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arch for the Best Bookmark (최고의 책갈피를 찾아서)

Book Darts Tin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하며 살 수 없듯, 책도 한 권만 끝까지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항상 두 권 이상의 책을 들고 다니다 보면 책갈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래서 오랜만에 여기 저기 다녀 보고 가장 멋지고 실용적인 책갈피를 찾아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것은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Store에서 내놓은 Frank Lloyd Wright의 책갈피들이었습니다. 18달러라는 고가인데다가, 국내에서는 수입이 되면서 놀랍게도 가격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폭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고 싶지 않고, MoMA Store 사이트는 오류가 발생해 주문이 되지를 않네요.

책갈피에 너무 큰 돈을 지출하는 것 같아 다른 책갈피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구매하게 된 것이 Book Darts입니다. 국내에서는 텐바이텐에서 50개에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품 소개 페이지를 보시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어찌나 실용적면서도 아름답고 저렴한지, Moleskine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느낌이었습니다. 선물용으로도 좋을 듯 싶네요.

The Music of Month: September 2006

몇 년 전부터 매달 시디를 사 모으다 보니 어느덧 300장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바쁠 때면 구입한 음반을 몇 번 들어보지도 못하고 다음 월급날을 맞기 쉽상입니다. 이제부터는 매달 그 달에 구입한 음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음반을 선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Paris Match - After Six

#1. Paris Match의 여섯번째 앨범 After Six는 지금까지 발매된 Paris Match의 어떤 앨범보다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들을 때마다 음악은 세련되지만 보컬이 너무 답답하고 변화가 없어 지루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지금까지의 편견을 보기좋게 깨뜨린 음반입니다. 보컬이 바뀌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이 밴드가 드디어 보컬에 쏙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찾아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 앨범들에 비해 음악 자체도 훨씬 생동감있습니다.

Dynamic 4 - My Favorite Beats

#2. EVAN Records에서 듣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Dynamic 4의 My Favorite Beats는 애시드 재즈 · 라운지라는 현대적인 틀에 빈티지 풍의 음악을 깔끔하게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음색이 아주 깔끔하면서도 너무 방방 뛰지 않아 듣기가 좋습니다. 특히 음반 중간 중간 등장하는 여성 보컬의 맑은 목소리는 정말 맛깔스럽습니다. 다만 음반이 후반부로 갈 수록 지루해진다는 문제가 있는데, 마지막 리믹스 ·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다면 감안할만 합니다.

Eddie Higgins Trio - Amor

#3. Eddie Higgins Trio의 Amor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라틴 음악의 재즈화에 편승한 앨범입니다. Eddie Higgins의 최대 장점인 완벽한 멜로디 플레이를 이 음반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좋은 음반이긴 하지만 Eddie Higgins Trio의 음반은 언제나 비슷한 분위기라 이미 그들의 음반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구입을 망설일만 합니다. 하지만 그 달콤하기 그지 없는 멜로디는 European Jazz Trio의 Tango Notturno와 더불어 한 번쯤 구입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환자가 병원에서 기대하는 것 (What a patient expects in hospital)

얼마 전인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 시한부에다가 이혼까지 한 – 호텔 간부와 호텔 리어의 동거를 다룬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호텔이라는 이국적 환경과 죽음이라는 결말을 기다리는 사랑 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TV 앞 소파에 사람들을 앉혀두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혈액 응고를 막는 약을 처방받았는데, 어느 날 손이 칼에 베이자 정신없이 응급실로 달려간다. 이 장면은 응급실의 혼란스러운 광경과 주인공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모습을 나름대로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응급실이 항상 정신없는 모습만 갖고 있거나 모든 환자가 정말로 응급한 것은 아니지만,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인식될 뿐이다. 십이지장 천공에 의한 복막염과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순간적인 패닉으로 응급실을 두 번이나 방문한 나로서는 매우 공감이 되었고, 한 편으로는 그 때의 기억에 마음이 불안해짐을 느꼈다.

응급실이 아닌 보통 의원의 대기실이라 할 지라도 환자에게는 다 똑같을 것이다. 그만큼 어딘가 아프다는 사실은 서글픈 일이다. 곁에 지켜줄 가족이 있었으면 하는 약한 마음과 당장이라도 죽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희석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병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수록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아야 할 상황에서 지나치게 긴장한다거나 하는 일도 생긴다. 이성적으로 내리는 판단과 관계 없이 찾아오는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감은 좌절감마저 안겨줄 수 있다.

