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8

오늘은 즐거운 파일처리론 기말 프로젝트하는 날. 2~3인 1조로 하는 프로젝트인데 달리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하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R-Tree 의 고안자가 작성한 논문 달랑 하나. 앞길이 막막했지만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무작정 코딩을 시작했다.

코딩을 하면서 집중을 해서 논문을 읽어 보니까 그렇게 어렵다기 보다는 해석의 난해함(번역본도 갖고 있었지만 거의 직역 수준이어서…) 때문에 진척이 잘 되지 않았다. 나름대로 예제 데이터셋을 가지고 트리를 만들면서 테스트를 하면서 코드를 써 나갔다.

어느새 저녁때가 되어서 엄마가 만들어 주신 맛있는 삼계탕을 먹고, Koyanagi Yuki 노래를 듣다가 다시 코딩을 한지 거의 4시간이 지나서야 어느정도 돌아가는 코드가 완성되었다. 오후 1시 30분부터 코딩을 했으니까 2시간 쉬었다고 해도 8시간 정도 코딩을 한 것 같다. 라인 수는 아직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자그만치 1098라인…

왠지 1000이 넘어가는 숫자에 질려버려서 더이상 코딩하고 싶지 않아 시계를 보니 12시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일기를 쓴다….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하루였다. 누구 다른 사람 하나 신경쓸 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뿌듯하긴 하지만, 이렇게 빡빡하게 죄어진 나를 보기가 싫다.

특히 난희가 메시지 보냈었는데 화면을 못 보고 대답을 못해서 정말 미안했다. 그땐 이미 쉬는 것을 멈추고 프로그래밍중이었는데 ‘쉬는 중’ 을 ‘숙제 중’ 으로 바꾸지 않은 것도 그렇고… 뭔가 아쉬운 여운이 남는 하루.

지금이 사라지기 전에!

수재에게 컴퓨터 과학 입문 정리한 노트 빌려주기로 해서 일찍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영부영하다보니 11시 -_-… 요즘 왜이리 늦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일어나서 웹 사이트를 약간 돌아다니고 있는데 정훈이가 Visual Basic 책을 빌려달라 해서 학교에서 만나기로 하고 학교엘 갔다. 조금 더웠지만 참을만한 날씨였다. 최고 기온이 32도라고 하던데 어제와 그렇게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컴퓨터실에 가서 수재에게 노트를 건네주고 빈둥거리다가 정훈이를 만나서 도서관에 가서 책 빌려 주고 파파이스에서 더블세트를 먹고서는 정훈이랑은 처음으로 당구를 치러 갔다.

내가 당구를 어찌나 못치던지 120으로서 아주 쪽팔렸다. 더워서 땀은 삐질 삐질 흐르고 정말 힘들었다. 한번은 지고 한번은 이겼다. 두번 다 질 것 같았는데 다행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게임 끝나고 끌어 치는 법 강의를 어설프게 하다가 타워 레코드 앞에서 헤어졌다.

타워 레코드에 음반 새로 나온거 뭐가 있나 구경하고 씨디 좀 들어보다가 다시 컴퓨터실로 왔다. 왜 왔냐고 묻는다면 이유도 없었지만 좀 당장 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컴퓨털르 약간 만지작거리다가 힘이 들어서 내 자리에 앉아서 엎드려서 이어폰으로 ELT 의 ‘Every Best Single + 3’ 이라는 앨범을 계속 들었다. 한 20 분 정도 잠도 잔 듯 하다. 왜 이리 내가 무기력하게 느껴졌는지…. 어제 13층 가는 법을 몰라서 헤맨 것은 물론이고 ‘상실의 시대’를 ‘상실의 세계’로 잘못 쓴건 또 무어란 말인가. 말을 해도 실없는 말만 하고, 말길도 잘 못알아 듣고… 더워 지니 집중력이 정말 많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점점 게을러진 것인지… 기분이 무슨 일을 하기에는 영 내키지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서는 하이텔에 잠깐 들어갔다. 지현이가 이용중이라서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그냥 그런 일상의 이야기. 내가 힘이 없는지는 어떻게 알아가지고선, 기쁘다. 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이 좋아져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컴퓨터실을 나왔다.

