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푸른 정원에 누워서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센티멘털해지고 싶은 기분만 드는 날씨였다.
그러나 실제로 별로 한 일은 없고, 운영체제 수업을 땡땡이치고 재헌과 용산에 갔다 왔다. 돈이 궁한지라 공씨디를 14장만 사고 재헌은 CD Writer 교환요청하고 닭꼬치도 먹고 저녁도 먹고 집에 와서 케이블 모뎀이 안되서 짜증내다가 케이블 모뎀 리셋되니까 되고.. 그래서 컴퓨터과학 입문 숙제해서 조교한테 보내구… 지금이다.
하지만 오늘도 느낀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없어졌으면 하는 것들”.
내 안경은 무테 안경이라 한손으로 벗고 쓰면 안경 나사가 풀어져서 덜렁거린다. 그런데 이 무테 안경이란 한번 풀어지면 내손으로는 조이기가 불가능하고 안경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 실수를 한 뒤부터는 항상 두손으로 벗는다.
난 버스 안에서 안경을 벗고 있는다. 사실 난 안경쓰기가 참 싫다. 눈이 많이 나빠서 안경이 두껍고 매우 무겁다. 그리고 안경이 굴절이 심해서 내 눈이 콩알만해 보인다. 눈이 작게 보여서 참 싫다… 얼마전까지는 안경을 벗고 놓을 데가 없었는데 오늘부터는 안경CASE 를 갖고 다녀서 안경을 벗을 수가 있었다.
안경CASE 에서 안경을 꺼내기가 귀찮아서 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올때까지도 안경을 벗고 걸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안경은 나의 “없어졌으면 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세수를 하러 세면대 앞에 섰을때, 물을 틀자 마자 내 두 손이 얼굴에서 안경을 벗겨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 처절한 어색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내 주위의 여러 존재들이 때로는 싫어질 때가 있고, 없어졌으면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정말로 없어져야 할 것은 결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 아닐까.
PS: 사진은 Cats 중 한 컷. 이 일기와 관계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