스스로 얻은 마음의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노력만큼이나 두려운 것이 병원에 찾아가는 것임도 사실이다. 아늑하면서도 신속하게 진료를 수행해 줄 수 있는 병원이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앉아 끝없이 줄지어 앉아 있는 다양한 병명의 꼬리표가 붙은 환자들과 이곳 저곳의 모니터에 표시된 전문가의 해석을 기다리는 디지털 이미지들은 응급실 못잖게 오싹하다.

몇 달 전 왼쪽 망막에 박리가 생겨 레이저 시술을 받고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게 되었다. 시야에는 거의 지장이 없지만 망막이 많이 떨어져서 내년까지 계속해서 검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어려서부터 다녔던 그 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검진을 받았지만, 의사들의 태도는 낡은 시설만큼이나 그 네임 밸류에 어울리지 않았다.

레이저 시술을 받은 뒤 첫 검진, 그것도 특진이었다. 조심스레 준비한 증상에 대한 요약 및 질문 목록을 보고 질문을 하려 했다. 그러나 의사는 그것을 보자 마자 시간이 없으니 그것을 읽어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나는 바로 침대에 누워서 안저경으로 망막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결국 의사의 지시에 따라 검사를 받으면서 증상을 말해야 했고, 질문할 시간은 결국 주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도 한 번의 검진을 더 받았고, 바뀐 것은 없었다.

아예 질문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하는 대답이란 지식인에서 ‘망막박리’로 검색하면 나올 만한 수준을 절대 넘어서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Q: 아침에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뜨는 순간 검은 줄이 보이는데 왜그런거죠?
A: 모르겠네요.

Q: 비문증이 최근 6개월간 심해졌는데 왜그런거죠?
A: 비문증이 심해진게 좋은 신호는 아니죠.

Q: 비행기는 타도 되나요?
A: 안타는게 좋을걸요.

결국 참다 못해 신촌 세브란스로 병원을 옮겨 며칠 전 진찰을 받았다.

병동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곳에 망막 전문 센터가 따로 차려져 있었다. 시력이나 안압 검사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차이는 그때부터 확연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대기하고 있는 스탭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문의가 진료하기 전에 레지던트가 직접 말을 걸어 구체적인 증상을 물어보고 노트했다. 뿐만 아니라 언제든 필요하면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실제 검진에 들어가 전문의를 볼 때도, 전문의는 필요한 설명을 비유까지 곁들여 가며 능숙하게 마친 후 환자에게 “질문 있으십니까?” 라고 물었다. 자리에 앉은 모든 환자는 궁금증이 없어질 때까지 원하는 질문을 다 할 수 있었고, 전문의는 조급해 보이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든 답변은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심지어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양호하다는 안심의 말까지 전해 줘 한 결 마음이 놓였다.

Q: 레이저 시술 받은 부분이 가끔 깜박일 때 빛이 보여요.
A: 망막이 장력을 받아 생길 수 있는 현상이지만 박리로 이어지지는 않으므로 걱정 마십시오.

Q: 자고 일어나 눈 뜰때 검은 줄이 보여요.
A: 자는 사이 안구 부유물이 가라앉아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비문증은 망막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걱정 마십시오.

Q: 제 상태가 어떤가요?
A: 망막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6개월간 관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레이저 시술이 잘 되어 있으므로 머리에 충격이 가지 않게만 주의하시면 문제 없을겁니다.

Q: 어떤 운동을 할 수 있나요? 당구는 칠 수 있나요? 버스에 기대고 잘 수 있나요?
A: 머리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수영, 구기 운동, 달리기, 격렬한 등/하산은 해서는 안됩니다. 당구 물론 가능합니다. 흔들리는 버스에 기대고 자는 정도의 진동은 전혀 상관 없습니다. 비행기도 사고만 안나면 괜찮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안하는게 좋을겁니다” “그게 좋은 신호는 아니죠”같은 무성의한 답보다 훨씬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미친듯이 뛰던 가슴도 어느 새 진정이 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어느 답변이 더 정확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생각해도 어느 답변이 환자를 더 안심시키고 당황하지 않게 할 지는 확실하다. 환자가 병원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은 명확한 답변과 따뜻한 응대니까.

Task Management Mind Map (할 일 관리 마인드 맵)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한 지도 4년이 다 되어 갑니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수록 더 많은 일이 주어지고, 그 일들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기를 요구받습니다. 항상 수십여 개의 할 일이 목록에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도저히 견디다 못해 관심사를 줄이고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리 저리 궁리하지만 뾰족한 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그림은 데이비드 앨런의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 (Getting Things Done)‘와 앨런 라킨의 ‘시간을 지배하는 절대법칙 (How to Get Control of Your Time and Your Life)‘,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내용,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할 일 관리의 마인드 맵’입니다. 가장 도움이 된 책은 역시 ‘Getting Things Done’이었기에 GTD를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자신의 할 일 관리 경험을 답글로 남겨 주시면 더욱 기쁘겠습니다.