버스 안에서는 Koyanagi Yuki 의 ‘Expansion’ 앨범을 들었는데, 그 안에 ‘Prove My Heart’ 란 노래가 맘에 들었다. 가사를 들어 보았다.

언젠가 일어날 뜨거운 사건은 틀림없이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것 옛적 이야기를 해도 의미가 없어 Prove my heart! 지금이 없어지기 전에!

너가 찾은 것은 소중한 세계 최고의 멋진 것이니까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거라면 Proove My Heart! 지금이 사라지기 전에!

이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 그것을 나는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오늘 내가 아끼던 사람이 내일 없을 수도 있고, 내가 내일 이 땅에 없을지 모른다. 내가 오늘 저지른 작지만 부끄러운 실수들은 내일이면 과거가 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소중히 하는 나를 갖고 싶다.

지금이 사라지기 전에!

PS: 사진은 Koyanagi Yuki의 ‘Expansion’ 앨범 표지

다짜고짜 편지.

컴퓨터 과학 입문 시험을 보려고 학교에 갔다. 아직 시험 범위까지 나가지를 못해서 공부도 할 겸 12시 쯤 학교에 도착했다.

공부하러 온 수재랑, 언제나 있는 기선형과 셋이서 시험 공부를 했다. 나는 어제 정리하던 노트를 계속 정리했다. 결국 8장까지 할 수 있었는데, 꽤나 기분이 좋았다. 다른 과목도 이렇게만 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배가 고파서 같이 갈 사람을 물색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왔다. 지현이다. 공부하느라 피곤하고 힘든 모양이다. 뭐라고 말을 해 줘야 하는데, 왜이리 할 대답이 떠오르질 않는지 “힘내”, “잘할거야” 라는 말로 일관해야만 했다. 그런 내가 싫었다. 그리고 미안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말 외엔 그다지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왠지 용서가 되지를 않는다.

결국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공대 매점에서 우동이랑 부침개를 먹었다. 먹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마침 난희와 대화한 것이 생각났다. 도서관에서 편지 쓰기… 그래, 어쩌면 좀 더 그게 표현이 잘 될지 모르지! 하고 나는 편지지를 하나 골라서 도서관 휴게실 구석에 앉아 시험 시간을 한시간 남겨 놓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그 느낌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20분 간 나는 3 줄도 쓰지를 못했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이미 연습장의 반을 넘어섰을 때 쯤에서야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편지를 쓸 수 있었다. 시험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그것을 편지지에 옮겨 적고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보았다.

문제가 평이해서 한시간 만에 풀고 편지를 전해 주러 갔다.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 우편함에 넣으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서(-_-;) 13층에 제대로 올라가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만나서 주려고 했더니 메시지가 제대로 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결국 눈에 안띄는 거리의 비밀 장소(?) 에 숨겼지만, 곧 지현이에게 전화가 와서 13층에 올라가는 법을 알아내서 결국 그녀의 집 문 앞까지 가게 되었다. 그녀는 잠깐만 기다리라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어째 편지를 직접 건네주기가 어색하다 생각해서 그것을 문 손잡이에 세워 놓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어디로 사라졌냐고. 편지 한통만 달랑 있더라고. 왜 편지가 한장밖에 없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오랜만에 직접 손으로 써 보는 편지. 악필이었지만 나름대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받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은 편지는 도움이 되지를 않는데… 내 편지는 어떤 편지였을까.

갑자기 편지가 쓰고 싶어서 써서 줘 버리고는 사라지는 나… 상상도 못했던 내 모습을 오늘 보았다. 내 느낌에 나를 맡기고 무언가 생각에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

내 마음속에 아직 남아있음을 확실히 느꼈다.

PS: 사진은 요즘 자주 듣는 Koyanagi Yuki의 싱글 자켓..

Too Much Work

그나마 하나 있는 수업은 대출시키고 한껏 늑장을 부리며 학교에 왔다. 컴퓨터 실에 잠깐 들렀다가 도서관 6층 휴게실에 공부하러 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역시 시험기간이란 도서관을 활력에 들끓게 하는 유일한 때가 아닐까?

