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은 없었지만 일찍일어난 하루였다. 어제 기분이 여러모로 정화가 되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일어나서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찾아지지도 않고 해서 일단 학교에 갔다. 도착하자 마자 파파이스에서 로스트 치킨 버거 세트를 포장해서 컴퓨터실에 가서 먹었다. 역시 파파이스가 난 좋아 ^^
그리고 나서는 쓰기로 했던 연합군이 이니그마를 분석하는 내용의 전반부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재미 없게 쓴 것 같고, 일지라고 하기엔 너무 허술한 것 같았지만, 달리 자료를 얻기엔 시간도 모자라서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후회가 된다.
쓸 내용이 적다 보니 5시에 만나서 토론하기로 했는데 3시에 이미 글을 다 써 버려서 두시간동안 빈둥거리기를 계속했다. 내가 봐도 참 한심했다. 이렇게 살아서야 원…;
5시에 만나서 한 30분동안 간단히 토론하고… 우리의 토론은 거의 30분 안에 다 끝난다. 이렇다 저렇다할 의견은 없고 각자 한 것을 모아서 어떻게 어떻게 하자는 내용이 주이다. 네명이 작성한 일지를 일단 둘로 합치고 내일은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과연 좋은 레포트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내 예상에 중간은 넘겠지만 아주 상급은 안될 것 같다.)
이렇게 모임이 끝나고 후배 둘이랑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돈이 별로 없어서 한끼만 사줄 수 있었다 -_-;
배부르니 집에 가기 싫어져서 당구를 쳤다. 물론 돈이 없는 몸이라 컴퓨터로 당구를 쳤다. (사실 심심할때 컴퓨터실에서 할 일이 이것 밖에는 없다.. 아 슬퍼라)
그리곤, 난 허무히 집에 왔지.
오늘도 나는 노래를 들으며 거리를 활보한다. 박자에 맞춰 내 걸음은 빨리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 오늘은 그런 내가 왠지 어색해 보였다. 남들은 안그런것 같은데 나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자신으로부터 느끼는 어색함. 그게 싫은데 오늘은 자꾸 생각이 난다. 자꾸 주위를 의식하게 되는 미적지근 끈적거리는 기분.
혼자이기에 행복한 시절이 있다. 혼자가 싫고 함께이고 싶은 때도 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서만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어려서부터 난 혼자서 지냈으니까 무리도 아니지. 나에게 혼자라는 말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항상 혼자가 당연하다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초등학교 6학년 때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그때도 난 혼자란 걸 몰랐다. 사귀게 된 후 몇 주 뒤에 방학을 했는데, 방학동안 나는 단 한번도 그녀와 데이트하지 않았다. 당시에 나는 그게 왜 잘못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고 우린 헤어졌다.
대학생활의 중간 쯤에 와서야 나는 그 의미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홀로됨, 그리고 함께함… 부족하나마 조금은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서로 길을 걸을 때 서로의 공명이 이루어 내는 낮지만 포근한 오오라 같은 것… 봄날을 가르는 은은한 햇살 같은… (번잡한 거리를 걸을 땐 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지만)
하지만 나는 역시 말 그대로 부족하다.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다. 서로 배우는 것이 그래서 난 좋다.
끈적한 감정 따위는 차가운 러시안 티로 날려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