된 것도, 나의 생각이 조금이나마 깊어진 것도 모두 근본적으로는 그녀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했고, 지금도 미련이 남아 있지만,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도 비와 사랑은 나에게 있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날 나에게 이성적인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사랑에 푸욱 빠져 끊임없이 두 사람에 대해 골몰하는 내가 어울리는 밤이다.

너와 나의 균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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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나날들이었다. Khepera robot simulator를 만드는 데 참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앞으로 며칠간은 계속 그래야 할 것 같다. 이런 많은 할 일에 묻혀 있을때면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지지만 딱히 쓸 말이 없어지는 일이 생기곤 한다. 머릿속이 일들로 꽉 차 있어서 다른 일상의 조각들은 그저 내 곁을 머물렀다 떠나가는 것들로 인식된다.

아마도 이러한 일들이 나에게 나의 불완전함을 자각하게 해 주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그런 것은 쉽게 얻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만을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실패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이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자신을 자신으로 있게 하지 못하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균형이 부족한 만남은 서로로부터 좋은 관계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만을 생각했다. 나는 그 곳에 없었고, 오직 그녀만이 존재했다.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녀를 위해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 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나의 말수는 더 줄어들 뿐이었다. 친구와의 만남에서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에 맞추어 서로 이야기를 나눌때의 정겨움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는데, 나는 참 어리석기도 하였다.

일상속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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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의 소나기가 지나갔다.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모니터 옆에 우뚝 서 있는 무가당 오렌지 쥬스를 보니 비대신 오렌지 쥬스가 하늘에서 내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비타민 C 가 가득 들은 상큼은 액체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올 때면 사람들은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컵을 들고 나와 오렌지 쥬스를 받아 마실 것이다.

내 곁을 지나는 사람과 잔을 부딪히며 미소를 머금고 눈으로 인사를 나누며 길을 걸어간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다양한 종류의 잔들을 갖고 다닐테고, 그들이 잔을 부딪혔을때 나는 소리도 각양각색일 것이다. 빗소리의 리듬에 맞춰 사람들이 내는 잔소리는 멜로리라인이 되어줄 지도 모른다. 삶의 음악과 충반한 비타민 C와 함께 인생을 한껏 즐긴다면 좋으련만.

마을마다 다른 음료가 내린다면 더 좋을것 같다. 녹차가 내리는 마을은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일테고, 콜라가 내리는 마을은 전반적으로 인기가 없겠지만 매니아들이 자주 찾을것이다. 서로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의 성향도 일부분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날 확률도 높아지고, 사람들의 삶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버스를 타서 선잠이 들면 이와 비슷한 온갖 종류의 무한에 가까운 상상의 폭풍을 경험할 때가 있다. 창밖의 풍경과 사람들을 볼 때면 여러가지 상상이 떠올라 그 타래를 풀어놓는다. 상상해봐야 별 소용도 없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그것은 때론 매우 유쾌하다.

일순간, 그대와 나의 사랑을 상상하곤 한다. 이 글을 보는 거의 모든 사람과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지저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사랑을 상상한다. 어쨌든 나는 상상과 함께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상상’인지도 모른다.

나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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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에서 벗어나 무엇인가를 할 수 있었다. 논문을 한 편 읽었고, 홈페이지에 Shinobu BGM Player 라는 것을 달았다. 교수님의 부탁으로 Frank 씨가 보내온 그 논문은 그 자체로는 딱히 좋은 논문은 아니었지만 소재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다. Shinobu BGM Player 는 문제가 많았지만 내가 수정해서 쓰니 한결 나아졌다.

항상 모든 것이 일순간에 나빠졌다가는 그로부터 빠져나올 때면 이렇게 모든 것이 한결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 이렇게 흔들리고 만다. 얼마나 더 많은 사건들이 나를 흔들지를 생각하면 매우 불쾌하다. 나쁜 꿈을 자꾸 꾸고 있다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지금 나에게 놓여진 모든 것을 잠시 포기하고 싶은 충동, 알 수 없는 사랑에의 갈구, 완전히 이가 어긋난 것 같은 기분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