내일 시험 보는 컴퓨터 과학 입문 노트정리를 했다. 한 세 시간 가량을 해서 6장을 모두 정리했다. 오늘까지 8 장까지 모두 정리해야 내일 시험범위까지 모두 정리가 될 것 같은데, 일단 배가 고파서 컴퓨터실로 되돌아 갔다. 성훈형과 저녁을 같이 먹기 위해서 성훈형이 교수님 면담에서 돌아올 때 까지 또 공부를 했다. 7장의 2/3 정도를 정리했을 때 쯤 성훈형이 돌아와서 같이 저녁을 먹고 빈둥거리다가 집에 왔다.

빈둥거리지 않고 계속 공부를 했다면 아마 8장 까지는 어떻게든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집에 돌아와서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이 어쩌면 무책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올해 가장 오래 공부했던 날이 오늘이었다고 말한다면 변명이 될까? 정말 힘들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사람이 좀 더 빨리 지치고 좀 더 빨리 싫증내는 것 같다.

내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데 까지 정리하고 나머지는 책을 읽고 공부해서 시험을 봐야 겠다… 평소에 하지를 않았으니 별 수가 없구나. 휴우……


상실의 세계를 다시 한번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해가 더 잘 가는 것 같다. 좀 더 많은 것을 발견해 보고 싶다. 나 자신으로부터.

매일 만날 연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늘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여유도 없고, 잘해줄 자신이 제로라서 오늘도 망설인다. 어차피 서로 연인이 되고자 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도 없으니까 혼자만의 생각이다. 결국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결국 사랑하는 대상이 없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나 자신은 지극히 계산적이고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다.

헌신할 존재가 없으면 자신에게 충실해지기 마련이다. 사실은 서로에 대한 헌신은 자신에 대한 헌신을 내포하기 때문에 훨씬 자신에게 유익한 결과를 몰고 와야 하겠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다짐하지만 결국에는 익숙해지면 질수록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긴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사는 마음으로 좀 더 가까이 바라보아야 할 텐데.

다들 시험은 잘 봤을까…?

PS: 그림은 오늘 설치한 Instant Messenger ‘Jabber’의 마스코트. 리눅스에서도 훌륭하게 작동해서 앞으로 윈도우즈에서 메신저 쓸일이 없어졌다. (http://www.jabber.com)

I Need a Starting Device.

현충일이다. 사실 며칠 그저께까지도 난 오늘이 현충일인지 모르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부터 확실히 신경을 쓰지 않게 된 날짜 감각 때문인 것 같다. 여기저기서 바보 소리를 먹어서 기분이 야릇하다. 싫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바보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한 것이 싫지 않았다.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보란 소리를 – 그것이 선의였건 악의였건 – 듣는다면 난 본능적으로 싫은 기분이 든다. 사실 기분이 별로 안 좋을 때라면 누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어도 기분이 상하겠지만 요즘은 기분이 나쁜 날이 거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려고 보니 위에 별로 찍지도 않는데 비싼 돈을 주고 산 레이저 프린터가 떡하니 내 책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단 프린터를 다른 컴퓨터 옆에다가 놓고 복잡해져 있는 책상을 정리했다. 쓰지 않는 종이조각과 MD 케이스를 모두 처분해버리고 걸레질도 하고 하니까 훨씬 좋은 분위기가 되었다. 청소하면서 생각해 보았는데 MD 케이스는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 것일까. 노래 제목이 궁금하다고 해서 케이스를 꺼내서 일일히 확인해 볼 이유까지는 없다.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케이스가 없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MD 를 파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청소를 하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할까 했지만 왜이리 내키지를 않는지. 난 정말 이상한 병에 걸렸다. 끔찍한 게으름뱅이의 최후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일은 필히 도서관에 가서 나오지 말도록 해야 겠다. 한번 책을 잡으면 열심히 하는데 어째서 책을 잡기를 싫어(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저녁을 먹고 쉴 겸 “Enemy of the State”를 봤다. 꽤나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역시 제리 브룩하이머는 짜증나는 놈이다. 아시아인을 어째서 그따위로 표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난다. 어짜피 그 녀석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리라.

뭔가 일이 잘 된다는 느낌이 들지를 않는다. 좀 공격적으로 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휴… 다들 자기 일들 잘 하고 있을까…?

