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Language Exchange 하자던 그녀와의 만남을 가진 날.
대학로 스타벅스 앞에서 오후 세 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난 긴장하면 약속시간보다 보통 한 시간 정도는 일찍 나간다. 그래서 두 시에 스타벅스 앞에 도착했다. 스타벅스란 데도 역시 태어나서 처음 가 보는 곳이기 때문에, 스타벅스 안을 두리번 두리번 (그것도 밖에서) 쳐다보았다. 얼핏 보니 KFC 같은 커피 판매점 같았다. 뭐 이정도면 됐지! 하고 시간이 아직도 40분이 남아서 여기 앉았다가, 저기 돌아다녔다가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한 15분 쯤 전일까? 전화가 왔다. 장자 씨네… 무슨 옷을 입고 있냐고 묻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고, 그렇다고 또 물어보기는 그렇고 해서 그냥 Navy Blue의 티 셔츠를 입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녹색의 셔츠를 입고 있다고 한다. 녹색이라… 연녹색일까, 아님 진녹색일까? 하는 궁금증이 몰려왔지만 일단 끊고 봤다. -_-;
드디어 정각, 약간 이국적인 풍모의 귀여운 여자애가 스타벅스를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그녀는 녹색 셔츠를 안입었는걸… 흐음~ 저 여자도 나처럼 스타벅스가 처음인가 보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그녀는 잠시 스타벅스에서 멀어졌다가 한 명의 녹색 티를 입은 여자아이를 데려오는 것이다!
내가 먼저 가서 말을 걸어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하지만 역시 내가 가서 말을 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썰렁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좀 버벅이다가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두 명(나와 장자)은 오렌지 쥬스, 한 명(이름 까먹음)은 뭔가를 먹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그런데 그 귀여운 아이는 이미 점원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문제를 겪고 있었다. 내가 어설프게 설명해 줘서 넘어가고 우린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녀들은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어디서 자기들의 전단지를 보았는지,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각종 한국어 표현이라던가, 대학생활은 어떤지, 연세 대학교에 들어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너무나 많은 질문에 난 서투른 일본어로 대답해 줬다. 서로 뜻이 잘 안통할 때면 난처해서 웃기도 하고, 그녀들도 새로운 표현을 알게 되면 신나서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녀들은 나한테 Language Exchange 할 필요 없을 정도로 일본어를 잘 한다고 했지만 난 믿기 힘들었다. 아무리 봐도 내 일본어 실력은 극악인 것 같은데… 설마 이 아가씨들이 나랑 LE 하기 싫어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난 그럴리가 없다고 철썩같이 믿기로 했다. 앞으로 그녀들을 잘 도와주어서 한국어도 배우고 연세대 들어가는데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그녀들은 18살)…
갖은 이야기 (너무 많아서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를 나눠 가며 한 시간이 흘렀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것도 외국어로 말을 했는데…
그녀들은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일어나자고 했다. 하긴 더 오래 이야기하다간 나의 일본어 실력이 들통났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음번에 연락이 안 올까 두려워서 다음에 언제 연락하겠느냐고 물어 보았는데, 내일 쯤 연락을 준다고 한다. 아 기뻐라… 내일은 방에 콕 박혀서 전화를 기다려야 겠다!
그녀들과의 만남이 끝나고 나는 신촌엘 갔다. 학교에서 책이나 볼까 하는 심산으로 가긴 했지만 결국 현우한테 전화가 와서 현우랑 저녁을 먹고 당구도 치고 게임방도 가고 하고 말았다. -_-;
그렇저럭 재미있는 게임들이었다. 달리 할 말 없음!
여름이 되고 감기에 걸리니 몸이 조금 아픈 것 같다. 식욕도 너무 없고 이러다 또 저번처럼 쓰러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된다면 난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텐데, 다시 한번 만남을 이어 가기 위해 힘을 또 내기가 이젠 두렵다. 지금 이대로가 계속되었으면 한다.
만나지 않고, 그래서 잊혀지고, 다시 만나기 위해 많은 힘을 소비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사슬을 끊어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난 어떻게든 나를 유지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