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유 놀이방에 썼던 글들을 읽어보았다. 이렇게 많은 글 들을 사람들은 쓰고 살았었구나. 그리고 내가 잊고 지나쳤던 이 수많은 글 들을 보고 놀랐다. 정말 내가 아는 것은 정말 하나도 없구나…
남들도 그렇게 내 글을 스치듯 지나 보내고 잊겠지. 내 이름을 기억해 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곳의 글 들을 당시에 왜 그리도 열심히 읽지 못했는지 후회했다.
오래 된 글 부터 몇 개인가 읽어보다 보니, 우유의 100문 100답이 있었다. 그 땐 그런 것이 있었는지 조차 잘 몰랐던 것 같은데, 난 왜이리도 무관심했는지. 한 가지 밖에 볼 줄 모르는 내가 부끄럽다.
천천히 그녀의 100문 100답을 읽고서, 내가 예전에 썼던 111문 111답이 생각났다. 옛날의 철없던 내 모습이 싫고 부끄러웠기에, 다시 한 번 써 보고 싶었다. 나는 부랴부랴 우유가 받았던 문제를 복사해서 내 나름대로의 답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정확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100문 100답을 꽤 짧은 시간만에 쓰고, 우유놀이방에 등록했다. 전보다 훨씬 솔직해 져서 가슴이 뿌듯했다. 그 시절엔 왜이리도 가식이 많았는지… 난 부끄러워서 예전 나에 대한 질/답 글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이렇게 내 생각의 일부는 하루하루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삭제되며 나라는 생각의 총체는 어딘가로 시나브로 이동해 간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 나는 그렇지 않다고 우겨 왔는데 나 자신이 이렇게 변해간다는 것이 조금은 견디기 힘들다.
더 이상 글을 삭제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누가 말려주기라도 했으면 한다. 컴퓨터 천재였던 누군가는 자기의 모든 글을 삭제하고 사이버 자살을 한 뒤에 죽었다. 그만큼 글이란 것은 존재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여기 있어요”
우리 글은 쇼 윈도 안의 마네킹. 때론 시선도 끌지만 오랫동안은 기억되기 힘든 것.
하루 종일이고 그 마네킹을 바라보는 소년, 그 추억을 커서도 기억하는 소년이 되고 싶다.