PS: 사진은 Every Little Thing 의 앨범 ‘eternity’ 표지.

A Long Phone Call

오늘은 서양문화의 유산 시험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라면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시험 두 시간 전인 새벽 7시에 시험 장소에 도착했다. 열심히 책을 보고 있다가 불현듯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후배에게 시험 오늘 보는 거 맞야고 물어 봤다. 그의 대답: “시험은 다음주고 오늘은 종강일인데오…” … … … … 아 왜이래 나…

벤치에 앉아서 마구 졸면서 하늘도 보고 하다가 수업시간이 되어서 수업을 듣고 컴퓨터실에 와서 내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니 일기장에 왠 영어로 당신은 해킹당했다(?) 라는 일기가 올라와 있었다. 각종 시스템 로그를 다 뒤져 봤는데 시스템 자체에 침투한 것이 아니고, 일기장 관리자 권한만을 획득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웹 서버 로그를 보고 IP를 알아내고 추적을 해 보니 인천 남구의 무슨 게임방 같았다. 어째 영어 문법이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어쩌면 내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우선은 이 일기장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서 여러가지 원인을 생각해 보았는데, 원인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몇 주 전에 웹 서버 설정을 잘못 해서 이 사이트에 있는 CGI Script의 소스 코드가 웹 브라우저 상에 노출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사람이 암호를 적어 두었다가 그 암호를 이용해 당당히 일기를 썼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일기장, 방명록, 좋은글란의 모든 암호를 랜덤 암호로 교체했고 다른 여러 공용 서비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암호도 랜덤으로 바꾸어야 겠다. 정말 골치가 아프구나…

하여튼 문제도 수습되고 수업도 여러 과목들이 종강을 해서 일찍 끝난 덕에 일찍 일어난 덕에 수척해진 몸을 의자에 기대고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수재랑 같이 하기로 한 프리랜싱 구직 광고도 다시 한번 올려 놓고 SCJP 이야기도 하고… 그럭저럭 재미있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는 내가 싫어하는 오징어회랑 골뱅이가 있어서 생선이랑만 맛있게 저녁을 먹고 Mission Impossible 1도 보고… 풀볼륨으로 사운드를 틀어놓고 보니까 실감나서 좋다. 다음부턴 방문 꼭 닫고 오늘처럼 봐야지…


속상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옛날엔 전화 거는데도 왜이리 힘이 들었는지. 하지만 이제는 심호흡 한번! 하면 걸 수 있는 사람이다. 전화를 해도 편할 수 있고… 내가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바보 쯤이야 천번이고 더 될 수 있지… 무려 30분이나 통화했는데 아마도 올해 최장 통화 기록일 듯 싶다. 작은 두통과 김격의 미소.

PS: I-Book 사고 싶다. 아주 많이.

Love, Made Together

버스에서 졸다가 정류소를 지나쳐서 지각을 해버렸다. 어째 락 음악을 들으면 더 졸린 것 같다. 아무래도 음량의 굴곡이 심한 곡이 잠을 깨는 데는 더 좋으려나?

어제 한 숙제 보고서 마무리 하고 재헌이랑 후배 유진이랑 당구를 치러 갔다. 유진이는 수지가 80인데 우리보다 더 잘 치는 것 같다. 여유로운 웃음 하며… 역시 여유가 있는게 최고다.

오늘은 부모님께서 여행을 가셔서 나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파파이스에 외식을 갔다. 몇 주 간의 공사 끝에 새단장을 한 파파이스는 꽤 산뜻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특유의 살구빛 배경에 빨간 바가 인상적이다. 성준이랑 런치 세트 두 개를 사가지고 컴퓨터 실에 와서 먹고 조금 빈둥거리다가 집에 왔다.

내일 아침은 서양 문화의 유산 시험인데 공부를 별로 하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배짱이 좋다. 커뮤니티 여기저기 들러 주고 어제 보다 만 영화 ‘잃어버린 세계’도 끝까지 다 봤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잠을 청해 봐야지.