원래 이 마인드 맵에는 몇 가지 웹 사이트로의 링크가 걸려 있는데,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면서 링크가 사라졌습니다. 다음은 관련 링크입니다:

A Useful Paradise (유용한 낙원)

바쁜 하루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주말이 찾아온다. 네 시간이 넘는 출퇴근으로 늦잠이라도 자야 하건만 재깍 눈이 떠진다. 느긋이 쉬고 싶지만 정신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잡무를 처리하다가 진이 빠지는가 하면, 읽고 싶은 책도 없어지고 보고 싶은 사람도 볼 수 없게 되어 묘한 짜증을 죄 없는 가족에게 나즈막히 드러내기도 한다. 찾아오는 주말 만큼 후회도 어김없다.

그렇게 몇 시간인가를 보내고 나면 내 의사와 관계 없이 저무는 하루는 먼 곳의 일이 된다. 그럼에도 암흑으로 물든 유리창이 나를 안타깝고 가슴 휑하게 하는 이유는 표현하기에는 벅찬 그리움과 천천히 젖어오는 육체적 피로 때문이리라.

가끔은 성공, 유명세, 돈, 시간 같은 말이 존재하기는 했었냐는 듯한 삶을 살고 싶다. 모든 것을 잊고 조용한 속삭임과 한적함을 즐길수만 있다면. 하지만 결말은 항상 같다. 인파 속으로 사라져가는 뒷모습마냥 한동안 머물던 낙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유용하게 쓰이고 나면 잊혀지고 만다.

Passwordless Login with SSH

우선 OpenSSL 과 OpenSSH 가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윈도우즈에서는 cygwin 버전을 사용하세요. 로컬 머신에서 다음을 실행합니다:

ssh-keygen -t rsa -b <비트수 (2048)>

Private key 에 대한 passphrase 를 묻게 되는데 입력하지 않습니다.

생성이 완료 되면 ~/.ssh/id_rsa (private key) 와 id_rsa.pub (public key) 파일이 생성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권한을 설정합니다 (윈도우즈에서도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chmod 600 ~/.ssh/id_rsa*

이제 원격지 시스템에 로그인하여 ~/.ssh 디렉토리에 들어가서 (없다면 만드세요) authorized_keys 파일을 엽니다. (역시 없다면 만드세요) 파일의 마지막 부분에 id_rsa.pub 파일의 내용을 추가하고 저장한 뒤, 권한을 설정합니다:

chmod 644 authorized_keys

이제 비밀번호 없이 SSH 를 통해 로그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 명령으로 키를 생성한 로컬 머신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ssh <사용자명>@<호스트명> ‘echo Hello, World!’

아무 에러 없이 종료되면 성공입니다.

만약 작업하는 머신이 여러개라면 각각의 머신에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해 주셔야 합니다. 또, 원격지 머신에 OpenSSH 가 아닌 다른 SSH 가 설치되어 있다면 (e.g. Solaris), 여기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십시오.

PS: 여전에 작성했던 ‘Maven 에서 Password 없이 Deploy 하기’에서 Passwordless login 부분만 뽑아 다시 작성한 글입니다.

블로그 이전중입니다.

수작업으로 이전중이므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래 보이는 글들은 아주 오래전에 쓴 것들입니다. 하나씩 손으로 이전하다 보니 훑어보게 되는데, 그땐 내가 이랬구나 돌이켜 보게 되네요. 비록 유치하고 서투른 글들이지만 글이 모두 이전될 때까지 재미삼아 봐 주세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를 들면 나쁜 점과 좋은 점이 있다. 나쁜 점부터 말하면 머리가 나빠진다. 기억력, 순발력, 새로운 지식의 습득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좋은 점이라면 경험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많은 것들을 놀라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참 불쾌한 일일 것이다. 보통 고지식한 사고나 행동은 자신이 쌓은 경험의 틀 안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려고 할 때 생긴다. 시간이 흐르면서 최신의 경향과 나의 경험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나이를 먹어 갈 수록 새로운 것을 경험의 틀에 가두기보다는 그 틀이 새로운 것을 포용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그게 가능하다면)

스리랑카로 떠나다

곧 스리랑카에서 있을 ApacheCon Asia 2006 발표를 위해 내일 스리랑카로 떠난다. 규모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작지만 ApacheCon 최초의 아시아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한다는 사실이 기쁘다. 최초라는 건 정말 멋지다. 모든 좋은 일의 최초가 되고 싶다.

