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퇴치

요즘엔 눈을 뜨면 아홉시다. 신기하구나… 하지만 내가 눈뜨는 시간이 새벽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또한번의 욕구가 그것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걸…

11시에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다. 컴퓨터 실에 가서 공부를 했다. 오늘은 왠지 공부가 잘 되는걸? 운영체제 2, 3 장을 끝냈다. 이러는데 벌서 오후 네시. 한시간 공부하고 30분 휴식하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배가 고파서 집중이 안되는 것 같아서 공대 매점에 가서 우동이랑 부침개를 먹었다. 한번 눈에 좋다는 당근 쥬스도 샀다. 부침개는 보통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스턴트 식인 우동과 함께 시키면, 우동을 다 먹을 때 쯤 부침개가 도착하니까 참 편리한 셈이다. 우동을 다 먹고 남은 국물로 목을 축이며 부침개를 먹으면 맛있다. 다 먹고 당근 쥬스를 마셨는데 맛은 별로다 -_-; 그냥 자주 먹던 홍차류를 마시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매점에 앉아서 소피의 세계를 읽으려고 마음먹었지만, 우동국물을 좀 많이 마셨더니 정신이 아찔한게 졸리다. 그래서 일단 컴퓨터실로 갔는데 가니까 더 졸리다;; 기분전환을 할 겸 30분 쯤 휴식을 취하고 공부를 하려고 마음을 잡으려 했지만 잘 되지를 않는다… 휴

불현듯 집에 가고 싶다 생각히 났다. 그리곤 생각했다. 집에 가면 놀기만 하잖아… 갑자기 화가 난다. 내가 어째서 얼마나 못났길래 집에서 놀 궁리만 하는 거지? 참을 수 없다. 당장 가방을 싸고 날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하고 마침 집에 가겠다는 선배와 함께 컴퓨터실을 나섰다.

맑은 하늘.. 저녁 특유의 약간은 어두운 빛.. 그리고 조금 강한 바람.. 나 갑자기 여의도로 누군가와 함께 이 바람을 맞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의도 가 본 적이 없는 거 같지만) 그렇게 시간을 공유하고 웃고 싶었다.

버스 안에선 소피의 세계를 봤다. 철학의 근본적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라 그런지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만 엄마와 소피의 대화가 너무 코믹해서 웃음을 참기가 정말 힘들었다. ^^ 어제 버스 안에서는 웃음을 정말 참기 힘들어서 책을 덮어버리고 더 이상 읽지도 못하고, 거기다가 한참 뒤에 까지 웃음을 참느라 고생을… 하지만 쉽고 재미있는 만큼 음미할 거리는 더 많은 것 같다. 적어도 세 번은 읽지 않으면 안 될 책 같다.

집에 와서 컴퓨터가 유혹했지만 난 내가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선 참아야 했다. 그런데 옆집에서는 드릴로 뭘 뚫고 있고 (그것도 내 방 근처 벽을) 우리 귀여운 멍멍이 재롱이는 그 소리에 계속 짖어대고, 거실에선 티비 소리까지 나니 참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가끔은 혼자가 좋긴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그럭저럭 집중을 하니 대충 공부가 되고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 3장을 끝냈다. 3장 마지막 부분은 정말 어려웠는데 책에 나름대로 한글로 주석도 달고 하니 이해도 되고 뿌듯하기도 했다.

좀 쉬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는 아마도 11시 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게시판 약간 돌아다니니 11시 반이고 나에겐 이미 공부하기엔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되서 이렇게 일기를 쓴다. 하지만 사실 오늘 4장까지 했어야 하는데… 내일 아침에 어떻게든 메꾸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다;

역시 공부는 평소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알면서도 하질 못하는 것들… 시험 기간에 한시간에 chapter 하나를 끝낼 수 있는데… 내가 평소에 일주일에 6시간도 공부를 안했다는 걸 생각하니 참 나란 녀석도 게으르기 짝이 없다.

누구나 하는 다짐이지만 더 열심히 하고 평소에 잘하는 내가 되어야 겠다. 만남도 중요하지만… ^^


현애님에게 편지를 받았다. 나에게 그런 정성어린 편지를 써 주시다니 놀랐고 또 기뻤다. ^^ 조금 두근거리며 글을 썼다. 그녀와의 만남도 다시한번 기쁜 삶의 시작이 되길 기도해야지…

PS: 소피의 세계 영어판 표지. 한국어판 표지는 화질 좋은걸 구할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