‘잃어버린 세계’. 꽤 재미있는 영화였다. 다만 권선징악적 요소가 너무 뚜렷하고 – 사실 그 안경쓴 아저씨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없다 – 도심지에서 음반 가게에서 사람들 뛰쳐나올 때 화면에 왜 일본 사람들만 비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미국인들은 일본인을 어떻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듯 하다. 뭐 일부 한국인들도 비슷하긴 마찬가지겠지. 또 결정적으로,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 환경이 어떻다느니 해서 남의 총알까지 빼놓는 것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수 있는지… 만약 그 상황이 닥친다면 절대로 동의할 수 없을 걸…


오늘 누가 나에게 어느어느날 뭐하냐고 묻고 나는 할 일 없다 대답하고, 내가 그날 뭐하냐 물었을 때 그 사람도 할 일이 없다 대답하면 만나 보라는 신호일까? 어쩌면 난 다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대한 확신, 용기… 어쩌면 나에게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수렁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경험하지 않은 자의 두려움일까? 나같이 마음 약한 사람, 상처받기 쉬운 사람에게 사랑이 가능하려면 정말 거대한 용기와 믿음이 있어야 그것을 지속할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서로 용기를 주면서 믿음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거겠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지 마세요… 운명은 당신과 그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것…

PS: 그림은 애니메이션 ‘총몽’ 일러스트 중 하나…. (일기내용과 무관함;)

R.E.G.R.E.T

일기대로 자기 전에 Miss Congeniality 란 영화를 봤는데 스토리도 엉망이고, 재미도 그냥 그렇고… 그렇고 그런 영화였다.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유정이 숙제 도와준다 했는데 깨고 보니 12시다. 후다닥 샤워하고 아침먹고 숙제를 해 줬는데 의외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버그도 종종 발생하고 해서 짜증이 났다. 짜증날 바엔 아예 돕지를 말던가 했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다. 역시 초심자에게 컴퓨터 공부는 숙제 따위에 쫓기지 않는 방학 기간에 하는 것이 제일이다.

유정이 계산기 숙제를 대충 마무리 지어 주고는 내 숙제를 했다. 운영체제 Pipe programming 숙제랑,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LISP 숙제를 했다. Pipe 는 열심히 해 보려고 했는데 책을 급히 읽으려니 원서라서 잘 들어오지도 않고 해서 간단히 해결하고 LISP 을 했다. 생판 모르는 언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다가 숙제로 내 준 두 문제중 한 문제랑 똑같은 일을 하는 소스 코드를 찾아서 그것을 분석하게 됨으로써 다른 것들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창 밖에서는 축구 응원 함성 소리가 들려오고… 어느덧 저녁이 되어버렸음을 깨달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숙제를 한다라…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으면 한다. 자주 쉬기도 하고, 일이 끝나면 외출도 자주 하고 싶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꽤나 바쁠텐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리런 거 알면서도 다짐해 본다.

난희와 후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후회를 하면 다음 번에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어느 길을 택해도 결과가 같을 수도 있고, 새로 택한 길이 더 나빠서 절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순간 한순간 수많은 결정을 하지만 누구도 결과에 대해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한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라고 해서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동전이 내가 원하는 면을 비춰 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한다. 우리가 하는 후회도 그런 것 아닐까? 우리가 후회를 하고 안하고를 정하는 것 마저도…

후회하지 마세요… 당신은 잘 하고 있으니까…

PS: 사진은 Kiss Destination의 보컬이자 코무로 테쯔야씨의의 아내인 – 아직 결혼을 안했을지 모르지만 – 요시다 아사미 씨…

정보 선택론

어제도 이야기하다가 네 시에 잤다. 피곤해서 잘려고 하는 찰나에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잠이 다 달아났다. 잠도 편히 자고 참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다. 여전히 잘 되지를 않는다.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온갖 노력 끝에 GUI 가 뜨게는 했는데 업로드를 조금만 빨리 하면 다운되는 문제는 해결이 되지를 않았다. 결국에는 커널 2.4.3 버전에 있는 RTL8139 드라이버로 2.4.5 에 있는 드라이버를 교체해서 해결했다. 버전이 높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명제가 너무 싫다. 항상 사람들은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법인데, 결과가 항상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니… 나도 어느 날엔가 열심히 했지만 질타 받을 날이 찾아오겠지. 그 때 사람들이 내 노력을 이해해 준다면 고맙겠다.