그런데, 우리 나라 뉴스에서는 언급이 되고 있지 않은 듯 하지만 현재 스리랑카 정부와 타밀 반군과의 휴전이 깨질 기미를 보이고 있어 정국이 매우 불안한 상태라 한다. 혹시 테러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가야 한다면 가는 수 밖에는 없다. 단 이틀만 머무니까 큰 위험은 아닐 것 같다.

1 Comment

  1. 영회 said,

    August 14, 2006 at 12:35 pm

    축하드립니다.

소프트웨어의 복잡도가 증가하는 이유

복잡도를 다루기 위해 복잡도를 추가하는 오류는 세상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는 대부분 탄성을 자아내는 무지와 게으름, 아집에서 옵니다.

제가 일하던 팀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C3P0 커넥션 풀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풀 스레드 덤프를 떴을 때 디비 부하로 인해 커넥션을 획득하는 부분에서 대기상태로 있는 스레드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도 아니면 만에 하나 스레드 풀이 데드락에 걸렸었을 수도 있죠.

팀장은 저에게 커넥션 풀 100줄이면 짤 것을 갖다 써가지고 이런 일이 생긴다고 저를 나무랐고 저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 하지 말라고 맞받아 쳤습니다.

커넥션 풀, 100줄이면 짤 수 있습니다. 하지만 javax.sql.DataSource 인터페이스 준수하고 앞으로 있을 몇 가지 기능 추가하다 보면 결국엔 남들이 힘들게 걸어온 길을 별 의미도 없이 다시 걷는 셈이 됩니다. 물론 100줄 짜리 풀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그런 표준 인터페이스가 안중에 있겠습니까. 결국 자가당착에 이르러 vendor lock-in 도 아닌 쪽팔린 self lock-in 에 빠질 수 있습니다. 100줄짜리 커넥션 풀에는 버그가 없답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에는 남들이 겪었던 버그를 다시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세상 여기 저기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Logging API부터 시작해서 각종 라이브러리, 그리고 프레임워크까지. 사람들은 사용하는 외부 구성 요소의 내부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어려움을 두려워합니다.

그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그 프레임워크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히 단순한 두려움이나 무지에 의한 것이라면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고 경험을 통한 직관을 가장한 아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봅니다. 씁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아집이 관철될 수록 조직은 경직되고 소프트웨어의 복잡도는 끊임없이 증가합니다. 이런 조직에서 잘 나오는 말이, ‘이 소프트웨어는 낡아서 처음부터 다시 짜는게 낫다’ 죠.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깁니다.

물론 우리가 처한 업무 환경이 그런 깊은 생각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가 현명하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겠죠.

4 Comments

  1. 짱가 said,

    August 11, 2006 at 5:40 pm

    현명한 분석입니다. ^^
    가슴 깊이 공감이 가네요.

  2. 영회 said,

    August 11, 2006 at 6:10 pm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네요.
    낮에 있던 일로 더욱 공감할만한 글입니다.
    후배 녀석이 프로그램을 잘 짜놓고도…
    처음부터 다시 짜려고 하더군요.
    그 이유는 코드가 허접하다는.. ^^

    스스로도 자주 기존 코드를 버리고 새로 짜왔으니 충분히 이해 하죠.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이 하루 하루 살아가는 모습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하여… 반성하게 되었죠.
    진정한 리팩토링이란 자신과 자신의 일에 대한 믿음에서 한발씩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것이 타인에 대한 믿음으로 확장되었을 때, 희승씨가 지적하신 것처럼 중복 코드를 만들어내지 않고, 진정한 협업을 할 수 있겠죠.

  3. charlz said,

    August 11, 2006 at 9:12 pm

    소 프트웨어로 한 목표지점에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다양한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웍등이 계속 나오는 것이겠죠. 새로 짜는 것이 일반적으로 나쁘다는 것과 새로 짜면 100줄이면 된다는 것은 다른 목표지점으로 가는 용도와 상황을 따져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한쪽을 고수하는 것은 답이 나오지 않는 이데올로기의 싸움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짜더라도 엔지니어링 프랙티스로 어느정도 타임투퀄리티를 줄일 수 있고, 표준이 용도에 맞지 않은 (목표로 가는 방향과는 좀 다른 방향)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Been there done that”도 위험하고, context를 따지지않는 말씀하신 lock-in도 위험한 것이겠죠.

    갖다 쓴 것이 문제라는 말은 당연히 맞지 않는 말이겠지만, 새로 짜면 이미 다른 사람들이 겪은 것을 다시 겪어 좋지 않다는 것도 단순하게 참인 명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로 화가 나셨나봅니다. 글이 무섭군요.^^

  4. ricky said,

    August 22, 2006 at 5:38 pm

    하지만, 100줄 짜리 코드로도 완벽한 컨넥션 풀이 나오면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