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정확한 작성 시각을 잃어버렸습니다.
폭주한 기관차모냥 내리는 비가 내 가슴마저 쓸어내리고 있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고 있는 비를 보고 있노라면 무아지경이 따로 없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자위할때도 – 요즘은 섹스에 관련된 것에 생각이 자주 닿는다 – 이만큼 좋을 지 모르겠다. 저 비를 누군가와 함께 맞는다면, 어제 일기에 적었던 것 처럼 한다면, 채털리 부인이 부러울 것이 없을 것이다.
이런 비가 오는 날이면 몇 명의 사람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역시나 내가 참 좋아했던 지현이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있지만, 사랑은 아닌 것 같다. 아니, 그냥 그렇게 매듭짓고 싶다. 좀더 나은 내 모습을 만들어 준 그녀가 너무도 좋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녀가 해 준 일은 그녀 자신이 말했듯, 거의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녀는 나에게 시발점이었다. 내가 이렇게 글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쓰게 된 것도, 나의 생각이 조금이나마 깊어진 것도 모두 근본적으로는 그녀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했고, 지금도 미련이 남아 있지만,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도 비와 사랑은 나에게 있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날 나에게 이성적인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사랑에 푸욱 빠져 끊임없이 두 사람에 대해 골몰하는 내가 어울리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