컴퓨터도 고쳤겠다. 상쾌한(?) 마음으로 어제 하던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숙제를 마저 했다. 그렇게 신선한 숙제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하다면 간단하지만 마음 먹은 만큼 복잡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즐거Ÿm다. 오늘 반 쯤 끝냈으니까, 내일 2/3 까지 끝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른 숙제들도 점점 마감일을 향해 달려드니 초초한 기분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컴퓨터도 복구됐겠다, 하드디스크에 있던 영화 중에 자막 있는 걸 전부 씨디로 만들었다. 한 편에 씨디 한 장에서 두 장. 내가 평생 쓴 일기는 씨디 한 장은 커녕 1/3 장이 되기도 힘들다. 개인이 다룰 수 있는 정보의 한계란 그런 것이 아닐까. 그 작은 개인이 모여서 거대한 지식의 바다를 이루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도대체 우리의 위치는 어딘지, 정보의 크기가 얼마만한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꼭 우리가 모든 정보에 대한 액세스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에게 있는 ‘욕망’이란 것이 자신이 뻗칠 수 있는 것들의 범위를 늘리고자 애쓰는 것 같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에게 이 정보 세상은 천국과도 같은데, 나는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해서 유감이다.

오늘 저녁엔 영화를 보고 자야지. 700 mb를 수 kb 이하로 압축하는 우리 두뇌의 경이를 구경하러…

A bit more

어제 일기를 쓰고 있는데 MSN에서 이용자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 그녀의 닉 네임은 ‘바보!!’ 였다. 우리 홈페이지에 자주 들러주시는 분과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이런 저런 자기 소개도 하고, 일기 이야기, 서로에 대한 이야기, 사랑이야기 등을 새벽 네 시까지 계속 했다. 오히려 서로 잘 모르면 솔직해 지는 걸까? 참 솔직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눠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내가 모르던 나의 한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감사를!

9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세 시에 enkol 에 가서 하게 될 일에 대한 브리핑을 받으러 가야 하긴 하지만 시간이 하도 많이 남아서 빈둥거렸다. 아침을 먹기도 귀찮고 해서 아침겸 점심을 먹기로 하고 ‘7가지 유혹’이란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오래된 영화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서 신선한 맛은 떨어졌지만 ‘자기 자신을 바꾸기려 하지 말고, 마음을 바꿔보세요’ 라는 엔딩곡 가사는 꽤 맘에 들었다. 난 모모모모 한 사람이 될거야! 난 모모모모 할거야! 하다 보면 결국 자기 본성에 못이기는 것 같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옷을 반 쯤 입었을 때 전화가 왔는데 enkol 에서 다음 주에 만나자고 한다. 입던 옷을 다시 벗고 이번엔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프로젝트 숙제를 했다. 4시 쯤 까지 1/3을 끝내고 침대위에 누워서 쉬다가 잠이 들어서 일어나 보니 5시. 한 시간 쯤 잔 걸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니 숙제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영화 씨디좀 만들었다. 이제 나의 소장 영화는 66편이 되었다. 늘어가는 저 씨디들을 언제 다 볼까…

최근 내 리눅스 컴퓨터가 업로드를 너무 빨리 오래 하면 다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고쳐보겠다고 이짓 저짓 다하고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도 하고 재부팅을 했는데 GNOME Desktop이 안뜬다. 프로그래밍도 못하고 할 일이 없다. 아휴… 컴퓨터가 이렇게 속을 썩이네… 고칠 수도 없고. 답답해도 공짜니까 참자라는 건 너무 무모한 것 같다. 하긴 매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쯤 감수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저녁엔 오랜만에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했다. Favorites 란의 내용을 대충 채웠는데, 세부 내용을 채우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이것 저것 솔직히 잘 적어봐야 겠는데, 원하는대로 생각을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다. 최근에는 그것이 더 심해서 객관적 내용이나 좋다 싫다 정도의 표현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삶이 확실히 무디어졌음을 느낀다.

조금 더 성실히 조금 더 경험하고 조금 더 느끼고 조금 더 생각하고 싶은데.

PS: SIAM SHADE 의 최근 싱글 ‘Life’의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